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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의 돈이 보이는 경제(8)] 한·미 금리역전,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금리 못 따라잡으면 과거와는 다른 충격 올 수도 

미국, 인플레 낮추려 금리 인상… 11·12월 추가 인상 확실시
금리역전 지탱되려면 환율 하락해야… 지금은 여건 안 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의장이 9월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p 자이언트스텝으로 인상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3.0~3.25%로 상승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중금리가 숨 가쁘게 올라가고 있다. 은행권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8월 4.76%를 넘어섰고 기업대출 금리도 4.46%를 웃돌고 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이보다도 더 높은 6.24%다. 가계대출 금리는 2013년 4월 4.82% 이후 거의 10년 만의 최고치다. 조만간 5%를 넘어 6%를 넘볼 기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작년 7월 2.81%에서 4.35%로 1.54%p 올랐다. 모든 대출 금리가 1.5%p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 8월 통계라 그렇지 9월 통계가 나오면 이보다 더 올라갔을 것이다.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는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여덟 번 인상해 0.50%에서 3.0%로 2.50%p 올렸다. 그사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3.1%에서 5%대로 2.0%p 이상, 보증대출 금리도 2.85%에서 5.0% 이상으로 2%p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5%가 넘는 인플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따라서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소비수요와 투자수요가 줄어들면서 인플레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요를 억제해서 물가를 잡는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시장금리를 올려서 인플레를 잡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작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갔지만 아직까지 인플레는 고공행진 중이다. 인플레가 잡히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원유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같은 공급요인에서 인플레가 발생한 경우엔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를 잡기 어렵다. 경제를 과도하게 침체시켜야만 인플레가 가라앉는다. 1970년 대 오일 쇼크에 따른 1980년대 초 연준 의장 폴 보커의 과도한 금리 인상이 좋은 예다. 인플레 안정효과가 의문시됨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인플레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사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매우 망설였다. 연준은 2021년 4월부터 불거진 물가상승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무장관 옐런도 같은 생각이었다. 매우 큰 잘못이었다. 기준금리를 제때 올려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작정한 것은 2022년 3월이었지만 이때도 0.25%만 올렸다. 매우 소극적이었다. 5월에 0.5% 인상도 충분하지 못했다. 인플레가 9.1%로 더욱 심화된 6월이 돼서야 0.75% 올렸고 그 이후 7월과 9월 연속 0.75% 올리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3.25%가 된 것이다. 8개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3.0%p 올린 것은 사상 처음이다. 1988년 2월 6.5%에서 1989년 2월 9.75%까지 3.25%p 올린 적이 있지만 이때는 12개월에 걸쳐 올린 것이다.

미국 금리 내년엔 4.5%까지 오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12일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스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진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11월과 12월에도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 확실하다. 지난 9월에 발표한 연준 경제전망에서는 기준금리가 2022년 말에 4.4%, 그리고 2023년 말에 4.6%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9명 위원 중 6명은 내년 중 기준금리가 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내년에 기준금리가 5%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올해 말에 4.5%까지 인상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말 4.5%까지 올라가면 우리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인상폭이다. 미국과 금리 보조를 맞추려면 우리나라 현재 기준금리 3.0%에서 11월에 1.50%p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가계부채 금리 부담도 있고 경기침체도 걱정된다. 한은총재가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덜 올릴 것이라는 말을 여러 번 시사한 것도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올해 한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p 올려 기준금리가 연말에 3.5%가 된다면 올해 말 금리 격차는 1.0%가 된다. 이렇게 되면 달러 수요가 폭증하면서 환율이 극도로 불안하게 된다. 환율 불안을 잠재우려면 기본적으로 한·미 간의 금리 격차는 최소한으로 줄여줘야 한다. 지금 분위기라면 2022년 말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가 되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 이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와 일각에서는 한·미 간 금리역전이 일어나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과거 세 번 정도 금리역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5월부터 8월까지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50%로 미국금리가 훨씬 더 높았다. 미국 연준의 그린스팬 의장이 급격하게 미국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미국이 4.75%에서 6.50%로 1.75% 올리는 동안 우리는 4.75%에서 5.00%로 0.25%밖에 올리지 않았다. 그 결과 1.50% 금리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 4개월이나 1.50% 금리역전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2000년간 218억 달러)에 힘입어 달러환율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미 간의 금리역전은 2001년 1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재빠르게 6.5%에서 5.0%로 인하하면서 사라졌다. 환율이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에 금리역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은 연말 3.25%까지 올릴 가능성 커


두 번째 금리역전은 2005년과 2007년 사이에 일어났다. 그린스팬 의장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5.25%로 2.0%p 올렸는데 우리나라는 3.25%에서 4.25%로 1%p밖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1% 금리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금리역전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튼튼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달러환율이 꾸준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3분기부터 자본 유출이 격화되면서 2007년 7월과 8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4.50%에서 5.0%로 올리고 미국은 반대로 0.25% 내리면서 금리 격차가 사라졌다.

세 번째 금리역전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서 있었다. 미국이 2018년 2월부터 12월까지 네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50%에서 2.50%로 올렸는데 우리나라는 1.50%에서 1.75%로 0.25%p만 올리면서 격차가 0.75% 벌어졌다. 이런 상태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1년간 지속됐는데 2018년 연간 775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하락이 금리역전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2.5%에서 0.25%로 2.25%p 내리는 동안 우리는 1%만 내리면서 미국의 금리역전은 해소됐다. 결국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 높은 금리역전이 지탱되려면 무엇보다도 환율이 ‘하락’해줘야 하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려면 경상수지가 흑자이거나 자본유입이 꾸준히 일어나야 가능하다.

최근의 경상수지나 금융수지를 보면 환율이 ‘하락’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작년 3분기 256억 달러 흑자이던 것이 2022년 2분기 93.9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8월에는 30억 달러 적자가 났다. 6개월 연속되는 무역 적자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계정에서 경상수지 흑자 폭 이상으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년 중 직접투자 순유출은 599.2억 달러에 증권계정에서도 같은 기간 372.7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1년 동안 증권과 직접투자에서 빠져나간 돈은 976.4억 달러인데 경상수지 흑자는 713.2억 달러에 불과하므로 모자라는 부분을 대외에서 차입(기타투자 유입)하거나 한국은행의 준비자산을 매각해서 외환부족분을 메운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은행의 준비 자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에 16.3억 달러 줄어들던 것이 2022년 2분기에는 111억 달러나 축소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면 이 금액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고통 크겠지만 금리 인상 피할 수 없어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의 한산한 모습.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등 최고점을 찍으면서 시중가와 면세점가의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상수지가 예전처럼 흑자 기조를 탄탄하게 유지한다면 한·미 간의 금리역전이 일어나더라도 환율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과거 2000년이나 2006년, 2018년이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 때문이기는 하지만 수출 부진에 따라 무역수지가 6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고 대(對)중국 무역도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다. 게다가 증권 부문에서의 자본 유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금리역전이 없어도 환율이 불안할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이런 불안한 형국에 금리마저 역전된다면 외환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금리를 올리면 투자와 소비가 타격을 받고 고용이 줄어들며 국가채무부담이 늘어나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그런 불가피한 과정에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고 또 외환시장의 안정이 담보되는 일이므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않았을 때 부담해야 할 엄청난 외환시장 불안의 비용을 생각한다면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 신세돈 - 미국 UCLA에서 경제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조사부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89년부터 숙명여대에서 33년째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세종대왕의 통치 업적을 분석한 [외천본민]을 저술했으며, 중국 고대 역사서 [자치통감]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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