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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성공한 비대위, ‘우상호 리더십’ 통했다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선거 3연패 이후 짧은 시간 내 지지율 역전 이루며 성과
“저쪽의 헛발질? 반사이익으로 정권교체 이뤄지지 않아”


▎우상호 의원은 “소극적이거나 유연한 듯 보이지만 결과를 보면 큰 잡음 없이 물 흐르듯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당 지지율 28%에서 37%로. 지난 6월 7일 취임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가시적 성적표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6월 4주차 28%에서 8월 2주차 37%로 9%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42%에서 34%로 8%p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을 국민의힘에 역전시켜놓고 (비대위를) 떠나겠다”던 그의 공언이 현실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 연패하면서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으로 비상대책위를 띄웠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또다시 지도부가 해산됐다. 선거 패배 책임 시비와 계파 간 갈등으로 극심한 내홍이 예상되는 상황. 당내 86세대의 큰형님, 계파색이 옅은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총대를 멨다.

그는 6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취임 일성으로 “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수박’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했다. 수박은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반(反)이재명’ 의원들을 공격하는 의도로 쓰였다. 인신공격성 모습을 띠는 계파 갈등에 경고하며 당의 기강을 잡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을 두고 여당의 내홍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우상호 리더십’을 이유로 꼽는다. 우 위원장은 7월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곧바로 비대위에서 이를 조정해 이틀 만에 논란을 정리했다. 6월 초 사분오열 직전이던 민주당의 모습은 8월 초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8월 15일 우 위원장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났다.

대표는 행동대장 아닌 오케스트라 지휘자


민주당 지지율 상승은 윤 대통령과 여당 덕분이라는 말이 서운할 텐데?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론이라는 것은 도박판의 판돈이 아니다. 두 당의 지지율이 함께 추락할 수도 있고, 동반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럼 잘한 게 뭐냐? 정치권에서 잘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평가도 박하다. 대신 잘못한 것은 눈에 확 띈다. 2016년 5월 원내대표 취임 당시 우리 당의 지지율은 22%였는데 임기 마칠 때 53%까지 올랐다. 위기에 빠진 당의 지지율을 올려놓는 것, 이게 제 전공이다. 하하.”

무엇을 중심에 두고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나?

“일단 당을 안정시켜야 했다. 당 내분을 없애고, 당이 가는 방향을 반복해서 국민들께 호소하는 것이 중요했다.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정당’이라는 비전을 두 달 사이에 200번 이상 말한 것 같다. 실제로 당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고, 당내 조직도 이에 맞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극렬한 저주의 언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해서 동의할 만한 주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상호 비대위’ 활동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는데?

“우리 당의 적극적 지지자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상대방을 죽일 듯이 강하게 몰아붙여야 하는데 저의 방법은 다르다. 당대표는 행동대장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행동대장은 따로 임명하면 된다. 제가 대중적 인기는 없지만 전체 집단을 끌고 가는 리더십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고 자부한다.”

여의도에서 회자되는 ‘우상호 리더십’인가?

“당대표 등 지도부들의 실수는 대부분 주목받으려고 할 때 나온다. 당대표가 스스로 빛을 내야겠다 마음먹으면 개인플레이를 하게 된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발표하다 보면 실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그렇다. 하지만 대신에 그는 타깃이 명확하고 성과물이 정확하다. 그 덕분에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도 이대남(20대 남성) 혜택을 본 거 아니냐. 하지만 이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 자기 보따리를 꼭 챙기기 때문에 결국 갈등이 일어난다. 튀는 정치 스타일엔 일장일단이 있으며, 대표는 그 길을 걷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왜 민심이 떠나는지를 몰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8월 14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전·세종시당 합동연설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취임 100일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이 바닥이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인사 문제 이런 것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진짜로 우려하는 것은 그의 ‘공적 마인드 부족’이다. 공사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인, 검찰 등 측근만 쓰니 ‘어? 권력을 나눠먹기 하네’ 하는 의구심이 나오게 된다. 이런 사적 이해관계는 김건희 여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들은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는데 이런 대표 브랜드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이것을 바로 세우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소통 부족 문제도 많이 지적된다.

