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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CEO 격전지(1) ‘K-배터리’] 권영수(LG엔솔), 최윤호(삼성SDI), 최재원(SK온) 불꽃 경쟁 

권영수·최윤호 대체로 맑음, 최재원은 흐리고 한때 비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2023년 화두는 질적 성장,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공격적인 증설 투자는 호재
수요 감소에 가격 하락 가능성, 환율 하락 시 해외 투자 악재, 공급 과잉 우려도


▎올해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수요 증가로 호실적이 기대된다.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을 책임진 수장들의 어깨가 무겁다.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최재원 SK온 부회장. / 사진: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왼쪽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 경기침체는 여전하다. K-산업의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배터리·바이오·반도체·수소·로보틱스·디스플레이 업계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부침이 예상된다. 월간중앙이 그룹 전체의 사활을 어깨에 짊어진 주요 산업의 CEO를 평가하는 이유다. 첫 번째는 ‘K-배터리’의 수장들이다. [편집자 주]

'한국의 진격 vs 중국의 반격’. 최근 몇 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두고 펼쳐진 K-배터리와 중국 배터리의 경쟁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2022년 4분기에도 호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수주 잔고가 넉넉하고, 북미 시장의 소비 증가와 시설 투자 등 호재 덕분이다. ‘K-배터리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배터리 제조3사의 진격은 올해도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제적 투자를 통해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 돌입, 공장 가동률 회복 등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배터리 3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액 35조6346억원에 영업이익 2조4639억원, 삼성SDI가 매출액 25조993억원에 영업이익 2조4683억원으로 전망했다. SK온은 매출액이 지난해 7조 규모에서 내년 13조원대로 크게 성장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을 책임진 수장들을 주목한다. 바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최재원 SK온 부회장이다. 특히 이들이 오너가의 탄탄한 지원을 받고 있어 K-배터리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전기차·배터리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최윤호 삼성SDI 사장을 대동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SK온은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8년 만에 경영 무대에 복귀하면서 점찍은 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룹 2인자로 불리는 권영수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업 위상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며 “각 그룹이 추구하는 신사업과 미래 비전에 배터리가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배터리 VS 중국 배터리 ‘진검승부’ 개막

올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영국이 2030년부터,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등 탄소규제를 강화하는 추세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세계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전기차 포함) 수요가 2023년 1200만 대, 2025년에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배터리 제조3사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여파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은 자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보조금을 주고, 배터리 부품과 소재의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 혜택도 지원하는데 국내 제조3사는 일찌감치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을 짓는 데 힘을 쏟았다. 수주 잔고도 두둑하다. 전기차·배터리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제조3사의 수주 잔고는 700조원이고, 2023년엔 100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가능성, 환율 하락 시 해외 투자 악재,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국내 업체 활동 반경의 축소 등이 그 요인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세계 각국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테슬라 인도량이 전망치에 못 미치는 등 전기차 구매 수요가 예상치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미국 공장 증설이 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중국의 반격도 경계 대상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누적기준)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총 사용량은 446.0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74.7% 늘었다. 이 중에 중국 CATL이 165.7GWh, 시장점유율 37.1%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위엔 중국 BYD(13.6%)가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소한 차이로 3위(12.3%)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연중 기록(월별 누적) 중 LG에너지솔루션이 BYD에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처음이었다. 두 업체를 포함해 CALB, 궈쉔 하이테크, 선와다, EV에너지 등 중국 기업 6곳이 세계 10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 포함됐다. 점유율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영향도 있지만 K-배터리 대비 30% 정도 저렴한 가격, 안전성 문제 개선으로 폭스바겐·볼보·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콜’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본격적인 질적 경쟁의 해’로 보는 분석도 많다. 시장침투율(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대체되는 정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기술력과 품질이 승부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제조3사 역시 ‘수율(양품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영수 LG엔솔 ‘북미 공략,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체결했다. / 사진:LG에너지솔루션
본인은 반기지 않는 표현이라 하지만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게 붙은 별명은 ‘해결사’, ‘소방수’, ‘구원투수’ 등 주로 위기를 돌파하고 기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에 관련됐다. 2007년 그는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에 취임해 흑자전환에 이어 회사를 글로벌 LCD 1위에 올려놓았다.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 본부장으로 임명될 당시 구본무 회장의 “전지사업도 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달라”는 당부는 아직도 회자된다.

2021년 11월 LG에너지솔루션 대표로 취임할 당시도 비슷하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GM 쉐보레 볼트EV, 현대자동차 코나EV 등에 배터리를 납품했는데 잇단 차량 화재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다. 마침 기업공개(IPO)를 앞둔 터라 더욱 민감한 시기에 그가 또다시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7월 ‘5년 내 매출 3배 이상 성장’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2027년엔 매출 66조원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배터리를 전자·화학과 함께 그룹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시장에선 “권 부회장이라면 어렵지 않은 목표”라고 평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계획을 연이어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2분기 실적 발표 시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25조원으로 조정했는데 시장에서는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부회장이 취임 후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역량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한 덕분”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점유율 12.3%로, BYD(13.6%)에도 밀려 3위 신세가 됐다. 다행인 것은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확장력이 우위에 있는 상황. 권 부회장은 지난해 IPO 기자간담회에서 “CATL에 뒤처져 있긴 하나 조만간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다. 수주 잔고도 우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CATL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미국·유럽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향후 유럽 대비 북미 시장 성장폭이 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과감히 북미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난해에만 완성차 업체 3곳과 북미 지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6%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2027년엔 두 자릿수로 달성하겠다는 것도 그의 목표다. 권 부회장은 “재료비와 공정 스마트화 등으로 인한 절감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점유율 보다는 기술 초격차’


