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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家) 딸들의 몫(3) 공익재단 맡아 그룹 이미지 개선, CSR 지원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최기원(SK)·구연경(LG) ‘정중동’ 협력자들
‘형제의 난’ 이어 ‘삼 남매의 난’ 이전투구 조희경(한국타이어)


▎2017년 6월 28일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최기원(오른쪽)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사진:행복나눔재단
대기업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학술지원을 비롯한 문화사업, 미술관 설립이나 신예 작가 발굴을 통한 미술사업, 장애인이나 한부모 가족 아이들을 지원하는 복지사업 등 다양한 활동은 빛이다. 대기업의 지원과 오너 일가의 후원에 힘입어 사회 기여와 함께 기업 이미지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공익’ 이름을 걸고 ‘사익’을 추구한다는 비판도 있다.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이용하거나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익재단을 활용한다는 논란이다. 공익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공익재단은 세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선대 유지 받들고, 오빠 공익활동 돕고- 최기원·구연경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미수연(88세)에 LG그룹 오너 일가가 참석한 모습. 앞줄 오른쪽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 사진:LG
최기원(58) SK행복나눔재단 겸 우란문화재단 이사장은 엄청난 지분에도 불구하고 ‘정중동’하는 오너가 인사로 유명하다. 오빠인 최태원(62) SK 회장, 최재원(59) SK 부회장과 달리 그는 경영 대신 그룹 사회공헌재단 운영을 택했다. 최 이사장이 2009년부터 14년째 지휘하고 있는 SK행복나눔재단은 사회공헌활동(CSR)에 전념하는 조직인데, 특히 사회 변화 프로젝트 개발과 청년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란문화재단은 모친 우란(友蘭) 박계희 전 워커힐 미술관장을 추모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된 그룹 대표 사회공헌재단이다.

공개석상에 나타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적다 보니 최 이사장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러나 지분에서만큼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다. 최 이사장은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17.5%)보다 적지만 최 부회장(0.6%)의 6배가 넘는 수준이며 2대 주주다. 지난 4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공개한 ‘2022년 한국의 50대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최 이사장의 자산은 10억2000만 달러, 한화로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연말 SK그룹은 최 이사장 때문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최 이사장이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에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초기자금 400여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SK그룹은 대장동 사건과 무관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다양한 추론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까지 SK그룹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특혜를 입었다는 사실은 밝혀진 것이 없다.

LG그룹의 공익재단은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구광모(44) LG 회장의 동생 구연경(44)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4월 1일 취임했는데, 보수적인 LG가에서 여성에게 대표 직책을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LG그룹에서는 가풍에 따라 여성들이 경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

타 그룹의 오너가 여성이 공익재단 이사장을 명예직처럼 수행하고 있다면 구 대표는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미국 워싱턴대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구 대표는 이후 10여 년간 글로벌 아동권리 NGO 굿네이버스, 다문화교육지원단체 글로브, 한남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다양한 공익단체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을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2021년부터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LG복지재단의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조언을 해왔다.

1991년 설립된 LG복지재단은 2015년부터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한 LG의인상을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부터는 LG의인상 수상 범위를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한 시민들까지로 확대했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은 2018년 자녀들에게 LG 지분을 나눠주었다. LG 주식 11.3% 가운데 구광모 회장에게 8.8%를, 장녀 구연경과 차녀 구연수에게 각각 2.01%, 0.51%를 상속했다. 현재 구 대표의 LG 주식 지분은 2.92%로, 여성 주식 부호 10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이전투구에 빠져 있다. 집안의 장녀인 조희경(56)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하면서 동생 조현범(50)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맞붙었기 때문이다. 한정후견 개시심판은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불충분한 성인에게 법적으로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성년 후견제도 중 하나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1937년생으로 올해 85세다.

‘부친 성년후견인’으로 법정공방- 조희경

사태의 시작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조 회장에게 매각하면서다. 그룹 지주사 최대주주가 된 조 회장은 빠르게 그룹을 장악했고, 후계 경쟁을 하던 조현식(52) 당시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 때문에 조 이사장은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그해 7월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4월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조 이사장은 5월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조현범 후계 체제’에 대한 남매들의 반발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타이어에서는 장남 조 고문과 조 회장과의 ‘형제의 난’이 이어져왔는데, 이때 조희경 이사장은 조 고문 편에 섰었다. 이번 소송에는 조 고문과 차녀 조희원(54)까지 가세하면서 ‘삼 남매의 난’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원 결정에 따라 조 이사장이 아버지의 ‘주식 전부 매각’을 취소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대세는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43.03%를 앞세워 지난해 12월 취임한 조 회장은 올 3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 와중에 조 명예회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보유 지분까지 모두 조 회장에게 넘겼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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