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신목민관열전] 서울시 유일한 3선,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성동격찬’ 

“청년의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포용도시’ 꿈꾼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취임 10년 만에 ‘떠나는 도시’에서 ‘이사 오는 성동’으로 탈바꿈
유니콘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 모여들어 벤처 메카로 자리매김
전화번호 공개 등 격의 없는 소통으로 시민 행정 만족감 높아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지역 자치구 중 유일하게 3선에 올랐다. 그의 임기 10년 동안 성동구는 낙후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서울 성동구는 근래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다. 오래돼 낡은 이미지였던 성수동은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해 청년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젊은 세대 유입이 늘고 있는 흔치 않은 동네다. 최근의 부동산 활황기 때 강북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3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며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불리기도 했다. 불과 10년 만에 하루하루가 다를 만큼 변화무쌍하다.

눈에 띄는 현격한 변화는 자연적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기획자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변화를 일으키는 자양분은 리더의 감각과 열정이다. 성동구가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정원오 구청장의 재임 기간과 겹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11월 15일 서울의 자치구 중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한 정 구청장을 만났다.

구청 1층이 자유분방한 도서관 같다. 성동구의 ‘힙’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도 같다.

“원래 로비와 커피숍이 있었다. 딱딱한 관공서 느낌을 벗어나 좀 더 친근할 수 없을까 고민해서 북카페 콘셉트로 만들어봤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건 물론이고, 자매 도시인 몽골 울란바토르의 바이안갈구에서도 찾아와 보고 새로 지은 학교 1층을 똑같이 만들었더라. 수출까지 한 셈이다.”

주민들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여름에는 무더위 대피소 역할도 한다. 책을 보든 주무시든 누구도 뭐라 안 한다. 아이와 온 가족이 주말에 와서 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즐겁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달라.

“[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김영사)이란 책이 있다. 인간의 생각에 관한 고민과 실험 결과를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분이 썼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돼 젊은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한다.”

서울에서 유일한 3선 구청장이다. 성동에서 시작한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된 사례가 많은 걸로 안다.

“2018년에 언론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현금 복지 경쟁을 지양하자는 제안을 한 적 있다. 현금 복지 경쟁은 공멸의 길이다. 복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그 뒤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여야 할 것 없이 90% 이상 자발적으로 가입했다. 몇 가지 통일된 안도 만들어서 서울시는 구마다 달랐던 출생 축하금과 무상 교복, 보훈수당을 통일시켰다. 우리 구에서 처음 시도했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나 필수 노동자 지원조례도 결국 법으로 만들어졌다.”

‘낡은 도시’ 10년 만에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주민들과 문자메시지로 소통한다. 하루 평균 30건 안팎의 메시지에 직접 답장해준다.
성동구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 몇 년 만에 확실히 바뀐 것 같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첫 선거 때 제 구호 중 하나가 ‘낙후된 성동구를 발전시키겠다’, ‘떠나가는 성동구를 살러 오는 성동구로 만들자’는 거였다. 요즘은 낙후란 말이 안 어울린다. 되레 이사 가는 시민들이 너무 발전시켜놓으니까 떠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격려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도시 발전의 그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성동구의 킬러 콘텐트라고 할 만한 ‘성수동’이 잠깐의 유행에 그칠 가능성은 없나?

“성수동이 뜬 지 10년쯤 됐는데 저는 계속될 거라고 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하지 않고 기업들이 오고 있어서다. 상업만 발전하면 유행을 탈 수 있지만, 기업들이 오면 도시가 살아난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으니 그에 걸맞은 상업이 발전하고, 소셜 벤처와 같은 젊은 기업들이 들어와 조화를 이룬다. 기업인들 얘기로는 구인하기가 좋다고 한다.”

젊은 인구 유입도 많이 늘었나?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30~40대 비중이 많이 늘었다. 10년 전에 도시계획을 세울 때 ‘3터’ 전략을 수립했다. 살기 좋은 도시는 ‘일터’, ‘삶터’, ‘쉼터’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는데 성동구의 경쟁력은 이를 두루 갖췄다는 데 있다. 두 차례 임기 동안 기업 유치와 소셜 벤처,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일터를 조성하고 복지·보육·교육·교통 등 생활밀착 행정을 통해 삶터를 개선했다. 서울 최대 수변도시라는 특성과 서울숲 등을 바탕으로 쉼터도 조성할 수 있었다. 성동구는 이 세 가지를 갖추며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고, 성동에 산다는 게 구민의 자부심이 됐다.”

