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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이슈] 탄탄한 자회사 앞세워 기업가치 제고 속도 내는 SK㈜ 

첨단소재·바이오 비상장 자회사들, 그룹 신사업으로 자리매김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SK실트론·SK㈜ 머티리얼즈, 차세대 소재 기술 선점하며 빠른 실적 성장
SK팜테코는 지난해 매출 1조원 넘어서… 혁신 치료제 CGT 생산 준비 속도


▎SK㈜가 지난해 인수한 예스파워테크닉스 직원이 칩 제조 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SK㈜
최근 주요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주주 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일면서 관련 분야에서 지난 몇 년간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여 온 SK㈜가 주목받고 있다. SK㈜는 장동현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2017년부터 단순 지주사를 넘어 투자전문지주회사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투자를 통해 그룹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내거나 그룹의 신수종 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육성해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과 브랜드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던 기존 지주사와는 다른 전략이다.

장동현 부회장은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에 투자해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적의 시점에 투자 수익을 회수해 신규 투자와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도 구축했다. SK㈜는 투자 수익을 주주와 나누는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자사주 매입 중심의 새로운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배당 재원 일부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 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SK㈜의 이러한 방침은 유통 주식을 감소시켜 주가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한층 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SK㈜가 지난해 매입 완료한 약 2000억원의 자사주는 이사회 의결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대기업 지주사 CEO로서 거버넌스 혁신을 이끌어온 장동현 부회장은 올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K㈜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투자전문지주사로서 ESG 투자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성장 산업 선제 진입… 성장 기대감 커져


▎SK㈜는 장동현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2017년부터 단순 지주회사를 넘어 투자전문지주회사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 사진:SK㈜
자본시장이 주목하는 SK㈜의 사업 경쟁력 중 하나는 SK실트론과 SK㈜ 머티리얼즈로 대표되는 첨단소재 비상장 자회사들의 성장세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SK-첨단소재의 가치가 드러날 시간](2022년 11월 29일)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올해 SK㈜ 첨단소재 사업 실적에 대해 “첨단소재 사업의 기업가치만 해도 SK㈜ 시가총액을 대부분 커버”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 첨단소재 사업의 시작은 2015년 반도체 특수 가스 생산 기업인 SK㈜ 머티리얼즈와 2016년 실리콘 반도체 웨이퍼 생산 기업 SK실트론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였다. 첨단소재 산업은 고성능 컴퓨팅과 전기차 확산, 전력 효율성이 빠르게 증대되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더욱 효율적인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다. SK㈜는 이러한 첨단 산업의 지속적 혁신을 위해 고객 니즈에 맞는 핵심 소재와 부품 기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한다는 미션으로, 고성장 혁신 소재에 발 빠르게 투자해왔다.

투자업계는 SK㈜ 첨단소재 사업의 성장 비결로 ‘인수 후 통합 전략(PMI, Post-Merger Integration)’과 기 인수한 사업과 연관된 유망 영역에 진출하는 ‘볼트온(Bolt-on)’ 투자 전략을 꼽는다. SK㈜가 2015년부터 성사시킨 딜은 경영권 인수 10건, 합작법인 설립 및 지분 투자 9건, 자산 매각 2건 등이다. SK㈜가 투자 후 매각까지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SK㈜는 SK㈜ 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을 인수한 뒤 그룹이 보유한 제조·기술력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두 기업의 공정을 개선하는 등 제조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들 기업의 타깃 시장도 글로벌로 확장하는 등 PMI 전략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SK실트론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SK실트론은 2020년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현 SK실트론CSS)을 인수하며 전력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생산성과 품질 개선 과정을 거쳐 미국 미시건주 베이시티 공장에서 SiC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유일 SiC 전력반도체 설계·양산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까지 인수하며 SiC 전력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SK실트론은 전기차 등 전방 시장의 수요 고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300㎜ 실리콘 웨이퍼(Si Wafer)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방열·발열 복합소재 기술 업체인 테라온(Teraon)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고성능 열관리 소재 사업에도 진출했다.

