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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21세기 명의(名醫) 이야기(3)] 정남식 전 김대중 대통령 심장 주치의 

건강하려면 육식 줄여야… 황제 다이어트는 근거 없어 

혈관질환은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암에 비해 경각심 떨어지기도
흡연·음주는 혈관 건강에 적신호, 맵고 짜게 먹는 습관도 자제해야


▎정남식 필메디스내과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장 주치의였다. 그는 ‘국내 최고 심장전문의’, ‘심혈관계 질환 명의’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 김 전 대통령도 인정한 명의다.
모든 명의(名醫)가 어의(御醫)가 되는 것도 아니요, 모든 어의가 반드시 명의인 것도 아닐 것이다. 조선 왕국은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이 됐다. 옛 ‘어의’ 자리는 ‘대통령 주치의’가 승계했다. 정남식 필메디스내과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정한 명의다.

정 원장은 1998년부터 김대중 제15대 대통령의 심장 주치의 직능을 수행했다. 2009년 김 전 대통령이 선종했을 때도 그 곁을 정 원장이 지켰다. 정 원장은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과장, 의과대 학장, 세브란스 병원장,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연세의료원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원장 등 어깨가 무거운 자리에서 일했다. 연세대의료원 원장으로서 그가 표방한 모토는 ‘병원을 넘어(beyond hospital)’였다. 그는 환자와 가족의 ‘병원 이후’를 고민했다. 2018년 정 원장이 개원한 필메디스 또한 ‘병원 이후’를 실천하는 현장이다. 필메디스는 ‘사랑과 의료로 소통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필(Phil, 사랑)+메(Med, 의료)+이(Interwork, 소통)+스(Society, 사회)다.

방배동에서 필메디스 내과의원 운영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정남식 당시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이 회복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022년 9월 27일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사망 원인은 암(8만2688명), 심장질환(3만1569명), 폐렴(2만2812명), 뇌혈관질환(2만2607명), 고의적 자해(1만3352명), 당뇨병(8961명), 알츠하이머병(7993명), 간질환(7129명), 패혈증(6429명), 고혈압성질환(6223명)이다. 대한민국 10대 사망 원인 중에서 최소 3개가 정 원장의 전공 분야와 관련된 셈이다.

필메디스는 서울 방배역 부근 효령대군묘와 가까운 한적한 주택가에 있다.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 장비를 모두 갖춘 병원이다. ‘국내 최고 심장전문의’, ‘심혈관계 질환 명의’라는 타이틀에 더해, 정 원장은 ‘경영과 행정의 달인’으로도 불린다. 대중을 위한 그의 저서로는 [최고의 고혈압 식사 가이드](2012), [최고의 심장 명의 정남식 교수의 심장병 완치 설명서](2010) 등이 있다. 월간중앙 독자를 대신해 그를 만났다.

의사는 성직자나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얽힌, 공개할 수 있는 유익한 것이 있다면?

“정확하게 12년 모셨다. 청와대에 들어가신 1998년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내가 임종을 지켜봤다. 퇴임 후에도 세브란스에 주로 오셨기 때문에 내가 일주일에 3번 뵀다. 동교동 사택에도 일주일에 3번을 갔다. 심장 문제로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심장이 아니고 폐렴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의사 말에 100% 따르는 매우 성실한 환자였다. 그는 ‘정 박사가 명의는 명의야. 시키는 대로 했더니 숨이 한결 좋아졌어’라고 한 적도 있다. 내가 네덜란드를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너무 부러운 게 많았다. 대통령께 ‘네덜란드에 가보니 복지시설을 비롯해 많은 게 좋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내 눈에는 네덜란드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제도적 혜택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첫 마디 반응이 의외였다. ‘서구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거든요.’ 나는 깜짝 놀랐다. 흔히 그를 좌파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는 김대중은 그런 생각이 안 들게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쟁 없는 사회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의 실사구시(實事求是)는 항상 상인의 실리와 선비의 정신 사이에 균형을 추구했다.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놀고먹는 법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일본과 우호 협력을 굉장히 중시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떨어질 수 없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천년 만년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과거는 과거이고 앞으로, 특히 우리 젊은 세대가 많은 교류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양국이 발전한다’는 그의 말을 귀가 따갑게 많이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문화를 오픈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확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많은 사람이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선종 당시 85세로 상대적으로 장수했지만, 운동은 별로 안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로 고관절을 다쳤다. 걷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그 이후로 운동하고 싶어도 못했다.”