“‘역대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인물을 봤습니까’로 대변되는 태도가 문제다. 물론 발탁한 인물이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겸손하지 않은 태도 탓에 국민들은 그를 독선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꾸 변명하고 항변하고 억울해 하고…. 소통이 되지 않으니 독선과 오만함이 더 드러나는 것이다. 아마추어리즘, 즉 준비가 안 된 것도 문제다. 정책 발표라든가 위기 대응 능력에서 국민들은 두려움이 느낀다. 아마추어리즘이야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 마인드 부족과 독선적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휴가 이후 윤 대통령에게 달라진 점이 있나?

“광복절 기념사도 그렇고 며칠 사이 모습을 보면 위기를 테크니컬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국정운영의 기조 변화를 기대했는데 멘트만 바뀌었다. 정치권에는 욕 듣지 않게 포장하는 방법들이 있는데 이 전술을 보이고 있다. 위기를 잠시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왜 민심이 떠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SNS상에서 하야, 퇴진, 심지어 탄핵 이야기도 나온다. 박근혜 탄핵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는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 집권세력 내부,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은 거의 붕괴되어 있었다. 대통령은 국정을 돌보기 어려운 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고,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가 일부를 농단했다. 하지만 김기춘 비서실장 등 집권세력 내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지 리더십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통치 기능이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파악하고 개선한다면 지지율은 오를 수 있다.”

원내 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다. 한국 정치가 비상 상황인가, 정당이 비상 상황인가?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보는 게 맞다. 바로 리더십의 위기다. 지도부가 사퇴하는 이유는 그 지도부로 당을 이끌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선거에 진 정당의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책임정치의 일환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근소한 차이의 패배였지만 지방선거의 패배는 확실히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것이다.”

여야 모두 비대위 체제, 정당정치의 위기


▎8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윤석열 대통령이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위기는 무엇이라고 보나?

“여권인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타난 리더십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정당사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지도부 붕괴 상황이다. 선거에 이긴 정당인데, 당대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분명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가 내려졌다. 누가 봐도 이는 정략적으로 징계하고 몰아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내치면서 다음 리더십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합의와 준비가 없었고, 이것이 더 큰 위기를 불러왔다. 집권여당의 리더십이 허약해지면 국가적 위기가 왔을 때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정의당의 위기는 좌표를 제대로 못 잡아 비전이 흔들리고, 심상정 대표 이후를 이끌 인물을 키우지 못해서 발생했다.”

쉬쉬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 권력 싸움은 분명 존재한다.

“모든 정당은 주류세력인 당권파, 당권을 잡지 못한 비주류 사이에서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친문이 주류일 때 비문은 비주류였다. 지금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을 돕는 사람들이 주류가 됐고, 오히려 친문이 비주류 처지다. 중요한 것은 파벌의 존재가 아니라 그 파벌들 간의 관계다. 주류는 비주류를 포용하고, 비주류는 결과에 승복하면서 협조와 긴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지도부가 선거 패배에 대한 원인을 잘 분석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포인트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이재명 의원이 총선에 이어 당권 도전에 나선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우리 당 전당대회의 쟁점이기도 하다. 제가 어떤 입장을 내놓으면 특정 후보를 돕는 것이 되니까,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비대위원장으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할 수는 없다. 전당대회 끝나면 그때 가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169석이 아깝다’는 의견도 있다.

“2016년 제가 당의 원내대표 당시 우리 당 의석은 123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34표의 탄핵 찬성표를 만들어냈다. 단독으로 하려면 아무것도 못한다. 적극 지지자들은 힘을 주었는데 왜 안 쓰냐고 비판하지만 힘을 함부로 쓰면 국민은 싫어한다. 단독으로 몇 번 추진해봤더니 선거에서 졌다. 저는 가능한 한 여야 합의로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개혁을 추진하되 합의해서 해결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렵지만 그것을 하라고 리더에 세운 것이다.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의 리더십이 정치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때 개혁도 이루고 정치도 안정된다.”

‘어대명’·‘확대명’ 등으로 전당대회 열기가 밋밋하다.

