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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랑스 연구 40년을 압축한 '프랑스 지방 문화' 

다채로운 빛깔 가득한 프랑스 지방 문화 지침서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파리 중심의 세계관 벗어나 13개 지방의 문화적 특징 총정리
주요 여행지·치즈·와인 등 여행에 필요한 실용적 정보도 가득


▎프랑스 지방 문화 / 이상빈 지음 / 아트레이크 / 3만원
프랑스에 대한 우리 세간의 인식은 단편적이다. 으레 파리의 이름난 명소를 찾아 인증샷을 찍고 샹젤리제 거리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는 게 프랑스 여행 코스의 정석으로 굳어져 있다. 에펠탑, 샤넬, 루브르, 와인 등 몇몇 키워드만으로 다채로운 프랑스 문화를 설명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격이다.

재미있게도 프랑스 사람들이 손에 꼽는 명소는 외국인이 떠올리는 곳과 차이가 있다. 2021년 프랑스 민영 방송 TF1 TV에서 프랑스인 3500명을 상대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지옹(우리의 광역단체에 해당)’을 조사한 결과 18개 레지옹(해외 5곳 포함) 중 프랑스 왕국의 발상지이자 파리가 속한 일드프랑스(Ile-de-France)는 상위권에 끼지도 못했다.

저마다 문화가 다른 프랑스 지방의 속살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단일 혈통(한민족)을 강조하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는 전 국민, 전 국토를 하나로 아우르는 혈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인종이나 민족별 자료 수집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문화의 진수는 ‘똘레랑스(관용)’의 캔버스에 삼색(파랑·하양·빨강)이 뒤섞여 만든 다채로운 빛깔들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에 출간된 [프랑스 지방 문화]는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던 프랑스 지방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3개 지방(레지옹)의 문화 코드와 상징을 통해 각 지방의 문화적 차이와 형성 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요 방문지에 대한 꼼꼼한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미식가의 천국’을 소개하는 데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핵심만 간추린 지방별 식도락, 치즈, 와인에 대한 정보에선 저자의 내공을 짐작게 한다.

실제로 프랑스 연구에 전념해온 저자(이상빈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40여 년 공부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백과사전’이라 할 만한 저자의 프랑스 3부작 중 첫 번째 책인 [나의 프랑스](아티제, 2021)에 이은 두 번째 역작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프랑스 문화에 대한 접근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쉬워지리라 확신한다”고 단언한다. “무의미하고 창백한 책이기를 거부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여느 여행 지침서나 ‘구글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프랑스 문화와 여행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면 컴퓨터 마우스 대신 이 책을 쥐어야 할 이유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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