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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모현민 역 배우 박지현 “대선배님들 연기 연극 보듯 구경...정말 최고였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모현민에 맞는 헤어‧메이크업‧의상 고심… 언행도 신비스러움 묻어나게 표현”
■ “진성준 역 김남희, 상상력 뛰어나… 결혼식 장면 찍을 때 연기에 소름 돋기도”
■ “이성민의 섬망 증세 연기, 엘리베이터 안 실수한 연기 보고 너무 감동해 눈물”


▎박지현은 배우 조한철(진동기 役)에게서 연기를 배웠다. 그는 선생님과 함께 같은 무대에 서서 감격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무엑터스
JTBC 〈재벌집 막내아들〉(정대윤‧김상호 연출, 김태희‧장은재 극본)이 지난 12월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계 1위 순양 그룹의 충직했던 머슴 윤현우(송중기 분)가 기업 승계 과정 암투에 휘말려 살해당한 후 순양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환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드라마는 극을 이끌어나가는 메인 플롯에 삼성과 현대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일화를 차용하며 화제가 됐다.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을 모티브로 한 진양철(이상민 분) 회장은 냉철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기업 총수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섬망 증세를 보이면서도 막냇손주를 아끼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순양가 사람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속 그 시대를 살아온 인물로 분하며 극 진행에 입체감을 더했다. 〈재벌집 막내아들〉 최종회는 시청률 26.9%로 마무리하며 JTBC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인 〈부부의 세계〉(2020·28.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관록의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가 바로 배우 박지현(28)이다. 그는 재벌가 장손 진성준(김남희 분)의 아내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모현민 역을 맡았다. 시대를 살아온 다른 배우들과 달리 교과서에서만 산업화를 경험하고 IMF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박지현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나잇대가 바뀔 때마다 가발을 고르며 머리의 가르마 방향까지 디테일하게 설정했다. 또 빈티지 샵을 돌아다니며 의상을 골랐다. 박지현은 누리꾼들로부터 ‘인생캐(인생캐릭터)’를 만났다며 〈재벌집 막내아들〉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현은 “나와 모현민의 싱크로율은 0%”라고 말하며 계산적인 극중 캐릭터와는 상반된 성격이라고 밝혔다. 드라마 종방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우 박지현을 만났다.

“작가님이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줬다"


▎박지현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웹소설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유미의 세포들〉(2021)을 연기할 때 도리어 원작의 내용이 방해됐다고 밝혔다. 나무엑터스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소감을 말해달라.

“작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1년 가까이 촬영했다. 함께 출연한 선배님들이 다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촬영 내내 ‘나만 잘하면 된다. 나만 재 안 뿌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현장에서 막내이다 보니까 긴장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 내가 비중이 큰 것도 아니었고 아직 실감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드라마 내 모현민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호평도 많이 받았다. 인기를 체감하는지?

“주변 사람들이 많이 얘기해준다. 검색을 많이 해보진 않아서 ‘정말 그런가?’라고 생각한다. 아직 얼떨떨하다. 그리고 드라마가 잘되긴 했지만 시청률로만 접했기 때문에 체감하지는 못했다. 길 가다가도 나를 알아본 분들이 없다. 내가 집 밖에 잘 안 나가기도 한다.(웃음)”

모현민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려질지 예상했는지?

“대본을 봤을 때 작가님이 캐릭터를 정말 매력적으로 그려줬다고 생각했다. 사실 역할을 열어놓고 오디션을 봤는데, 서민영, 모현민, 레이첼 세 인물의 오디션 대본이 현장에 준비돼있었다. 나는 세 개를 다 준비해 갔는데 감독님이 모현민만 연기를 시키는 거다(웃음). 그리고 바로 캐스팅됐다. 감독님이 모현민 대사 중 5화 공항 씬에서 화술을 조금 더 쫀득하고 긴장감 있게 해보라고 주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먼저 캐스팅 확정된 선배님들 라인업을 보고, ‘내가 여기서 함께 연기할 수 있다니!’ 정말 감개무량했다.”

캐릭터 소개만 봐도 학벌, 미모, 지성 어디 하나 모자람 없는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하고 준비했나?

“사실 모현민이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잖나. 모든 걸 숨기면서 ‘대체 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했다. 표정이나 눈빛에서 많은 걸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신비롭게 가려고 노력했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갈등을 조성해야 하는 인물이니까 화술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시대극이다 보니 스타일링 부분에서 보여줄 부분이 많아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팀이랑 논의를 많이 했다.”

