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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한동훈의 검찰 인사 집중 해부 

업그레이드된 ‘윤석열 사단’, 세대교체로 더 강해졌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검찰 지휘부·주요 수사 부서에 특수통 후배 검사 전면 배치
전 정부가 폐지한 수사 기능 복원해 ‘특수통 전성시대’ 예고


▎2019년 9월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뒤를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따르고 있다. 한 장관은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한 검찰 고위·중간 간부 인사에서 특수통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윤곽이 드러났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진태 전 검찰총장)는 8월 16일 전체 후보군 9명 중 4명을 추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103일 만이었다.

최종 후보군에 든 4명은 모두 현직 검사다. 여환섭(54·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 김후곤(57·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58·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54·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다. 한 장관이 이들 중 한 명을 윤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에 임명된다. 이들 가운데 한 장관과 연수원 동기인 이원석 차장검사의 발탁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가 많다.

이들 4명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특수수사 경험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검찰 내 특수부 코스를 두루 거친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꼽힌다.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있었고,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현재 반부패강력부) 중수 2과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중수 1과장이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특별수사단장을 맡아 김 전 차관을 법정에 세웠다. 김후곤 고검장도 특수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검찰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수원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때 철거업체 비리와 철도 비리를 수사했다. 다만 여환섭 원장과 김후곤 고검장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대검 대변인을 지냈고, 관리형으로 평가받는다.

이두봉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신설된 4차장검사와 수석인 1차장검사를 연이어 맡았다. 그 역시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론스타사건을 맡았다. 대전지검장으로 있을 때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맡아 문재인 정권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이원석 대검 차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으면서 박영수 특검팀이 넘긴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두 사람은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한 장관과도 가깝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네 사람 중 누구를 낙점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대로라면 이두봉 고검장과 이원석 대검 차장의 낙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었던 ‘제 식구 챙기기’란 비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국정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관리형 검찰총장(문무일 전 검찰총장) 아래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앉혀 수사의 실권을 준 예도 있다. 현재 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시절 특수2부장과 3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송경호(29기) 검사장이다. 윤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한 장관을 고려하면 이원석 차장이 넷 중 가장 유력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동기인 데다 국정농단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의기투합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예상대로 ‘특수통’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진태 전 검찰총장)는 8월 16일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을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로 압축했다. 이들은 모두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특수통으로 꼽힌다.
네 사람 중 누가 되든 특수통 전성시대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에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오르면서 정점을 찍고 해체되다시피 했던 특수통 전성시대가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셈이다.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지는 특수통의 장악력이 이전보다 더 클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 이어 검찰총장 휘하의 요직을 특수통 검사들로 채운다면 전례 없이 강력한 수직적 지휘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윤석열 사단’으로 통칭할 수 없는 ‘특수통 세대교체’ 분위기다. 앞서 지난 5월과 6월에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를 보면 한 장관과 호흡을 맞출 만한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발탁됐다. 윤 대통령과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스스로 ‘라인’을 만들지 않았던 한 장관의 성격상 이들을 ‘한동훈 라인’으로 부르는 건 다소 자의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장관과 여러 인연으로 얽혀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의 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 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동력이 될 그룹이다.

우선 한 장관이 취임한 지 하루 만인 5월 18일에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기수 차이가 거의 없는 이들이 포진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두 기수 아래다.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을 때 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했다.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한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 시절 산하의 특수1부장으로 함께했다. 신 국장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일했다. 이어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청문준비단 총괄팀장을 맡아 야당의 공격을 방어했다. 권순정(29기) 법무부 기조실장도 한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측근이다. 한 장관 취임 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임명된 양석조(29기) 검사장도 2017년 8월 한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산하의 특수3부장으로 지휘를 받았다. 이어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발탁됐을 때 그 아래에서 검찰연구관으로 함께 일했다.

고위 간부에 이어 6월 28일에 단행한 중간 간부 인사에서 한 장관 친정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성상헌(30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한 장관의 동문이다. 서울동부지검 차장 때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핵심 간부직에 윤석열-한동훈 계보 잇는 라인


검찰 특수부의 꽃이라 할 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2·3부장은 엄희준(32기)·김영철(33기)·강백신(34기) 부장이 각각 앉았다. 엄희준 1부장은 특수수사 부서에서 한 장관과 함께 근무한 적이 여러 번 있다. 2016년에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부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수사지휘과장) 등에서다. 김영철 2부장은 한 장관과 서울대 공법학과 92학번 동기다. 국정농단 특검팀에 파견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불법승계 의혹 수사에 투입됐다. 강백신 3부장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한 장관과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이희동(32기)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은 2018년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다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좌천됐다가 수사 현업으로 복귀했다.

서울남부지검의 구상엽(30기) 1차장과 허정(31기) 2차장, 한 장관의 ‘1호 지시’로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수단장인 단성한(32기) 부부장도 한 장관과 가깝다. 구 1차장은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으로 있을 때 산하의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지냈다. 한 장관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중앙지검 특수1부장·반부패수사1부장으로 지휘를 받았다. 허 2차장도 광주지검 특수부장, 중앙지검 특수3부장·반부패수사3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단 부부장은 2012년 윤 대통령이 이끌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이복현 금감원장 등과 함께 일했다. 또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으로 있을 때 사법행정권한 남용 의혹 사건을 맡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조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됐다는 의심을 받는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사건을 맡은 성남지청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지낸 이창수(30기) 지청장과 국정농단 특검팀이었던 조상원(32기) 차장이 있다. 강성용(31기) 대검 반부패 강력부 선임연구관과 윤병준(32기) 수사지휘·지원과장, 김태은(31기) 대검 공공수사 선임연구관도 한 장관과 가깝다. 윤 과장은 한 장관이 반부패강력부장일 때 수사지원과장으로 보좌했고, 김 선임연구관은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한 장관과 함께 일했다.

한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 스타일은 낯설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윤 대통령이 했던 방식과 판박이여서다. 당시 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던 윤 대통령은 사실상 인사의 전권을 쥐고 전국으로 흩어졌던 ‘윤석열 사단’, 특수통을 불러 모았다. 이어 검찰총장에 오르면서 주요 보직에 특수통 검사들을 앉힘으로써 특수통 전성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한 장관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 아래 좌천됐던 특수통 검사들을 다시 대검과 중앙지검을 비롯한 주요 검찰청 핵심 보직에 임명했다.

전 정부가 빠앗은 칼, 다시 특수부 손아귀로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특수통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한동훈 사단’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윤 대통령에 이어 특수통 계보의 정점에 한 장관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검사의 여러 업무 분야 중 유독 특수수사에 ‘통’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고도의 전문성 때문이다.

사안이 복잡하고 방대한 특수수사의 특성상 여러 검사가 팀을 이뤄 수사를 진행한다. 이때 경험 많은 검사의 수사 노하우가 팀을 이룬 후임에게 전수된다. 수사가 종료되고 팀이 해체되더라도 밤을 지새우며 수사에 함께 몰두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유대관계는 오래도록 유지된다. 특수통의 계보가 선배 검사에서 후배 검사에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 대통령에게서 특수통의 계보를 이어받은 한 장관은 현직 검사가 아니기에 ‘한동훈 사단’을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한 장관이 후배 특수통 검사들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판을 다시 깔아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장관은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없애거나 축소했던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과 특수수사 조직을 대부분 복원했다. 앞으로 5년간 펼쳐질 ‘특수부 전성시대 시즌2’의 예고편인 셈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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