SK㈜는 여기에 더해 반도체 프리커서(SK트리켐)·산업가스(SK에어플러스)·식각가스(SK레조낙)·포토 소재(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성장성 높은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볼트온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상승시켰다. SK㈜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8년 중국 동박 생산 기업 왓슨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차세대 고성능·고용량 전기차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 지분 투자,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선도 기업인 미국 ‘Group14’과 조인트벤처 설립, SK시그넷 인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투자 후 매각까지 선순환 체계 완벽 구축


▎SK㈜가 2021년 3월 인수한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이포스케시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다. / 사진:SK㈜
SK㈜의 이러한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SK㈜의 지난해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첨단소재사업 매출은 2조89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도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SK㈜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1180억원으로, 2016년 매출 5000억원, EBITDA 2000억원에서 6년 만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SK㈜의 첨단소재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미래 성장성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SK㈜는 고성장 영역 내 고난도 기술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진행해왔다. 보유 가치보다 매각 가치가 크거나 시너지 효과보다 매각 프리미엄이 높으면 과감히 투자 회수하고 고성장 영역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통해서다. 지난해 말 SK에어플러스가 보유한 산업가스 생산 설비를 1조원대에 매각하며 핵심 기술 기업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SK㈜는 이러한 전략 아래 반도체 소재, 전력·화합물 반도체, 배터리 소재에서 고성장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고성장 소재 사업으로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SiC 전력반도체 사업은 올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전자 제품, 5G 통신망 등에서 전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데 쓰이는 필수 반도체다. SiC 전력반도체는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실리콘(Si) 전력반도체 대비 약 10배의 전압과 섭씨 수백도의 고열을 견딘다. 특히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7% 개선하는 장점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SK실트론CSS는 이에 따라 생산 역량을 기존의 5배로 늘리기로 했다. 150㎜ SiC 웨이퍼 연간 생산량을 50만 장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로 미국 미시건 공장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한다. 지난해 일부 증설한 신규 공장들의 가동도 시작했다. SK실트론은 계약 물량에 기반한 안정적 증설을 진행 중이며, 올해 생산 역량의 90% 이상을 이미 수주한 상황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사업 매출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글로벌 톱 5 CDMO 목표 세운 SK팜테코

자본시장에서 주목받는 SK㈜의 또 다른 비상장 자회사는 SK팜테코다. SK팜테코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원료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이다. 2019년 SK㈜의 CDMO 글로벌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SK팜테코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합성 원료 의약품 CDMO 중 매출 기준 글로벌 톱 5에 오른 SK팜테코는 고성장 혁신 바이오 의약품 사업인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사업을 키워 2025년까지 연매출 20억 달러의 글로벌 톱 5 CDMO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SK팜테코는 SK㈜의 100% 자회사다. 장동현 부회장이 2017년 SK㈜ 대표이사로 부임하며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는 현지화 전략 아래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 기업을 빠르게 인수하며 성장했다. SK㈜는 2015년 SK바이오팜의 CDMO 사업 부서였던 SK바이오텍을 물적 분할했고, 2016년 100% 지분 인수를 통해 SK바이오텍을 직접 자회사로 전환했다. SK㈜는 2017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 2021년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 등 과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해외 CDMO 대상 크로스보더 딜 3건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글로벌 입지를 빠르게 강화했다.

이 가운데 이포스케시 인수는 기존 합성 원료 의약품 CDMO인 SK팜테코가 바이오 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CGT 분야에 진출한 계기가 된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는 지난해 초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내 생산 시설 확보 차원에서 현지 CGT CDMO인 CBM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CGT는 난치병의 원인인 결함 유전자의 교정 또는 작용의 억제 혹은 증폭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본적 원인을 치료하는 혁신 치료제다. 환자에게 세포 및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현대 의학으론 치료하기 힘든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병 등을 1~2회 투여해 완치 수준에 도달시키는 월등한 효능으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CGT 시장은 상업화 초기 단계로 향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SK팜테코는 CBM과 이포스케시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상업 생산이 가능한 GMP 설비와 고숙련 인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미래 수요 선점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 관계자는 “SK㈜가 육성 중인 첨단소재와 바이오 사업의 공통점은 기술 장벽이 높으면서 미래 성장성이 유망한 차세대 소재 및 의약품 사업으로 발 빠르게 진입했다는 점”이라며 “비상장 자회사들의 가시적 실적과 성과를 통해 SK㈜ 기업가치의 지속 성장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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