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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과 차 한잔] 서흥원 양구군수의 지방 소멸 해법 

“지역 살리기, 지역과 기부자의 공감에서 시작”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제도 시행 전부터 전담팀 꾸리고 민간과 협력해 지정 기부 첫걸음
“민간 플랫폼 개방하면 일자리 늘고 고향사랑기부제 시너지 커질 것”


▎강원도 양구군은 고향사랑기부제와 공정관광을 연계하고 지정 기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등 한발 앞선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민간 플랫폼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양구군
양구군은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그 결실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시도한 지정 기부 프로젝트다. 그뿐만 아니라 ‘공정관광’을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한 지역 활성화 전략도 다른 지자체보다 한걸음 앞서 있다. 2월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서흥원 군수는 지역의 스토리가 담긴 고향사랑기부제가 방문객의 관심을 높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했다.

양구군의 고향사랑기부제 준비와 열정이 남달랐다.

“우리는 인구 2만15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지자체다. 접경지역이고 군부대 의존도가 높았다. 그런데 병력 자원이 줄면서 1개 사단이 빠져나갔다. 주말에도 제복 입은 군인을 거의 못 본다. 소멸 위기감이 어느 곳보다 높았다. 마침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기로 해서 우리도 TF를 구성해 활용 방법을 모색했다. 그렇게 꿀벌 살리기와 못난이 농산물 지정 기부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지정 기부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강원도 18개 시·군 중에 기부금 액수로 우리가 일등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행안부에서 민간 플랫폼으로 진행하는 걸 못하게 해서 결국 정부 지침에 맞춰서 하고 있긴 한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고향사랑기부제를 잘 활용하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에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그런 가능성을 확인한 게 큰 소득이다.”

군부대 빠져나가 지역 경제 타격, 공정관광으로 회복 노려

대개 출향 인사를 중심으로 모금 운동을 펼치는데 양구군은 방향이 전혀 다르다.

“처음엔 우리도 출향민 위주로 기부를 받는 걸 고민했었다. 기부자 중 출향민 비중이 한 70~80%쯤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예상과 딴판이었다. 기부자 중에 우리 양구군의 정책에 공감하는 분들의 비율이 출향민보다 훨씬 많았다. 지정 기부의 경우 특히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가 뚜렷하다. 그런 분들 덕분에 저희가 큰 힘을 얻었다. 앞으로도 로컬 자원을 잘 활용해서 기부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발굴할 생각이다.”

최근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례 발표도 한 것으로 안다.

“행안부가 민간 플랫폼을 쓰지 말라고 한 뒤여서 그날 민간 플랫폼의 필요성에 관해 말씀을 드렸다. 우리 양구군의 입장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해 우리 군이 나아갈 방향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기가) 좀 막막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방향을 갖고 간절하게 하고 있다. 민간과 협력하면 좀 더 제도가 활성화하지 않을까 싶다.”

고향사랑기부제에 공정관광을 접목하려는 구상도 참신하다.

“저도 처음엔 공정관광이란 용어가 생소했다. 정치적인 색깔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불편하기도 하고 고민도 했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보니 정말 좋더라. 내 나름으론 ‘착한 관광’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예를 들어 양구를 방문하는 분들이 양구에서 충분히 소비를 해주고, 우리 군민들은 방문객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방문자도 만족하고 지역 주민들도 오시는 분들에게 만족하면 상생의 모범이 되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정주 인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관계 인구나 생활 인구를 잘 활용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지역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나?

“2027년에 동서고속철도가 개통된다. 그러면 양구와 서울 용산역이 63분 거리로 좁혀진다. 완전히 수도권 생활 반경에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또 우리 군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까진 대회 개최하는 것에 그쳤는데 이제 선수단이나 임원단, 관람객을 모셔서 워크숍도 하고 지역 관광지를 안내해드려서 양구의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주민들이 주말에 힐링할 수 있는 편안한 곳을 찾게 될 테고, 양구에 정착하는 분들도 꽤 생기지 않을까? 준비만 잘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좀 더 잘 정착하고 기부 문화가 확산하려면 어떤 점이 더 채워져야 할까?

“고향사랑기부제는 어디까지나 기부다. 기부는 억지로 해선 안 된다.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양구군 정책에 공감해야 하고, 양구군 정서에 공감해야 한다. 공감대가 잘 형성되도록 하면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될 것으로 본다. 특히 지정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민간 플랫폼은 분명히 도입돼야 한다. 이런 것들을 다 공무원이 할 수는 없지 않나. 민간이 참여하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3호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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