일반인은 혈관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 같다.

“그렇다. 우리는 암 조기발견에 엄청난 노력과 경비를 지출한다. 암이 무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혈관질환이 무섭다는 것은 잘 모른다.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증상이 없다고 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질환으로 가장 많은 이가 심장질환, 그다음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셋째가 폐렴이다. 암이 사망원인 1위인 이유는 모든 종류의 암을 같은 범주에 넣기 때문이다.”

“고기는 비계·기름 빼고 살코기를 먹어야 좋다”


▎정남식 원장의 저서 [최고의 고혈압 식사 가이드](2012). 정 원장은 “매운 음식이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짠 음식은 영향을 미친다”며 소금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고혈압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고 또 “아는 게 힘”이라고 한다. 의학자 관점에서 이 말들은 어떤 뜻으로 다가오는가?

“‘모르는 게 약’은 스트레스를 주는 정보에 해당한다. 거짓 정보는 모르는 게 낫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은 병의 원인이 되고 또 병을 키운다. 요즘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 그런데 일반인은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별할 능력이 없다. 유익한 정보는 충분히 많다.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된 정보를 모아둔 유튜브나 사이트를 찾아가면 된다. 세브란스,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등 대학마다 신뢰할 만한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영리를 중시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건강한 의구심이 필요하다. 특정 제품을 먹으면 혈관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선전하는 곳도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공민’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선생님은 칠판에 ‘아는 것이 험이다’라고 적으셨다. ‘힘’이 아니고 ‘험’이었다. 위험(危險)의 그 험이다. 지식은 내게 힘이 되지만, 위험이 될 수도 있다. ‘고혈압 약을 일단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같은 잘못된 ‘가짜 상식’이 ‘험’이다.”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그런데 나름 ‘용하다’는 치료 방법이 너무 많다.

“학계와 대학에서 인정한 치료를 하면 된다. 대학에서 하는 치료는 우리가 100% 따라갈 수 있다. 사이비 진료가 많은 게 현실이다. 대학에서는 사이비 치료는 안 한다. 어떤 치료가 좋다더라는 말이 들려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세 명의 의사에게 소견을 얻을 필요가 있다.”

한국 음식은 건강에 좋은 음식인가?

“우리 한국 음식은 세계적으로 월등한 건강 음식이다. 단지 고기 기름을 조심해야 한다. 기름이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한다. 물론 습관이다. 고기가 들어가면 부들부들해 씹기도 좋다. 육즙이 나오는데, 육즙은 다 기름이고 콜레스테롤이다. 우리가 못 먹고 살 때는 돼지고기 비계를 먹어야 했다. 지금은 먹을 게 너무 많다. 가능하면 고기 기름을 잘라내고 살코기를 먹어야 좋다. 나는 환자들에게 고기를 드시되 대신 기름은 짜내 버려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제는 스마트하게 먹기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한류 열풍으로 ‘삼겹살에 소주 한잔’, 조미김, 떡볶이, 라면 등이 해외에서 유행이다. 하지만 삼겹살에 소주는 나쁜 것 아닌가?

“나쁘다. 환자들은 자신의 피가 어떤 상태인지 볼 수 없다. 나는 환자들이 오셨을 때 피를 뽑아서 ‘본인 피를 깨끗한 피와 비교해 보시라’면서 보여드린다. 다들 깜짝 놀란다. 정상적인 피는 오줌 색처럼 깨끗한데 피가 완전히 우윳빛인 환자가 많다. 그걸 보여주고 나면 환자들의 식생활이 바뀐다. 특히 육식을 많이 하는 몽골 사람들이 혈관질환 때문에 수명이 짧다. 황제 다이어트 이런 것들은 정말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평생 살아가면서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 할리우드 스타의 어린 자녀 중 상당수가 김을 간식으로 먹는다. 문제가 없는가?

