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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G7 패권주의에 도전장 내밀며 주목 받는 브릭스(BRICS) 

중국 주도로 신규 회원국 늘려 몸집 키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앙숙 사우디와 이란까지 우산 아래 두는 ‘브릭스+’ 구상… 달러 패권에 반기
경제 규모 커져도 중국 외에는 성장률 기대 이하, 안보 이해관계도 서로 달라


▎브릭스는 경제적으로 G7에 필적할 파괴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 결속력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사진:AFP연합뉴스
브릭스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2001년 11월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이 신흥 경제 강국을 가리키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 오닐 회장은 당시 “브릭스 4개국이 앞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브릭스를 ‘금전(金磚)’이라고 부른다. ‘금전’이란 ‘금 벽돌’을 가리키는 것으로, 브릭스 발음이 ‘벽돌(bricks)’과 비슷하기 때문에 보통 부자를 의미하는 황금 금(金) 자에 벽돌 전(磚) 자를 붙였다.

브릭스는 2009년 6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첫 정상회의를 갖는 등 협력관계를 강화해왔다. 2011년 4월에는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5개국 연합체가 됐다. 이에 따라 BRICs가 BRICS로 바뀌었다. 브릭스 5개국의 공통점은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브릭스 5개국의 국토 면적은 전 세계 26.46%를 차지한다. 또 인구는 절반에 가까운 41.93%에 달한다. 엄청난 인구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노동력도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브릭스 중 브라질(면적 5위, 인구 5위), 러시아(면적 1위, 인구 9위), 인도(면적 7위, 인구 2위), 중국(면적 4위, 인구 1위) 등 4개국은 국토 면적과 인구 규모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국(大國)이다. 브릭스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무역의 20%, 외환보유고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브릭스는 또 세계은행에서 의결권이 14.06%, 국제통화기금(IMF)의 총 지분이 14.15%이다.

브릭스가 중국의 주도로 새로운 회원국들을 가입 시키는 등 세력 확대에 나서면서 미국을 비롯해 서방 선진국들의 모임인 주요 7개국(G7)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남아공에 따르면 13개국은 공식적으로, 6개국은 비공식적으로 가입을 요청을 요청한 상태다. 아닐 수클랄 남아공 브릭스 담당 대사는 “브릭스는 6월 2~3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브릭스 확장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입 신청을 요청한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제리, 이집트, 세네갈,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멕시코,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이다. 브릭스에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은 G7에 들어갈 수 없는 나라들이다. 브릭스는 8월 22~24일 남아공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신규 회원국들의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앞마당’ 멕시코까지 손 뻗는 브릭스

중국이 브릭스 확대를 제안하며 내놓은 구상이 ‘브릭스+’다. 실제로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수십 년 간 앙숙 관계를 풀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사우디와 이란은 브릭스에 가입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외교 관계 복원을 결정했다. 양국은 2016년 1월 단교한 바 있다. 당시 사우디가 반체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자국의 시아파 성직자를 사형시키자 이란의 과격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양국은 외교 관계를 끊었다.

이란은 2019년 사우디 정유시설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비롯해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유조선 공격 등을 감행하는 등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게다가 예멘의 후티 반군도 사우디 정유 시설을 공격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계속 악화했다. 이처럼 앙숙인 양국이 국교를 복원하기로 한 것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러 갈등 심화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갈등과 대립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고 볼 수 있다. 사우디로선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데다 네옴시티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 유치와 역내 안정이 절실한 입장이었다. 이란도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우디는 원유 수출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매장량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원유 매장량은 베네수엘라, 사우디,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다. 중국으로선 아랍권의 양대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이 브릭스 회원국이 될 경우, 중동 지역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를 브릭스에 끌어들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인구 1억3000만 명인 멕시코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 제2위의 경제대국이다. 멕시코는 그동안 미국과는 이민, 국경 보안, 무역 및 인권 등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멕시코는 브릭스에 가입하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과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가 브릭스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멕시코는 그동안 미국의 ‘니어 쇼어링(near shoring)’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국가였다. 하지만 미국이 멕시코에 경제적 이익 대신 역차별과 미국식 질서를 강요하면서 멕시코가 반발해왔다. 마르셀로 에브라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브릭스는 멕시코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세계의 다양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멕시코가 브릭스에 가입할 경우,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자국의 안보와 경제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브릭스는 이처럼 각 지역의 대표 국가들을 신규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면서 위상 강화를 노리고 있다. IMF는 2028년까지 브릭스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가 33.6%에 이르고, G7은 27.8%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만 해도 브릭스는 세계 경제 성장의 32.1%를, G7은 29.9%를 각각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G7이 출범했을 때 전 세계 GDP의 62%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할 때 브릭스는 눈부신 성장을 해온 셈이다. 물론 환율로 보면 G7의 GDP는 여전히 브릭스보다 월등히 높다. 생활수준도 브릭스를 훨씬 넘어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릭스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신규 회원국들을 가입시킬수록 경제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위안화, 결제 비율 높아지며 영향력 커져