전국에서 본받은 성수동의 임대·임차인 공생 비결


▎성동구청 1층은 누구나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북카페로 꾸며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도시가 급속히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둥지를 떠나야 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

“성수동 도시재생과 활성화를 추진하며 가장 중점에 두었던 게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었다. 전국 최초로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지정했다. 성동구·임대인·임차인이 상생협약을 맺었다.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서다.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 가맹점 입점을 제한하는 지속가능발전구역도 지정했다. 이러한 성수동의 노력은 전국적으로 주목받았고, 지난 2018년 제정된 ‘지역상권법’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성수동은 서울의 최고 ‘핫플레이스’인데도 임대료 연간 상승률이 약 2%에 불과하다. 상가 공실률은 0%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만족한 결과를 얻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주민이나 건물주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았나?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주민들을 직접 일대일로 만나 설득했다. 처음에는 상생협약 하자니까 우리가 왜 해야 하느냐고 거부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길러서 계속 잘 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더니 이해하시더라. 여기에 가수 인순이씨와 같은 셀럽들이 앞장서서 힘을 실어주셨다. 결국 70% 가까운 주민이 동참했다.”

주민들 얘기를 귀담아 듣는 구청장으로 소문 나 있다.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 시민과 문자 메시지로 소통한다던데?

“인터넷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가 있긴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지난 임기부터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주민들과 자유로운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 때는 문자량이 하루에 수백 통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지금도 일평균 20~30건가량 된다. 간혹 이걸 담당하는 공무원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분이 계시는데 문자를 통해 들어오는 의견들은 모두 제가 직접 읽고 답장한다.”

문자 소통에서 얻어지는 장점이 있나?

“문자를 통해 소통하면 복합 민원을 해결하기가 쉽다. 민원은 대부분 복합적이라 어느 한 부서가 처리한다고 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답을 하니 관련 부서 담당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구청 업무가 아닌 민원도 교육청이나 경찰서 등 해당 기관과 소통해 어떻게든 답을 찾아 드리고 있다. 보통 공무원이나 구청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을 때 가장 불편한 점이 ‘언제 정확한 답을 들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성실하게 ‘왜 어려운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 드리면 최소한 억울해하진 않는다.”

2014년에 [성동을 바꾸는 100가지 약속]이란 책을 출간했다. 100가지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나?

“구청장 선거를 준비하며 공부하고 구상했던 정책을 7대 분야의 100가지 약속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선 후 345개 약속 사업으로 세분화했다. 첫 임기를 마쳤을 때 공약 이행률은 93.6%였다. 지금까지 97개 약속을 이뤘고, 남은 3개는 일부 추진되거나 추진 중이다. 이 정도면 약속 잘 지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쉼·삶·일 ‘3터’가 조화로운 도시 만들어 간다


▎성동구 성수동은 청년들에게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개성 있는 상점과 아기자기하게 꾸민 벽화들이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수동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상생 협력 조례를 만들어 젠트리피케이션과 대기업 프렌차이즈 진입을 막았다.
성동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구상하는 발전계획이 있나?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으로 발전하려면 중장기적 도시비전과 계획이 필요하다. 구청장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실행계획’도 있어야 한다. 지난 5월 ‘2040 성동 도시발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4대 도약+4대 중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구청·경찰서를 이전해 왕십리역 일대를 ‘경제도약’ 신행정타운으로 조성하고, 생활SOC 집약을 통한 ‘행정도약’, 서울숲과 삼표 부지, 성수동 인근을 중심으로 한 ‘문화도약’, 덕수고 부지를 활용한 미래교육타운 조성 등 ‘교육도약’이 핵심이다.”

그동안의 대외활동 이력을 보니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쏠림’ 현상이다. 재벌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발생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작정 문제 제기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고 지자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한 패러다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와 협동으로 이윤까지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성수동 일대에 수많은 스타트업, 소셜벤처기업을 유치했다. 쏘카나 마리몬드처럼 유니콘이 된 기업들도 많다.”

유니콘이 나오면 그 유니콘을 꿈꾸는 청년들이 성수동으로 몰려드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인데?

“그렇다. 그런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또 청년들의 사회연대의식이 상당하다. 취임 초기만 해도 성동구에 소셜벤처가 12개였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도전 정신이 성동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제 구청장으로서 마지막 임기다. 이후엔 어떤 삶을 계획하나?

“여러 구상을 해보는데 늘 바뀌더라.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가도 또 어느 땐 다른 사업이나 자원봉사 활동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당장은 구민들께서 일 잘하라는 의미로 세 번째 당선을 안겨주셨으니 최선을 다해 세 번째 임기를 수행하고 성동구 발전을 위해 노력할 거다. 박수받는 구청장으로 임기를 마치는 게 당장의 목표다.”

※ 정원오 서울시 성동구청장
■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졸업
■ 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개발경영 박사과정 수료
■ 양천구청장 비서실장
■ 임종석 국회의원실 보좌관
■ 제37, 38, 39대 성동구청장
■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
■ 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 회장
■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12호 (2022.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