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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불확실한 시장에서 더 주목받는 투자전문 지주회사 SK㈜ 

안정적 수익구조 기반 미래 성장영역에 투자 집중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안정성과 성장성’ 양손잡이 전략 주목 받아
올해 매출 133조원 사상 최대 실적 올릴 전망


▎장동현(왼쪽)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22년 5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크리스 르베크(가운데) 미국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SK(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그룹 지주회사인 SK㈜가 투자전문회사로 변모하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SK㈜는 국내 자산규모 2위 기업집단 SK그룹의 지주사다. 국내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 LNG·도시가스업계 1위 SK E&S 등 유수의 선두 기업을 보유 중이고, 최근에는 투자전문회사로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SK㈜는 특히 1위 기업들로 이뤄진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춰 변동성 장에서 더 주목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우량한 자회사에서 지분율에 준하는 배당금을 수령 중이고, SK라는 브랜드 소유주로서 관계사에서 브랜드수수료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배당금과 브랜드수수료가 견고하게 증가 중이다. 2019년과 2020년처럼 투자 자산의 매각을 바탕으로 한 특별배당까지 포함하면 수익성이 더 높아진다. SK㈜는 매년 분기 별로 수천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는 대표 이슈어 중 하나다. 연간 조단위 공모채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AA+ 우량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기관 투자가들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으면서 매번 모집액의 2~3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하는 등 오버부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관계사들의 실적추이를 보면 SK이노베이션 등 사이클을 타는 업종의 실적을 SK텔레콤, SKC 등 다른 업종의 관계사들이 보완하면서 특정산업의 시황에 따라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경향이 없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SK㈜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 전망치는 133조96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98조3250억원에서 35조6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SK㈜는 특히 직접 투자를 통해 성장성까지 겸비한 점에서 투자자 사이에서 ‘지주회사 다시 보기’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SK㈜는 매년 평균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고, 투자 전문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의 3분의 2가 글로벌 투자회사·컨설팅사 출신의 투자 전문가들과 변호사·회계사 등 투자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 개별 투자 조직이 자체적으로 딜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그룹 핵심사업 성장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SK㈜가 투자 회사를 기대 수준에 맞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회사 기업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는지 등 크게 네 가지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는 2017년 투자전문회사로 체질 변화를 공식화한 이후 유망 영역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영문 사명을 지주사를 뜻하는 SK Holdings에서 투자회사를 뜻하는 SK Inc.로 바꾸기도 했다. 투자 수익실현을 병행하면서 이 수익을 재원으로 또 다른 우량기업에 투자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SK㈜는 실제로 탁월한 선구안을 지닌 전문투자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애지중지 키워온 SK바이오팜을 2020년 상장하면서 대박을 쳤고, 바이오팜 구주매출과 일부 지분 블록딜로 약 1조4000억원을 회수했다. 같은 해 글로벌 물류기업 ‘ESR’ 보유 지분도 일부 매각해 투자 원금에 해당하는 약 4800억원을 회수하기도 했다.

또한 SK㈜가 2대 주주로 있는 미국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 ‘SES AI’는 2021년 7월 뉴욕증시 스펙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당시 SK㈜의 지분율은 10.6%로, 지분 가치만 투자 원금의 약 6배에 달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SK㈜가 약 2500억원을 투자한 동남아 차량 공유 기업 그랩은 스팩 상장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인 약 4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SK㈜가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바이오 업체 로이반트도 나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SK㈜가 2대 주주인 중국 동박 소재 생산 기업 왓슨도 홍콩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상장 시 SK㈜의 선구안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에 연 1조원 이상 투자

SK㈜는 투자전문회사로서 SK그룹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SK그룹이 향후 어떤 사업을 키울지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다. SK㈜는 최근 첨단 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영역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첨단소재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바이오는 신약 개발과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그린은 신(新)에너지나 대체식품 등 탈탄소 분야, 디지털은 인공지능(AI) 등 영역에 각각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의 투자는 거시경제 경색으로 한파가 불어닥친 올해에도 활발했다.

SK㈜는 올 들어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원료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CBM’에 4200억원,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기업 예스파워테크닉스에 1200억원 등 상반기에만 약 5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8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빌 게이츠가 설립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했고,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를 2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각 영역별 투자 전략을 살펴보면 첨단소재 영역에서는 반도체 소재, 전력·화합물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세 분야에 2025년까지 총 5조1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첨단소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특히 전력·화합물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파트에서는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 진입에 앞서 ‘전기차용 반도체·배터리 소재 풀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투자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은 물론 배터리와 전력반도체가 사용되는 산업에서 SK㈜가 투자한 회사를 피해서 투자하는 게 더 힘들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는 음극재·양극재·분리막 등으로 이뤄진다. SK㈜는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1위인 왓슨의 주요 주주로,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또한 미국 ‘그룹14’과 함께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을 국내에 짓고 있다. 양극재 분야에서는 중국의 대표 기업 베이징이스프링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극재와 음극재 분야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SK㈜는 미래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차세대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 중인 미국 ‘SES AI(옛 솔리드 에너지시스템)’에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게임 체인저 기술 선점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시장 점유율 50% 이상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 생산기업 SK시그넷을 인수해 충전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SiC 기반 전력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하면서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필수 소재인 SiC웨이퍼 또한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하면서 이미 생산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투자 수익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

SK㈜는 미래차의 핵심 소재인 전기차용 반도체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해 2025년까지 1조원을,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SK머티리얼즈와 투자 역량을 모아 2025년까지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소재 영역에서는 2025년까지 2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 아래 증설 등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SK머티리얼즈와 합병한 이후 기존 메모리 반도체 소재 중심에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CMOS 이미지센서(CIS)용 컬러 소재 등 고성장·고부가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SK㈜의 바이오 분야 투자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SK㈜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을 통해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길게는 수십 년씩 걸리는 자체 신약 개발만 고집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속도로 승부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이다. SK㈜는 관련해 오픈 이노베이션 콘셉트로 제약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로이반트에도 약 2200억원을 투자했다.

SK㈜는 원료의약품위탁생산(CMO) 분야에서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 올해 미국 ‘CBM’ 투자 등을 통해 세포 유전자계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제인 CGT(Cell·Gene Therapy) 분야 위탁생산 사업에 진출했다. CGT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맞춤형 치료제를 제작함으로써 근위축증 등 DNA에 이상이 발생해 생기는 난치병을 단 한 알의 약으로 완치시키는 분야다.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하는 합성 CMO보다 고난도 영역이자 한 알의 치료제가 수십억원에 팔리는 고부가 영역이기도 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는 자회사의 순차적 기업공개(IPO)와 구주매출로 투자형 지주회사의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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