스타일링 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헤어 부분에서는 결혼 전과 후로 캐릭터를 나눠서 표현했다. 자세히 보면 결혼 전에는 머리를 옆 가르마를 타고 있지만 결혼 후에는 앞가르마를 타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변화를 주려고 했고, 20대와 40대를 구분해야 되기 때문에 촬영 중 전부 가발을 이용했다. 메이크업은 그 시대의 메이크업 레퍼런스를 굉장히 많이 찾아봤다. 그때는 다양한 컬러 섀도와 진한 립스틱을 사용했었잖나. 그런데 아무래도 촬영장 조명이 많이 세다 보니 막상 화면으로는 섀도가 생각했던 것만큼 표현이 많이 안 돼서 아쉽다. 대망의 스타일리스트 부분에서는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내가 직접 빈티지 샵에서 옷을 구매했고 실장님을 비롯해 스타일리스트 팀원들과 같이 고민하고 실제로도 촬영에 활용된 제품이 많다. 모자도 직접 직구까지 했는데 브라운 모자 딱 한 가지가 채택됐다. 네일까지 신경 써서 옷과 화장에 맞게 팁을 매번 붙이기도 했다.”

“모현민, 나와 싱크로율 0%… 그렇게는 못살 것”


▎박지현은 이성민의 연기를 한 명의 시청자로서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이성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모현민이라는 캐릭터와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은?

“싱크로율 0%(웃음). 나는 모현민처럼은 절대 못 살 것 같다. 나는 ‘오늘만 행복하자’는 주의여서, 그렇게 미래를 예측하고 계산하는 모습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모현민의 야망은 순양을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는 것이었으니 만약 성공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더 많은 인생 캐릭터들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곤지암〉에 출연했을 때도 그렇고 출연작들을 보면 전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캐릭터 구축을 잘하는 듯한데, 본인만의 연기를 쌓아나가는 스타일이 있는지?

“가령 나는 작품을 준비할 때 한 씬이 있으면 상대 대사를 내가 직접 녹음한다. 중간중간 사이를 두고 녹음한 뒤, 그걸 틀어놓고 내 대사를 연습한다.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인데 막상 현장에 가면 그동안 했던 고민을 내려놓고 현장의 정서나 상황에 몰입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계산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나올 때도 있는 것 같다.”

드라마 최고시청률이 〈스카이캐슬〉을 넘어 jtbc 2위까지 올랐다. 이 정도 흥행을 예상했나?

“대본이 정말 재밌고 흥미로워서 이 작품은 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현장에서 매번 선배님들 연기를 연극 보듯 구경했다. 정말 최고였다. 진씨 집안이 모이는 씬에서는 촬영이 길어져도 ‘이거는 돈 주고 봐야 하는데!’라며 계속 현장에 있고 싶어했다.”

송중기(진도준 役)씨와 김남희(진성준 役)씨랑 함께 촬영한 장면에 대해 소회를 밝힌다면?

“사실 나와 송중기 선배님은 함께한 씬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와 함께 가장 많이 촬영한 배우는 김남희 선배님이고, 그분은 정말 천재다. 내가 물론 연기 경험이 길지는 않지만 나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상상도 못한 부분에서 거침없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 호흡을 맞출 때도 정말 진성준으로 느꼈던 것 같다.”

김남희씨의 상상력이란 어떤 것일까?

“진성준과 모현민이 결혼식 전에 신부대기실에서 반목하는 장면이 있다. 남희 선배님이 나를 먼저 도발한 뒤 마지막에 갑자기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띠는 거다. 그리고는 ‘먼저 나가볼게요’라고 말하고 나가는데 정말 소름 돋았다.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대본에 전혀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다시 작품서 만나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

이성민(진양철 役)과 붙는 씬이 많지는 않았지만 계속 지켜보면서 어땠나?

“개인적인 대화를 많이 하진 못했는데, 이성민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또 선배님이 현장에서 임하시는 자세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또 시청자로서 영상을 접했을 때 감탄한 씬이 많다. 진 회장이 섬망 증세를 보인 장면과, 진도준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함께 있다가 실수했을 때가 그렇다.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고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싶은 수식어나 평이 있다면?

“현장의 감독과 스태프분들, 배우 선배들에게 ‘다시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결말에 대해 평가해준다면?

“전체적으로 말한다면 소름이다. 원작 팬분들도 워낙 많은 작품이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재밌게 대본을 봤다. 마지막 화가 어떤 식으로 편집되고 방송될지 기대된다.”

올해 20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이 박지현 개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다들 아홉수를 말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딱히 올해가 20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이제 만 나이가 적용돼서 내년에도 20대이다.(웃음) 올해 세 작품을 작업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재벌집 막내아들〉, 그리고 영화 〈히든페이스〉인데, 세 작품을 하며 스텝, 배우분들이 많은 사랑을 주셨던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여기에 더해 이렇게 〈재벌집 막내아들〉이 많은 사람의 응원과 관심을 받아 행복했다.“

내년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하루하루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에 영화 〈히든페이스〉가 개봉한다. 김대우 감독님 작품이고 조여정, 송승헌 선배님과 함께 촬영했다. 영화가 개봉돼서 얼른 많은 분이 내 새로운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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