“김에 바르는 기름은 식물성 기름이니까 괜찮다. 참기름 아니면 들기름, 옥수수기름을 바른다. 지나치게 짠 조미김은 문제다. 우리가 먹는 스낵 중에도 너무 짠 게 많다. 조금 더 싱거울 필요가 있다.”

떡볶이는 건강에 어떠한가?

“우리가 젊었을 때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데 나이 들수록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못 먹게 된다. 위 점막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짠 음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위축성 위염이 많은 것은 음식이 짜고 매운 게 문제가 아닌가 한다. 고추도 맵지 않은 고추가 있다. 어떤 고추는 빨간색이면서도 맵지 않다. 더군다나 맛있다. 매운 음식이 심혈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짠 음식은 영향을 미친다. 소금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김치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세계인들 사이에 ‘피부가 고와진다’, ‘코로나에 좋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김치는 굉장히 좋은 음식이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음식이다. 한국인은 김치 없으면 못 산다. 김치가 덜 맵고 덜 짰으면 좋겠다. 사실은 짜지 않고 맵지 않은 김치가 굉장히 맛있다.”

라면은 순한 맛으로, 스프는 절반만 넣어라


▎정남식 원장의 저서 [최고의 심장 명의 정남식 교수의 심장병 완치 설명서](2010). 그는 혈관질환은 평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라면에 대해서는, ‘오명’과 달리 건강에 괜찮다는 주장이 있다.

“라면도 맵고 짜다. 그렇지 않은 ‘순한 맛’ 라면도 있다. 스프를 다 넣지 말고 절반만 넣을 필요가 있다.”

심혈관질환 치료가 만만치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심혈관질환은 먹는 것을 조심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인이 딱 한 가지라면 그것만 고치면 되는데 그렇지 않다. 다양한 요인이 포함돼 있다. 유전적 요인, 담배, 알코올, 스트레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국에는 심혈관질환으로 나타난다. 심혈관질환은 완치 개념이 없다. 먹는 것 외에 모든 것을 어렸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 반면 암은 완치가 될 수 있다. 절제해 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위협요소를 가졌는지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담배가 문제다. 전자담배 피우면 괜찮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담배 속에 들어 있는 나쁜 물질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혈관 벽 세포를 망가뜨린다. 쉽게 말해 비무장지대 지키는 초병을 다 죽이고 철조망마다 부수고 다니는 것이다.”

사교형 음주는 한 시간에 맥주 500cc 적당


▎정남식 필메디스내과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장 주치의였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킨 의사였으며,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서거 소식을 밝히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흡연자들은 자신의 흡연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1875~1997)을 인용한다. 칼망 할머니는 122년 164일을 살았는데 굉장한 골초였다.

“전 세계 인구 중에서 칼망 할머니는 딱 한 가지 사례다. 대다수는 빨리 죽었다. 90세까지 산 윈스턴 처칠도 줄담배를 피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타고난 혈관 벽이 정말 철조망처럼 단단하다. 그런 사람이 전 인류 중에서 몇 명이나 되겠는가. 담배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것과 똑같다.”

술은 괜찮은가?

“술을 마시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간 수치가 올라간다. 지방간이 오고, 간경화가 온다. 알코올성 치매가 온다. 술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된다. 술 때문에 심장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을 것이다. 술을 먹게 되면 협심증이 잘 온다. 음주 후 다음 날 새벽에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던 경험이 있는가? 술은 혈관 경련을 잘 일으킨다. 과음을 오래 하다 보면 고혈압이 생긴다. 특히 심방세동이라는 무서운 부정맥이 생긴다. 심장 근육이 흐늘흐늘해져서 심부전증이 생긴다. ‘내가 술에는 장사야’라는 사람은 바보다. 할 일도 많은 이 좋은 세상에서 음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술은 간세포, 뇌세포, 심장 세포, 혈관을 망가트린다.”

