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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럭셔리 SUV,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월등한 가속력과 승차감에 하차감도 ‘흐뭇’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정숙성은 가히 끝판왕, 고속 주행에도 만족감
반응 속도 느린 T맵과 낮은 연비는 감점 요인


▎올 뉴 레인지로버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레인지로버 특유의 모던함·우아함· 정교함이 어우러져 있다. / 사진: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2022년 8월 말 올 뉴레인지로버(5세대)를 한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랜드로버가 1970년 처음 선보인 레인지로버는 50여 년간 세계 시장에서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서울 성동구에서 경기 안성시 일죽면을 거쳐 서울 중구까지 약 180㎞ 구간을 올 뉴 레인지로버 P530 모델로 운행했다. 이 차량은 스탠다드 휠베이스 5인승 가솔린 모델로, 가격이 2억2437만원에 달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탁월한 가속력이 압권이었다. 고속 주행 중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3톤(2750㎏) 가까운 차량 무게가 어우러져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단연 일품이었다. 그 비결은 엔진에 있다. 올 뉴 레인지로버 P530 모델은 브랜드 최초로 최고 출력 530마력의 4.4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각 실린더에 하나씩 총 2개의 병렬 트윈 스크롤 터보를 배치해 터보 래그를 최소화하는 등 최적의 효율성을 갖췄다는 게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설명이다. 76.5㎏·m의 최대 토크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이 4.6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에 달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승차감도 월등했다. 랜드로버는 올 뉴 레인지로버 전 모델에 올 휠 스티어링 기능을 최초로 탑재했다. 고속도로는 물론 도심의 좁은 도로에서도 평온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전기로 작동하는 리어 액슬은 최대 7.3도의 조향 각을 제공한다. 저속에서 리어 액슬을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낮은 수치인 11m 미만의 터닝 서클과 최고 수준의 민첩성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고속 주행에서는 리어 액슬이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해 한층 강화된 안정성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에는 또한 랜드로버 최초로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가 탑재됐다. 액티브 48V 전자식 롤 컨트롤 시스템으로, 다이내믹 주행 시 차체 롤링을 지능적으로 줄여 날카로운 반응성과 민첩성을 구현한다. 여기에다 4단계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 주행 시 차체를 16㎜ 낮춰 효율성을 높인다.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기본 75㎜에 추가로 60㎜를 높여줘 지형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 지상고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진보한 기술로 구현한 정교함


▎랜드로버는 올 뉴 레인지로버의 인테리어에도 최고급 소재와 웰빙에 초점을 맞춘 기술들을 적용했다. / 사진: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올 뉴 레인지로버는 ‘하차감(내릴 때 느끼는 만족감)’도 흐뭇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승·하차 시 차체를 50㎜ 낮춰주는 것은 물론 ‘전개식 사이드 스텝’이 작동해 우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운전자 또는 승객이 승·하차할 때 차체 하부에서 발판이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식이다. 승차감은 물론 하차감에도 신경을 쓴 셈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접지력과 차량의 주행 상황을 초당 100회 모니터링함으로써 프론트 액슬과 리어 액슬 간 최적의 토크를 예측하고 분배해 온·오프로드에서 최적의 트랙션을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 시스템도 적용했다. 고속 코너링 구간이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휠이 회전할 때 리어 액슬의 트랙션을 최적화해 향상된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액티브 락킹 리어 디퍼렌셜 시스템과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2 등 최첨단 주행 기술도 탑재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정숙성은 가히 ‘끝판왕’이었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 만족감이 남달랐다. 풍절음 등 외부 소음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도드라지는, 기분 좋은 엔진음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을 통해 실내에 전달되는 휠 진동·타이어 소음·엔진 소리를 모니터링하고, 진동과 소음에 대한 제거 신호를 생성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한 것 같은 차분한 실내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낮은 연비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시승 모델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6.8㎞에 불과하다. 시승일 전날 퇴근길과 당일 오전 총 약 25㎞의 서울 시내 주행을 했을 뿐인데 계기판의 주행가능 거리가 407㎞에서 376㎞로 뚝 떨어져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안성시를 거쳐 서울 중구까지 총 180㎞를 달리고 나서 확인한 잔여 주행 거리는 241㎞를 가리키고 있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에 따르면 올 뉴 레인지로버 P530(스탠다드 휠베이스 가솔린)의 연비는 도심 5.6㎞/ℓ·고속도로 9.0㎞/ℓ다. 현저히 낮은 도심 연비를 감안하면 고속도로 연비는 그나마 준수한 편이다. 반응 속도가 느린데다 버벅거리는 느낌마저 들던 내비게이션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국내 최다 사용자를 보유한 T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했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T맵 사용이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지만 주행 중 수도 없이 “경로를 이탈했다”며 ‘재탐색하기’를 반복했다.

모던 럭셔리 디자인은 ‘인정’


올 뉴 레인지로버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레인지로버 특유의 모던함·우아함·정교함이 어우러져 있다. 이음새와 경계를 최소화해 모던 럭셔리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측면에는 히든 웨이스트 피니셔를 적용해 도어와 유리를 매끈하게 연결했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특히 빔 범위가 최대 500m에 달하는 고화질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를 기본 장착했다. 랜드로버는 올 뉴 레인지로버에 시그니처 주간 주행등·다이내믹 방향 지시등·어댑티브 프론트 라이팅과 이미지 투영 기술 등을 함께 적용해 가장 진보적 헤드라이트 기술을 완성했다. 각 헤드라이트 내부에는 120만 개의 개별 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장치를 장착해 차량 경로에 있는 최대 16개의 물체를 인식하고, 그림자를 생성한다. 운전자를 위한 최적의 라이팅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도로 사용자의 눈부심을 방지해 야간 주행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 뉴 레인지로버 디자인에서 가장 현대적 모습을 담아낸 후면부에는 세계 최초로 히든-언틸-릿 테일라이트를 적용했다. 랜드로버가 모더니즘 디자인 철학에 맞춰 특별히 개발한 이 테일라이트는 작동 시 선명한 빨간색 LED가 켜지지만 작동하지 않을 때는 후면에 글로스 블랙 그래픽의 모습으로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랜드로버는 올 뉴 레인지로버의 인테리어에도 최고급 소재와 웰빙에 초점을 맞춘 기술들을 적용했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역대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큰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터치 스크린은 미니멀한 프레임 디자인을 구현했다. 센터 콘솔의 결이 살아있는 우드 피니셔에는 메탈 소재를 얇게 상감한 마이크로 메탈 인레이를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그제큐티브 클래스 시트를 적용한 2열은 4인승 좌석의 편안함과 5인승 좌석의 다목적성을 모두 구현한다. 2열의 중앙에 위치한 암레스트에 장착된 8인치 뒷좌석 터치스크린 컨트롤러는 완벽한 시트 포지션을 위해 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제어 기능을 제공한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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