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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자영업자·학생 모두 '물난리' 속으로…폭우에 무너진 일상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 "물 퍼내면 진흙, 도저히 영업 못 해"…가게 문 닫은 자영업자들
■ 윤 대통령 "국민 생명, 재산 지킬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해달라"


▎성남시에 위치한 한 고깃집이 폭우로 아수라장이 됐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가게는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 독자 제공
“하루 종일 물 퍼내고, 물 퍼내면 진흙 퍼내고 있어요.“ 성남시 수정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장모씨에게 8월 8일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온종일 쏟아지는 ‘역대급 폭우’에 가게가 잠겼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영업은 포기하고 모든 직원을 동원해 빗물을 퍼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8월 9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빗물이 지나간 자리를 차지한 진흙을 청소해야 했다. 영업 준비에만 써도 부족한 시간을 침수 피해 수습에 모두 투자한 것이다. 장씨는 “이틀 동안 상황이 말도 아니다. 도저히 영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퇴근하다가) 길에서 죽을 뻔했어요.“ 안양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의 퇴근길은 그야말로 ‘황천길’이었다. 김씨는 8월 8일 오후 10시 노원구 중계동에서 일을 마치고 자차를 이용해 안양 인덕원에 있는 자택으로 퇴근했다. 평소에는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김씨는 “퇴근하는데 2시간 30분 걸렸다“고 말했다. 김씨의 퇴근길은 매우 복잡했다. 중랑천이 범람해 평소에 다니던 동부간선도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우회해서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그다음에도 서초와 양재에서 2번이나 침수된 교차로와 마주치는 바람에 모두 우회해야 했다. 김씨는 “이런 폭우는 처음 본다“며 “길에서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8월 8~9일 양일간 쏟아진 폭우는 서울·경기·인천 시민 모두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8월 8일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 지방에 최대 420㎜ 비가 내려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풍수해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대응 수위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하천 범람, 위기의 반지하…"침수 걱정에 잠 못 자"


▎8월 8일 관악구 부근 빌라 반지하가 폭우로 침수돼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서울시 대중교통은 마비 상태와 다름없었다. 8월 8일 오후 1호선 오류동역과 영등포역이 침수돼 운행이 지연됐다. 7호선 이수역 등이 물에 잠기는 피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선 무정차 운행이 이뤄졌다. 9호선 동작역은 침수로 문을 닫았고, 노들역~사평역 구간도 운행을 중단했다.

인명피해 소식도 이어졌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9일 오전 6시 기준,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이재민 163명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9시경 관악구 한 주택 반지하가 물에 잠겨 3명이 사망했다. 오후 6시 50분경에는 동작구에서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 직원이 감전으로 사망했다.

하천 주변이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포에 빠져 있다. 동대문구 반지하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는 “침수 걱정으로 밤새 잠을 못 잤다“며 “아직 큰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 하니 무섭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도림천 근방에 거주하는 박모씨도 “도림천이 범람한 이후에는 잠 한숨도 못 자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가 끊이질 않자 8월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명피해를 포함해 피해를 본 분들에게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서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상황 종료 시까지 총력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 이해람 월간중앙 인턴기자 haerami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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