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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이슈] 대사의 눈으로 바라본 오스만 제국과 튀르키예 공화국 

에르도안은 왜 주변국가와의 갈등을 조장할까?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터키의 정체성은 ‘모순성’… 동양에 속하면서 서구 지향해온 역사
이슬람과 결탁한 에르도안의 목적은 옛 오스만 제국의 영광 부활


사람들은 이슬람 정복자를 생각하면 흔히 ‘한 손엔 칼을 한 손엔 쿠란을’이라는 문구를 떠올린다. 이는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는 피정복민을 죽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치적인 의미의 전쟁은 학살을 수반하지만 종교는 포용하는 의미를 갖는다. 흔히 이슬람과 튀르크 민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다.

실제 튀르키예의 정체성은 모순투성이다. 국민 98%가 이슬람을 믿으면서도 세속적인 사회와 제도를 추구했고, 동양에 속하면서 서구를 지향해왔다.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존립해온 대도시 이스탄불의 과거 이름은 ‘콘스탄티노플’이었다. 이스탄불의 지정학적 위치처럼, 이중적인 튀르키예의 정체성을 이해하려면 튀르키예 공화국과 그 전신 오스만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에 걸쳐 오스만 제국과 튀르키예 공화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오스만제국의 발원과 제국으로의 발전 과정, 그 속에서 등장한 입지전적인 술탄들의 기록, 그리고 제국의 쇠락 과정을 묘사한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이슬람 제국의 사회상과 법률 제도도 소상히 그려내고 있다.

2부에서는 공화국의 설립과 발전, 그리고 국부 아타튀르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현재의 튀르키예는 옛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이슬람 세력과 동조하며 자신을 견제하는 세력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가고 있다. 또 미국 등 동맹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재라는 서구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쿠르드족을 억압하고, 집회 시위를 금지하면서까지 이슬람적 색채를 강화하는 걸까? 나토에 속한 튀르키예가 왜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할까? 이 책에 해답이 있다.

저자 조윤수 전 주튀르키예 대한민국 대사는 35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이며, 미국·러시아·독일·싱가포르·쿠웨이트를 거쳐 튀르키예에서 마지막 외교관으로 복무한 후 은퇴했다. 조 전 대사는 튀르키예가 IS와 테러, 시리아 난민 문제로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겪기 시작할 무렵인 2014년 튀르키예에 파견됐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목도한 사건에 튀르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을 엮어 책으로 써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210호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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