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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2023년 경제 시나리오에 따른 최적 포트폴리오 전략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하라 

달러 강세에서 비롯된 주식·채권·부동산 시장 약세 새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듯
인플레 정점 찍었다는 시그널에 유가도 하락 중, 9월 연준 통화정책 전환 기대


▎한국의 외환 딜러들이 미 연준 관련 기사를 모니터에 띄워놓은 채 일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 미국이 미치는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을 돌이켜보면, 2018년 이후 가장 투자하기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CPI 상승 폭이 두 달 연속 둔화됐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찍었다는 방증으로 본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는 2022년 12월 15일 마지막 FOMC에서 시장 예측에 부합하는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밟았다.

현재 상황에서 미 연준은 2023년 상반기 두 차례 베이비스텝(0.25%p)을 한 뒤,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금리 인하가 더 빠를 수 있다. 왜냐하면 금리 인상을 한국은행이 먼저 시작했고, 한국의 경기가 미국보다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1%대가 예상되고, 물가상승률은 곧 5%가 깨질 것이다. 금리 인상에 관한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채권·주식 등 주요 자산가격은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 왜 이렇게 자산시장의 난이도가 올라갔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는 한편, 시나리오별로 2023년의 변화 방향을 예측해봤다.

트리플 약세의 원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공급발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이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자산시장이 트리플(원화·주식·채권) 약세를 겪게 된 가장 직접적 원인은 달러 강세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과 인플레 사이에 강력한 연관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급등하고,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있다.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춰지는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에 대한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더 나아가 국내 일부 산업, 특히 농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도 해외 상품 의존을 높였다. 예를 들어 2022년 10a(아르)당 쌀 생산량은 518㎏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6년 수준(539㎏)을 크게 밑돈 것이다. 영세한 농가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데다 농촌 노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문제는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수록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지만,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유발된 은행 예금금리 인상은 주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높였으며, 주택매수자들은 높은 이자 비용을 무릅쓰고 주택을 구입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저축성향이 높아지고 대출이 줄어드는 순간,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매주 외식하는 가계가 2주에 한 번 외식하기 시작하면, 자영업자의 소득 전망도 함께 나빠질 것이다. 경기가 나빠질 때, 주택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환율 상승의 충격은 비단 주택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이 확대될 것이기에, 주식시장의 수급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자신의 성과를 달러로 평가받기에, 달러 강세 국면에는 한국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이탈하는 게 이득일 것이다. 더 나아가 금리 인상으로 은행 예금보다 주식 투자의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 것도 증시 폭락을 유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2021년 하반기부터 달러 강세가 출현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유력한 원인은 미국의 실업률 하락에 있는 것 같다. 실업률이 1960년대 말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하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특히 2022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및 곡물 가격 급등이 출현하자,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라졌고 이는 곧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환차손에 대한 위험이 낮다는 것만으로도 달러 자산을 매입할 이유는 충분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있다. 실업률이 역사상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 즉 인플레를 고려한 임금 상승률이 지속적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인플레의 원인이 수요 요인보다는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면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주택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집세 물가의 인상은 분명 수요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다만 전체 인플레에 미치는 기여도 측면에서는 공급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급 충격이 계속되지 않는 한 인플레 위험은 서서히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금리 인하 시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한국 경제의 침체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 사진:연합뉴스
2022년 12월 초 시점에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데다 신규 계약을 맺은 월세 가격도 9개월째 하락하는 중이니 인플레는 이미 정점을 경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단행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왜냐하면 2022년 8월 열린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현재의 높은 인플레를 방치할 경우 시장 참가자의 인플레 기대마저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연준 입장에서 실업률이 역사상 최저 레벨인데, 굳이 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니, 2023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하반기에는 실업률의 본격적인 상승 속에 정책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을 계기로 소비가 얼어붙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 속에 모기지금리(부동산 담보대출금리)가 7% 선을 넘어서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꺾였으며, 신규주택 착공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건설·가구·가전 등 연관 분야의 고용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2021년 주식 및 주택 가격 상승을 계기로 수많은 이가 은퇴를 선언하며 ‘Great Resignation(大퇴사 시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연준이 2023년 하반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면 채권시장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 압력이 약화하고 정책금리가 인하될 때 채권금리가 떨어지며 기존에 발행된 고금리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채권 랠리의 시작은 국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생했던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성향이 높아졌기에, 정부가 발행한 채권부터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 하락이 본격화될 때, 주식시장도 이른바 ‘금융장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장세란 기업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실세 금리의 하락을 계기로 주식가격이 반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왜냐하면 레고랜드발 신용경색 속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정책금리가 인하되기 이전에는 대출금리를 인하할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최근 월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2020~2021년 이른바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한 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산시장 회복은 채권에서 주식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부동산 시장은 2023년 하반기 중 반등 시도가 나타날 듯하다.

블랙 스완이 나타난다면?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에는 두 가지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위험은 인플레이션인데, 우크라이나 전쟁 확산 및 기상이변 등의 요인이 겹쳐 에너지 가격이 재차 상승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채권가격 상승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자산시장이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위험은 국내 건설사의 연쇄적인 파산과 금융기관의 부실화 위험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지급보증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손실이 발생할 경우, 신용경색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 정책 금리는 떨어질지 몰라도 시장금리의 하락이 지연되고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두 가지 위험 모두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및 식량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과다해 ‘기상이변’이 나타나더라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책당국이 채권시장안정기금을 다시 가동하는 한편, 50조원 이상 규모 채권 매수에 나선 것도 PF발 부실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스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자산시장은 긴 동면의 시간을 보낼 우려가 있다. 국채시장만 반짝 호황을 누릴 뿐, 전반적인 채권시장의 부진이 지속되며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흐름이 지속되며 PF발 금융위기 공포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고공 행진하며 주식시장의 수급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워스트 시나리오의 출현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자산 내 달러 자산 비중을 적어도 30% 이상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chunukhong@frism.io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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