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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관열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꿈꾸는 ‘용인 부흥 시대’ 

“기대하세요, 첨단과 문화 어우러진 용인의 변화를”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SK하이닉스 유치 계기로 ‘반도체 메카’ 실현에 팔 걷어붙여
‘도시문화 르네상스’로 지역 균형 발전과 삶의 질 향상 도모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시민, 공직자와 함께 ‘용인 르네상스’를 실현해 용인시를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9월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행정타운의 시청 주변은 시민의 날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광장에는 대형 무대와 천막 수십 동이 설치되었고, 리허설에 한창인 공무원과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시청 안으로 들어서자 청바지와 가벼운 캐주얼 차림을 한 공무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채색 정장 일색인 여느 관공서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취재진을 안내한 시 관계자는 “매주 금요일은 ‘진 캐주얼 데이’여서 복장이 자유롭다”고 했다. 이상일 시장 취임 후 나타난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일하는 문화 바꾸기를 시작했다. 회의와 보고서를 줄이고 가벼운 복장을 권했다. 시장이 먼저 청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했다. 이내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직된 공직 문화도 서서히 바뀌는 중이다. 사소하지만, 꽤 의미 있는 변화다. 이 시장은 언론과 국회 의정활동을 두루 경험했다. 언론의 자율성과 의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용인시의 변화를 도모하는 중이다. 올해 출범한 ‘대한민국특례시장협의회’ 대표회장도 맡았다. 이 시장이 꿈꾸는 용인특례시의 비전을 물었다.

언론인·국회의원으로 쌓은 경험이 시정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나?

“굉장한 도움이 된다. 기자는 본질을 파악하는 훈련이 잘 돼 있잖나. 보고받는 내용을 금세 파악할 수 있고, 또 기자로 일할 때 늘 질문하던 습관이 있어서 물어보는 과정에서 시정 현황을 더 깊이 알게 된다. 기자를 그만둔 뒤 용인에서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으로 활동해서 지역 사정에 밝다. 이런 경험들이 신중히 결정할 일과 빠르게 진행할 것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선 경험들과 비교할 때 시장의 직무는 어떤가?

“다 공익적인 활동이지만, 시장직은 훨씬 농밀하다. 해야 할 일의 양이나 권한 등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하루에 처리하는 업무보고만 해도 30건이 넘는다. 여기에 수시로 현장도 나가봐야 하고,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당연히 피로감이 있지만, 시장이 감당해야 할 고난이라 여긴다. 시정을 고민하느라 불면증이 생겼지만 ‘행복한 불면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시민들이 응원해주고 공직자들도 잘 뒷받침해주니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든다.”

복장은 자유롭게, 회의는 간소하게


▎9월 21일 이상일 용인시장이 수지도서관에서 시민 100여 명에게 그림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재능 나눔 서비스 ‘휴먼북’에 등록해 시민이 원하면 자신의 관심사인 예술과 인문학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 사진:용인시
금요일을 ‘진 캐주얼 데이’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용인특례시 공직자들은 체육복 차림이나 찢어진 청바지, 과한 노출이 아니라면 금요일에는 편안한 복장으로 일할 수 있다. 평일에도 재킷이나 넥타이를 매라고 권하지 않는다. 8월 초 영상회의로 7급 이하 직원들과 만났다. 일상에서 작은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하루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근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직원들이 손뼉 치며 화답했다. 곧바로 ‘진 캐주얼 데이’를 시작했다. 직원들 만족도는 꽤 높다. 이 문화가 정착되면 업무 능률도 오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발상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회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직원들 반응은?

“취임하고서 가장 먼저 바꾼 게 회의 운영방식이다. 매주 열리던 간부회의를 월 2회로 줄였다. 읍·면·동장도 월 1회만 영상으로 회의한다. 또 내가 주재하는 모든 회의는 30분 이내에 끝내는 걸 원칙으로 정했다. 그래서 실·국·사업소별 주간업무계획을 모으는 것도 없앴다. 직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회의를 위한 보고 자료를 만드는 일이었다. 보고하느라 행정력을 낭비하는 사례다. 이런 변화를 직원들은 크게 반긴다. 언제든 직원들이 소그룹으로 내게 요청하면 식사하면서 대화하는 소통을 제안했더니 너무 많이 몰려서 추첨으로 뽑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강의하는 시장’이란 별명이 있다던데?

“저는 ‘배워서 남 주자’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술과 문학, 음악을 좋아해서 틈틈이 공부하고 자료도 정리한다. 시장이 되고 나서 노인대학에서 그림 관련 강의를 했다. 또 시민과 공직자를 대상으로도 예술과 인문학 관련 강의를 종종 한다. 수지도서관에는 미술 인문학 분야 휴먼북을 등록하기도 했다. 휴먼북 서비스는 시민 모두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멘티가 돼 자기 경험과 지식을 소통하는 문화운동이다. 휴먼북 코너에서 ‘이상일’을 뽑으면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누는 식이다. 우리 시의 시정 비전인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를 구현하는 방편이다.”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라는 시정 비전은 어떤 가치가 담겼나?

