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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특집] 우크라이나 전쟁 막바지… 중·러 외교 이대로 괜찮나 

유라시아 국제 질서 대변화 예고… 중·러와 지속적인 협력·소통 이어가야 

중·러, 다극화된 국제질서 추진하며 유라시아 지역 통합에 적극적
한국, 모든 시나리오 예측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 모색해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지고 있다. 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질서의 출현은 한반도 정세에도 큰 파고로 다가올 것이다. /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인해 한국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미국 중심 ‘안보경제’에 편승하기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청받고 있다.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중국과 완전히 척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더 이상은 취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4월 미국과 일본 정상과의 외교무대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미국 중심의 가치동맹에 확실하게 힘을 싣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직전 진행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와 대만 문제에 대해 언급하자 중·러 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이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분쟁에 대한 일정 단계의 개입을 뜻한다”라고 즉각 반발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라면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거친 화답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년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 불확실성도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후폭풍에 더해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러와의 전략적 관계 형성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 대통령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 구축 차원에서 추진 중인 ‘역내 소집단주의’와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사를 ‘진정한 다자주의 실현’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결과에 따라 중동 질서(시리아, 이란)뿐만 아니라 대만 및 한반도 안보 질서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울러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열린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토대로 다극화된 국제 질서 구축과 유라시아 지역통합을 보다 가속해 나간다는 중장기 전략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머지않아 유라시아 동쪽 끝에 위치한 한반도까지 직접적인 파고가 예상된다.

新 유라시아 질서 출현, 한반도 정세에 영향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망 구축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지속적으로 닿아온 중동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질서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 이후 중국 정부는 이미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시리아 안정화를 추동하는 중이다. 이란은 중·러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회원국이 됐고, SCO는 이란의 가입으로 세계 인구 44%에 달하는 약 31억 명 규모의 세계 최대 안보경제 다자협의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줄곧 미국의 최대 우방국이자 페트로 달러를 대표하는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에 힘입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있으며 줄곧 제재를 받아온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다시금 아랍 연맹(AL)에 복귀하는 등 중동지역 질서도 급격히 변화하는 중이다.

향후 미국 주도의 나토와 아태지역 동맹국들이 새롭게 규합한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 북한, 중동 국가들과의 연대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예측하면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이 한·미 혹은 한·미·일 3자 협력만을 강화할 경우 북·중, 북·중·러 연대 강화로 이어질 수 있어 포용적 다자주의 및 공동협력안보 등 창의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국제 질서 변화 도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유라시아 지역 정세 대변화를 지속해서 관찰하며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 등을 이어나가야 한다.

中 주도하는 세계 각 블록별 ‘탈달러’ 본격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동맹의 가치는 다소 느슨해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방문 당시 “유럽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안보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편승해 봉사하는 전략이 아닌, 보다 독립된 대외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 사진:AFP=연합뉴스
중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닌 미국 중심의 서방 세력권과 중·러 중심의 신흥 세력권 간에 새로운 군사 안보적 충돌로 인식하고 있다. 전쟁 승패 등에 따라 유라시아 질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시진핑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냉전 해체 이후 약 30년 동안 형성된 미국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는 전환점으로 인식하면서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소통하면서 중동, 유럽, 남미, 아프리카까지 정치·경제·안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나토(NATO) 연대,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IPEF) 등 전방위적으로 강하게 대중 포위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의 대외 정책 입안자들은, 앵글로색슨 국가군(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과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동맹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및 경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월 5~7일 중국 방문 당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대만해협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유럽은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안보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다면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편승해 봉사하는 전략이 아닌 보다 독립된 대외전략을 추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시진핑 지도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 주요 모순과 갈등은 더는 과거 냉전 시기처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이념 대결이 아닌 발전-발전 억제, 패권-반패권, 공리-강권 사이의 투쟁이라고 정의했다. 일례로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상징하는 달러 결제가 일부 반미 국가들에 대해 강력한 경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중국은 중·러 간 교역뿐만 아니라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제3세계 국가들과의 교역에서도 위안화 및 새로운 전자 결제 화폐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4월 13일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았다. NDB는 중국 주도 아래 브릭스 국가들이 모여 설립한 국제금융기구로 달러 중심 금융질서가 아닌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창출을 목표로 세워졌다. 룰라 대통령은 “나는 왜 모든 나라가 그들의 무역 결제를 달러에 기초해야 하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더는 달러가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중국 양국 간 2023년 교역액은 약 1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연계된 인프라 개발 사업과 천연자원 수입 확대 등을 통해서다. 양국은 교역 결제를 미국 중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대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 일치를 이루는 등 경제적으로 밀월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시리아까지 걸프(아랍) 정상회의에 동참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전 세계 블록별 탈달러화 본격화와 중국·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지역 공동체 추진이 예상된다.

