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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아나운서의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17) 

 

혼란의 시기, 진심어린 애도와 위로가 우선이다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참극을 기록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며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뿐이다. / 중앙포토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믿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핼러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을 찾았던 청년들이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숨조차 쉴 수 없는 고통 속에 죽어갔다. 순식간에 무려 156명이나 되는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참극을 기록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밤, 필자 또한 수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 수 없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현장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숫자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눈물이 나오는 걸 겨우겨우 참아내며 혹시라도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그중에 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간간히 전해오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이, 그리고 사회의 리더들이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는 각종 설화들이다.

사고 직후 여야의 대표 정치인들은 책임 공방을 벌이며 이번 사고를 정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 회피성 발언을 했다가 단 며칠 만에 공개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희생자들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며 동시에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그나마 기업인들만은 이 안타까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듯하다. 연말 마케팅 활동과 각종 대외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은 어찌 보면 애도의 진정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태원 참사의 충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당신이 성숙한 어른이라면, 나아가 조직과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리더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며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건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누군가를 탓하려거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무릎에 피가 나도록 밤새도록 심폐소생술을 한 시민 영웅들, 구급대원들과 간호진, 의료진을 기억하자. 그리고 생명과도 같은 가족 그리고 친구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자. 혼란의 시기, 진정한 리더에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도와 위로이다.


※필자 소개: 리더스피치 대표이자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저자. KBS 춘천총국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대에 맞는 스피치를 연구하며 각 기업체 CEO, 임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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