▎최윤호 삼성SDI 대표(오른쪽 흰 셔츠)가 1월 5일(현지시간) CES 2023 행사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서 벤츠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고석현 기자
2021년 12월 최윤호 대표가 삼성SDI 사장으로 발탁되었을 때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 내 배터리사업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 등 재무 전문가로서 사업운영 능력이 탁월해 이재용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던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후 이 회장은 베트남·말레이시아 삼성SDI 법인 방문, 올리버 집세 BMW 회장 미팅 등 지원사격을 본격화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최 대표는 취임 1년 만에 회사를 점프시켜놓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1조9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조원을 넘긴 지 1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시킨 것. 시장에서는 “배터리 원재료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중심 수주 전략을 유지한 전략이 먹혔다”고 분석한다. 타사가 생산능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잇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SDI는 생산능력 확대 목표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제조3사 중 글로벌 시장점유율(5.0%)이 가장 낮지만 시장점유율 목표를 내세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대신 2030년까지 기술과 수익성 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겠다고 강조한다. 신년사에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제시한 그는 전기차용 배터리 신제품 적기 개발, 차세대 기술 선행 확보를 강조했다.

최 사장이 강조하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이끌 두 바퀴는 젠(Gen) 시리즈와 전고체 배터리다. 고부가가치 각형 전기차 배터리 젠 시리즈는 삼성SDI의 수익성 우위 전략의 핵심으로, BMW 등 고급차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착공에 들어간 삼성SDI는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해외 진출도 새해엔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가동한 헝가리 2공장 효과가 올해 1분기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1조7000억원을 투입한 말레이시아 원통형 배터리 2공장이 양산을 시작한다. 이어 2025년엔 스텔란티스와 함께 총 3조3000억원을 합작투자한 미국 공장이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 방문해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최재원 SK온 ‘그룹 분할 밑그림? 흑자전환 먼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H빔에 서명을 하고 있다. / 사진:SK온
최근 배터리 업계는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의 ‘광폭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SK온 대표로 취임하면서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그는 이후 해외 공식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3’에 참가해 현대모비스, 스텔란티스 등의 핵심 관계자를 만났고, 지난해 12월엔 SK온과 미국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주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사법 리스크 이후 SK온으로 복귀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한 최 부회장은 지동섭 SK온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성장전략 및 글로벌 네트워킹 구축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블루오벌SK이 그의 작품이다. 블루오벌SK는 628만㎡(190만평) 부지에 각각 43GWh 규모의 배터리 1·2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2025년부터 배터리 셀을 양산한다.

재계 일각에선 최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SK그룹 내 역할 분담을 전망하기도 한다. 향후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그룹 보다는 외부 단체 활동 등에 집중하고, 최 부회장이 SK온 등을 직접 챙기면서 경영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일종의 ‘그룹 분할 밑거름’이다.

그러나 최 부회장의 급한 과제는 재무건전성이다. 3분기 기준 SK온의 부채비율은 293%으로, 당장 추가 투자금 유치라는 난관에 맞닥뜨렸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가량을 지원받으며 올해 상반기 상환할 차입금은 마련했지만 장·단기 차입금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기를 놓친 것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엔 약 3조원 수준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건설을 원점에서 검토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주는 모습이다.

흑자전환도 발등의 불이다. SK온은 2022년 1~3분기 동안 각각 영업손실 2734억원, 3266억원, 1346억원을 기록하면서 201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CES 2023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최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은 변수가 많다. SK온은 조속한 시일 내에 흑자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K온은 2023년 흑자전환이 전망되지만 리스크도 있다. 공장 수율 안정화 및 운전자금 증가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경쟁 키워드는 ‘수주’에서 ‘자금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신규공장 설립 등에 투자할 대규모 자금 조달이 최대의 숙제가 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한 곳을 새로 건설하는 비용은 대략 1조5000억~2조원으로,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 모두를 쏟아야 공장 한 곳을 신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SK온이 약 3조원 수준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건설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투자비 증가와 조달금리 상승으로 기존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 증설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錢의 전쟁’ 돈맥경화 풀어야 질주 가능


“믿을 것은 ‘초격차’ 기술력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K-배터리 3사의 인기 비결은 배터리 소재와 제조 공정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다. 한국 3사는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는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데,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경쟁이 심해 중국·일본의 견제를 피해 미래 주도권을 잡으려면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이 들어가는데, 충격에 강하고 화재 가능성이 낮아져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충전 속도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국내 제조3사는 이르면 2026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산업계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강력한 내수, 파격적인 정부지원, 파상적 물량·가격 공세 등을 무기로 한국기업들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심하다가는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고기능성 소재와 차세대전지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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