▎2023년 3월 왕이(가운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중재로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왼쪽)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 사이에 관계 정상화 합의가 성사됐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릭스는 경제력이 커짐에 따라 자체적인 공동 화폐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PF)]는 브릭스의 공동 화폐가 나오면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대체 통화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에선 공동 화폐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위안화가 브릭스의 공용 화폐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외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금액이 전년보다 37%나 증가했다. 그 이유는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에서 러시아의 위안화 사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의 위안화 거래량은 1조4800억 루블(약 24조2000억원)로, 달러화를 제치고 처음으로 월간 외화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위안화는 모스크바 외환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40%에 달했다. 달러화는 38%, 유로화는 21.2%였다. 서방 제재 이전인 지난해 2월에는 달러화 87.6%, 유로화 11.9%였으며, 위안화는 0.32%에 불과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최근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과 액화천연가스(LNG) 거래에서 처음으로 위안화로 거래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중국 정유회사 룽성 석유화학의 지분 10%를 사들이며 위안화로 결제했다. 중국의 지난 3월 대외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율이 달러화를 사상 최초로 추월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대외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한 비중은 48%, 같은 기간 달러화 비중은 47%였다. 2010년 중국의 위안화 결제 비율은 사실상 0%였고, 같은 기간 달러화 비중은 83%였다.

중국은 또 브라질과의 교역에서 위안화와 헤알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기업들은 중국에서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이 4월 12일 브라질 현지 지점에서 처음으로 CIPS를 이용해 결제를 했다. 아르헨티나도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 대금을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지불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중국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볼 때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다. SWIFT에 따르면 위안화의 지난 2월 결제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물론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포린 폴리시]는 브릭스가 아예 새로운 공동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브릭스의 다른 회원국들이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융합 가능할까


▎달러와 위안화 사이의 화폐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인해 중국과 대부분의 교역을 하면서도 경제적 종속을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양자 무역에서는 위안화를 쓰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얻은 수익금을 다시 달러로 예치해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서 사용한다.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관계에 있는 인도, 남미 대륙의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도 중국의 위안화가 브릭스의 공동 화폐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브릭스가 새로운 공동 화폐를 만들 경우 유럽연합(EU)의 상당수 회원국들이 결정해 도입한 유로존의 유로화와는 본질적으로 역할과 파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EU는 서로 영토가 밀접한 국가들 간의 연합으로 생산하는 상품이 비슷하다. EU 회원국들 중 상당수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해 476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브릭스는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돼,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서로 교역할 수 있어 역내 무역만으로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브릭스가 공동화폐를 출범시켜 운영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상당히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 등으로 안보적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회원국들의 경제력과 세계 질서에 대한 지향점이 서로 다른 것도 장벽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과 인도는 권위주의 정부가 아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브릭스의 일부 회원국들이 희토류와 석유 등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공동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큰 힘을 행사하거나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포린 폴리시]는 브릭스의 공동 화폐는 세계 최대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수는 있지만, 전 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여전히 달러화를 사용할 것이라면서 달러화를 완전히 밀어내기보다는 세계 경제 질서의 다극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외한 4개국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쳐


▎인도는 브릭스의 일원이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참가하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그렇다면 브릭스는 앞으로 G7을 뛰어넘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까. G7은 1975년 처음 결성 당시에는 G5로서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었다. 5개국이 프랑스 랑부예에서 첫 회의를 가진 이후 이탈리아가 가입했고, 이어 1976년 캐나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G7이 됐다. 이후 1997년 러시아가 추가로 가입하면서 명칭도 G8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2014년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해 퇴출당하면서 G8은 G7으로 돌아갔다. G7 회원국들은 모두 서방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다. 이들 7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등 공동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경제 대국이자 군사 강국들이다. G7은 2022년 기준으로 인구에선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GDP는 27%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G7은 그동안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해왔다.

하지만 IMF 전망처럼 브릭스가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에서 G7을 앞설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2022년의 구매력 평가 기준에 따르면 브릭스의 GDP는 전 세계의 31.5%를, G7은 30.8%를 각각 차지했다. 또 앞으로 5년간 세계 경제성장률에 가장 많이 기여할 국가는 중국이며, 그 기여도는 미국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IMF의 세계경제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8년까지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률 기여도를 22.6%, 인도 12.9%, 미국 11.3% 등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브릭스가 산업 경쟁력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G7에 미치지 못하고, 교역 측면에 있어서도 G7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릭스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들이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G7 회원국들을 추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난 20년간 브릭스의 성장은 대부분 중국이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릭스 전체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는 나머지 4개국의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G7이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경우 브릭스도 경제 성장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브릭스는 동맹을 기반으로 한 연합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원국들 간 결속력이 약하고, 특히 안보 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G7, 브릭스 핵심인 중국 집중 견제에 합의

대표적인 국가로 인도를 들 수 있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만든 4개국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다. 인도는 또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도는 이와 함께 중국의 핵심 교역국이다. 인도는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량 수입해 고유가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도는 비동맹국가들의 맹주로 꼽힐 만큼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정책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인도는 브릭스와 G7 사이에서 실리에 기초한 외교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브릭스가 과거 냉전시대처럼 G7에 대항하는 반(反)서방 협력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G7은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브릭스의 핵심인 중국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G7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최초로 중국에 관한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내용을 보면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G7 외교장관도 이에 앞서 공동성명(4월 18일)에서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면서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이 되길 기대하며 중국이 불공정 거래, 경쟁 회피, 데이터 유출, 일방적 무역 행위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공정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브릭스는 앞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행사해온 G7에 맞서 자신들만의 이익과 세력 균형을 확보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브릭스가 이런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반미·반서방이라는 이념적 틀로 나아가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매튜 비숍 영국 셰필드대 교수가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브릭스가 글로벌 경제성장과 발전을 주도하는 신흥 강대국들의 경제클럽이 아니라 권위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정치클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306호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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