“시민과 공직자가 뜻을 모으고 행동해 새로운 용인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다. 공공서비스의 수혜자로서 수동적인 시민이 아니라 아이디어 제공부터 예산 편성과 집행까지 시민이 공직자와 함께 움직이는 행정을 해보자는 취지다. ‘용인 르네상스’는 지역 산업뿐만 아니라 도시의 모든 부문을 고루 발전시켜 업그레이드된 용인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크게 ‘반도체 르네상스’와 ‘도시문화 르네상스’로 나뉜다. 시의 동서를 관통하는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과 ‘L’자형 반도체 벨트를 구축해 우수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들어오면 용인의 반도체 경쟁력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견줄 수 있을 거다. 또 첨단 기업 입주와 연계한 각종 생활 인프라를 필요한 곳에 배치해 균형발전을 꾀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민이 직접 미래 용인시를 구현하는 게 도시문화 르네상스의 지향점이다. 처인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기흥구 용인플랫폼시티 개발계획 등 체계적인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해 난개발의 흑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시민이 원하면 찾아가 ‘강의하는 시장’


▎이상일 용인시장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계기로 용인시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반도체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 뒤에 펼쳐진 조감도는 2027년경 모습을 드러낼 SK하이닉스 공장의 전경이다. / 사진:김현동 기자
반도체를 용인의 대표 산업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용인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용인의 서쪽인 기흥에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용인의 동쪽에 들어설 예정이다. 북쪽에는 83만여 평(약 275만㎡)에 플랫폼시티란 이름의 첨단산업 관련 연구시설과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온다. 이 정도면 반도체의 메카라고 할 만하지 않나? 이 세 거점을 선으로 이으면 ‘L’자 모양이 된다. 용인시 전체를 아우르는 반도체 벨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복안이 궁금하다.

“우선 원활한 물류 교통망이 중요하다고 보고 반도체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고속도로는 기흥에서 남사, 이동을 거쳐 원삼을 지나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노선을 생각했다. 하지만 설계용역을 거치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 마침 민간에서 화성 봉담읍에서 용인 남사와 이동, 원삼, 백암을 지나 충주를 잇는 73㎞ 길이 민자고속도로가 제안돼 국토부에 이 노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잇는 국지도 57호선 일부 구간 확장도 필요하다. 반도체클러스터 내에 건설할 도로 폭은 30m가량인데 산단을 벗어나면 산길을 따라 왕복 2차선으로 비좁아 반도체 기업의 물류 이동과 시가지 접근성이 떨어진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 양성도 도울 계획이다. 반도체AI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용인의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추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반도체산업 육성 및 지원조례’ 제정도 준비해 11월에 시의회에 상정하려 한다.”

그만한 일을 하려면 조직도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부서를 신설하려고 한다. 특례시가 되어서 국을 하나 만들 수 있다. 가칭 ‘신성장전략국’을 만들려고 한다. 신설 부서는 신성장 전략 기획과 반도체, 4차산업 융합,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메타버스, 의료·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특히 핵심 산업이다.”

‘반도체 메카’ 발돋움 위해 인프라 확충 절실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두고 여주시가 남한강 용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착공이 늦어지는 것도 여주시 반대 영향은 아닌가?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지난 4월 착공계가 제출돼 이미 시작됐다. 지금 상황이라면 2026년까지 용지조성사업이 진행되고,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공장은 2027년 상반기에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토지 수용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다. 내년 초쯤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기공식을 할 수 있을 거로 본다. 대통령께서 착공식에서 반도체클러스터 육성 의지를 피력한다면 이를 근거로 우리는 교통망 확충을 국토부에 요청하려고 한다. 최근에 여주시장도 만났다. 여주시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다만 중앙정부와 SK하이닉스가 원만히 타협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특례시 시장협의회의 초대 대표회장을 맡았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8월 18일, 민선 8기 4개 특례시(용인·수원·고양·창원) 시장들이 용인시청에서 처음 만나 특례시의 실질적 특례권한 확보를 위한 ‘특례시 특별법’ 제정과 특례시 소통창구 마련을 위한 ‘특례시 지원기구’ 구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제가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특례시로 승격되고 어느 정도 권한은 확보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특히 광역시급에 준하는 행정·재정 권한을 담은 특별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 또 중앙부처와 광역단체, 특례시 사이에 의견을 조정하고 협의할 기구가 없어서 어려움이 크다. 앞으로 대표회장으로서 적극적으로 국회, 정부 등 정치권과 소통하고 협력할 생각이다.”

이런 일들을 원활히 진행하려면 중앙정부와 소통이 무척 중요할 거다. 이 시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워낙 가까워 종종 연락도 하고 만난다. 마침 특례시장협의회 대표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행안부 장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교육부 차관이나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과도 잘 아는 사이니까 반도체AI 고등학교 설립에 대해 도움 주십사 요청했고, 비교적 전망이 밝다. 이런 게 다 시장으로서 내 역할이고, 시민들이 내게 일을 맡겨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 연세대 행정학 박사(수료)
■ [중앙일보] 기자
■ 제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 새누리당 대변인
■ 제20대 대선 윤석열 후보 상근보좌역
■ 제9대 용인특례시장
■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초대 대표회장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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