적절한 음주는 어떠한가?

“사교형 음주가(social drinker)라면 한 시간에 맥주 500cc다. 두 시간 기준으로는 1000cc까지다. 왜냐하면 술을 먹으면서 소화하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런데 30분에 1000cc는 많다. 그 경우엔 과음이다. 와인으로는 한 잔 가득이 아닌 절반 정도로 두 잔 정도가 적당하다. 소주로는 네 잔 정도다.”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가?

“운동이라는 것은 땀이 나야 그만큼 근육도 생기고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천천히 걷는 것보다는 빨리 걷는 것이 운동이다. ‘나는 살을 빼야 하니까 등산부터 가겠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다. 과체중인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다가 관절이 망가진다. 운동을 더 못하는 상태가 된다. 등산하기 전에는 자기 근육을 꼭 단련해야 한다. 걷는 운동을 하더라도 꼭 다리 근육부터 1~3달 키운 후 진행해야 한다.”

장수하고 싶으면 일 년에 한 번씩 검진 받아야


▎정남식 원장은 건강 앞에 만인은 공평하다고 말한다. 재산이 많건 적건 불안하고, 자기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누구나 “돈이 많으면 뭐 해. 건강이 최고지”라고 한다.
막연하게 ‘아마 나는 무병장수할 거야’ 하는 낙관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병 걸려서 빨리 죽는다’는 불안감에 사는 것보다 ‘나는 안 아프고 오래 살 거야’ 하는 게 정신적으로는 굉장히 좋다. 단 일 년에 한 번씩 검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그 어떤 질환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성격과 심혈관 건강 사이에는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가?

“예를 들면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모든 일을 내가 해결해야 하고, 모든 고민을 다 떠안고, 남을 믿지 못하고···. 이런 것들 모두 인과관계가 있다. 포용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떠한 자극이나 스트레스에도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내 마음이 해를 입지 않는다.”

수많은 최고경영자(CEO), 정치인, 오피니언리더를 치료했다. 그들이 특별히 건강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는가?

“없다. 건강 앞에 만인은 공평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병에 걸릴 때는 가진 재물의 정도와 관계없이 똑같다. 재산이 많건 적건 불안하고, 자기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다시 건강해지면 내가 뭘 또 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누구나 ‘돈이 많으면 뭐해 건강이 최고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월간중앙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나는 의사로서 평생을 살아왔다. 또 교육자로서 살았다. 직업(職業)이라는 말은 ‘직(職)’과 ‘업(業)’으로 구성된 말이다. 직(職)은 직무나 직책을 일컫는다. 직에는 임기가 있다. 대통령직, 장관직, 국회의원직이라고 하지만 이것들은 직업이 아니다. ‘직’과 ‘업’은 분명히 다르지만 ‘업’을 하면서 ‘직’이 주어질 수가 있다. 나는 ‘직’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65세를 끝으로 직함은 내려놓은 것이다. 그러나 ‘업’은 살아 있다. 제가 평생 할 수 있는 것이 ‘업’이라고 생각한다. 봉사를 하든, 사업을 하든… 기자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게 ‘업’인 사람을 글쟁이라고 한다. ‘업’을 우리말로 하면 ‘쟁이’다. 나는 ‘의사쟁이’다. ‘업’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월간중앙 독자들께서도 무엇이든 평생의 업을 이룰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고 또 계속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린다. 자기 분야에서 뭘 하든 간에 쟁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즐겼으면 좋겠다.”

※ 김환영 - 중앙 글로벌머니 지식칼럼니스트 서울대 외교학과와 스탠퍼드대(중남미학 석사, 정치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중앙일보에 지식전문기자로 입사, 심의실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서강대·한경대·단국대 등에서 강단에 섰다. 지은 책으로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따뜻한 종교 이야기] [CEO를 위한 인문학] [대한민국을 말하다: 세계적 석학들과의 인터뷰 33선] [마음고전] 등이 있다.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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