중·러 경제협력 강화… 올해 무역액 2000억 달러 예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외에도 중동 권역에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군사적 활동을 지속해왔다. 사진은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테헤란에서 악수하는 모습. / 사진:이란 최고지도자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밀착하고 있다. 시 주석은 3연임 확정 이후 첫 공식 순방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순방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중·러 정상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발표문에서 “급변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구조 아래 미국의 패권, 패도, 괴롭힘의 형태가 갈수록 심각하다”면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중국의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도 2023년 4월 16~19일 러시아를 방문해 본격적인 중·러 군사안보 협력 강화와 무제한 협력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리상푸 국방부장은 특히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서 유럽을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 문제에 있어 공동 군사훈련과 작전뿐 아니라 보다 긴밀한 정보 공유와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로써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있어 상호 긴밀한 공조를 약속한 것이다.

중·러 정상은 3월 21일 약 3시간에 걸친 공식회담 직후 ‘새로운 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해 주권, 영토보존, 안보, 경제발전 문제에 관한 상호 지지를 밝혔다. 시진핑 지도부의 일대일로 구상과 더불어 푸틴 대통령의 유라시아경제연합(러시아 주도 CIS 국가들의 연합체)과의 정치·경제·안보 협력 시너지도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 제1의 제조업 산업 공급망 국가로 자리매김한 중국식 산업 중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 미국식 금융 중심 자본주의를 대체하고 일대일로와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를 통한 시장 확대와 각종 인프라 시설 구축과 자원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각종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예상된다.

지난해 중·러 간 무역액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국가들의 본격적인 대러 제재를 받았음에도 10년 전보다 116% 증가한 19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올해 안에 2000억 달러를 넘어서리라 예상된다. 이미 중국은 13년간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발전시켜나가 유라시아 공동체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양국 간 무역, 투자, 차관 등에서 사용되는 모든 지불과 결제 수단은 달러가 아닌 루블화와 위안화로 지불되는 비율이 3분의 2 이상이다. 향후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긴밀한 경제금융협력을 바탕으로 아세안, 중앙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결제와 교역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사용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한반도 문제 놓고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립각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극화된 국제 질서 추진과 유라시아 지역 통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 시발점은 중·러 간 전방위적인 경제안보 협력 전략 본격화이고 그 다음이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 있는 국가군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중동, 중앙아시아, 인도 등 유라시아 국가들에 세계 제1의 제조업 산업공급망 국가로 자리매김한 중국식 산업 중심 경제를 전파해 미국식 금융 중심 자본주의 대체를 꾀할 것이다. 이어서 일대일로와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GDI)를 통해 시장 확대와 각종 인프라 시설 구축과 자원 개발 등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 등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하며 우회적으로 러시아의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미국, 대서구권에 대한 경계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본격화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강화 이후, 중국은 대만과 한반도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속해서 지원하며 미국의 국력 소모와 국제지위 약화 등을 도모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jameschung@sejong.org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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