“정당의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하면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서 정당 지지율이 함께 올라간다. 그런데 임박한 큰 선거는 2년 뒤에나 있고, 지금은 우리당을 잘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당대회 흥행보다는 빠르게 정식체제로 전환해 안정감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젊은 후보들, 신흥 세력이 전당대회를 통해 돋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5년 뒤 정권교체 지금부터 준비해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100일 평가 토론회-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팬덤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정치인에게 있어서 팬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 정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당에 가입하게 되고, 그 결과 당의 외연이 확대된다. 김대중 대표 당시 우리 당은 호남 당원이 90%였는데, 노무현 후보 때는 노사모 회원이 대거 입당하면서 비호남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이후 친문 당원이 늘면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가 탄생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전 대표가 공략한 20대 남성들이 국민의힘에 가입하면서 당원 수가 늘었다. 문제는 이 팬들이 자기 지도자와 경쟁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공격성이다.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저주와 증오의 언어를 동원해 공격한다.”

취임 일성에서 ‘수박’ 단어 사용 금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 또는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이 상대 진영의 국회의원과 당원을 공격했다. ‘찢’, ‘수박’이라는 저주의 용어들이 출현했고, 동지가 아닌 축출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회의원, 지역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그런 표현을 쓴 사람이 있더라. 이런 문화는 극복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정치보복 수사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대장동 문제로 이재명 의원을 범죄자처럼 몰아가는 상황은 옳지 않다.”

2008~2009년 민주당 대변인 시절 이재명 의원이 부대변인을 하며 인연이 있다.

“정치적 꿈을 키우던 이재명 의원이 저를 찾아왔다. 당시 유은혜, 서영교, 윤호중, 황희 등 상근 부대변인이 많아서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앞서 2007년 대선 때 이재명 의원은 정동영 캠프, 저는 손학규 캠프에 있으면서 치열하게 격돌하기도 했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당내에서 비주류로 오래 살았다. 대통령 후보까지 온 과정을 보면 어떤 세력이 도와서 온 것이 아니고 본인의 힘으로 온 것이다. 그것이 장점과 단점이 됐다. 팬덤은 형성됐는데 아직 당 내에서 따르는 국회의원은 기대에 차지 않고 있다.”

8월 28일 꾸려지는 새 지도부가 꼭 했으면 하는 것은?

“민주당은 2007년 대선 패배 후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룰 때까지 좌표 설정을 위해 끊임없이 논쟁했다.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지, 그 시대적 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우리의 방법론은 무엇인지가 중심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라는 3대 가치를 내세웠다. 이 같은 작업은 현재도 아주 중요하다. 5년 후 정권교체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국회의원 169명이 분야별로 흩어져 시대적 과제들을 만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어렵다. 저쪽이 분위기가 안 좋아서? 2012년 정권교체 지수가 60%까지 올랐지만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졌다. 반사이익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총무’가 내 역할”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일찌감치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86세대 상징적인 사람들 중 누구 하나는 스스로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우 위원장의 성품에 대한 평가가 높다. 그러나 대중적인 인기는 그만 못하다.

“선명성이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해 강하게 발언하고 공격적으로 토론하면 대중적 인기는 어느 정도 올라간다. 하지만 내 역할이 무엇인지를 더 중시한다. 당에는 스타 플레이어도 필요하지만 나같이 위기를 추스르는 역할도 중요하다. 열린우리당 시절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며 ‘어? 이러다 당이 깨지겠다’ 싶어 총무 역할을 자임했다. 그때부터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불려 다닌다. 쓸모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울시장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4년은 너무 멀지 않은가?

“진심으로 자리 욕심이 없다. ‘이 자리를 마치고 다음에 저것을 해야지’ 하는 사람들 때문에 당이 흔들렸고, 그들 개인의 결말도 좋지 않았다. 자리는 욕심낸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일단 남은 2년 국회의원 임기를 충실히 마치고 그때 가서 생각해볼 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다. 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것인가?

“첫째는 4선까지 했으니 국회의원으로서 원숙미와 경륜은 축적됐겠지만 지역구인 서대문구 주민들 입장에서는 내가 초·재선 때처럼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우리 지역엔 더 열심히 발로 뛰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둘째는 선수가 쌓일수록 그 자리를 지키려고 아우성치다가 추하게 무너지는 선배들의 모습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다. 마지막으로 ‘86세대 퇴진’과 관련해 상징적인 사람들 중 누구 하나는 스스로 용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86세대가 권력욕의 화신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보여주어야 한다.”

- 글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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