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10) 유아숲체험 

“숲은 아이들의 교실이자 선생님입니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유아와 어린이·청소년의 IQ·EQ·SQ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 숲의 효능
규제 완화 펼치며 유아숲 조성 앞장… 용산 대통령실에도 개장 계획


▎아이들은 선험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숲에 가면 아이들이 정서적·체력적·사회적으로 좋은 기운을 얻는 이유다. / 사진:산림청
산림청은 2024년 7월 숲교육 효과에 관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 자료의 부제는 ‘숲, 사람을 키우다’였습니다. 산림청은 유아와 아동·청소년으로 구분해서 숲체험의 효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숲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지능 발달을 증진시킨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2017년 [인간식물환경학회지]에 발표된 ‘숲체험 활동이 유아의 놀이성, 정서지능에 미치는 영향(이연희·정진)’에 따르면, “유아들이 8개월간 매주 정기적으로 유아숲체험원에서 진행된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정서지능은 11.4%·놀이성은 1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는 “유아가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배려심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또한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 성취감, 기쁨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도 향상된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학습능력의 향상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정희의 경남대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인 [숲에서의 자연친화적 탐구 활동이 유아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볼까요. 숲유치원 유아의 자유놀이는 일반 유치원과 비교할 때 창의성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령 숲유치원에서 놀이와 학습을 병행하면, 창의성은 14.3%, 유창성(여러가지 관점이나 해결 방안을 빠르게 많이 떠올리는 능력)은 35.5%, 독창성은 19.5%, 개방성은 7.8%, 민감성은 6.1%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유창성과 독창성이 향상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아가 숲체험 활동을 반복할수록 주의집중력과 공간능력에서도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숲이 사람을 키울 수 있다

산림청은 2008년 처음으로 ‘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시점까지 전국적으로 464개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7000명 이상의 ‘유아숲지도사’가 양성됐습니다. 유아숲체험원은 경기도에 93개로 가장 많이 분포해 있고, 이어 서울에 64개소가 설립됐습니다. 부산·대구(이상 9개), 제주(6개), 울산·세종(이상 2개)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유아숲체험원이 두 자릿수로 있는 상황입니다.

유아숲교육 추세도 확장일로입니다. 2020년 101만5326명에서 2022년 200만 명을 최초로 돌파(232만8756명)하더니 2023년에는 236만6394명에 달합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2021년 54만6487명까지 기록했습니다.

숲유치원은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활동입니다. 2010년 뜻 맞는 전국의 유치원들이 모여 ‘한국숲유치원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페이스북에 “2022년 10월 시점에 1004개 유치원의 유아 7만5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산림청은 “숲은 아이들의 교실이자 선생님”이라는 취지 아래 유아숲유치원, 유아숲체험원, 유아숲사랑단 등의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습니다. 정책을 보다 세밀하게 짜기 위해 산림청은 지자체, 교육청과 연계해 유아숲 정책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해마다 마련하고 있습니다. ‘숲유치원·유아숲체험원 전국대회’가 그것입니다.

유아숲체험원은 국립(85개), 공립(382개), 사립(17개)으로 나뉘어져 운영됩니다. 이 가운데 공립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립은 아직 미미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2011년 따로 마련돼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산림청은 유아 대상 산림교육 프로그램의 개발·보급 및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조에 맞춰 산림청은 유아숲체험원의 시설과 인력도 확충해나갈 계획입니다.

여기서 언급된 유아숲사랑단은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의 소중함을 깨닫고 숲체험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모임입니다.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산림청은 매년 6월 9일을 ‘어린이숲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유아숲사랑단과 어린이숲날의 법제화가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숲유치원과 일반 유치원의 유아를 비교한 결과, 숲유치원 유아가 자연환경을 더 선호(+14.3%)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정은우의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 [생태놀이를 활용한 유아환경 교육 프로그램이 환경친화적 태도에 미치는 효과] 중에서). 또한 10주 동안 정기적으로 숲을 방문한 유아들의 경우, 유아의 자연친화적 태도가 가시적으로 높아졌음(+16.5%)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아숲체험의 마지막 효과는 유아의 인지적(IQ), 정서적(EQ), 사회적(SQ) 자아개념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점입니다. 박경희의 동국대 석사 논문인 [숲체험 활동이 유아의 자아개념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의하면, “9주간의 숲체험 활동을 한 유아들을 관찰한 결과, 숲체험 이후 유아의 인지적(+11.7%)·정서적(+10.0%) 자아개념이 모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의 자연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자연동화, 숲 보존의식으로 발전되고 놀이의 유형도 개인놀이에서 협동놀이로 변화하는 것이 관찰된 것입니다.

우울증과 불안감 치유에 도움


▎춘향골 유아숲체험원에서 밧줄놀이에 열중인 어린이들. 놀이와 학습이 양립될 수 있는 공간이다. / 사진:산림청
기준을 아동·청소년 숲체험 효과로 옮겨놔도 유사한 결론이 도출됩니다. 숲은 학생들의 인성 형성은 물론 우울증과 불안감 해소 같은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숲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한 아동·청소년은 그러지 않은 이들에 비해 불안감은 9.7%, 우울감은 무려 22.5%나 감소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숲은 나쁜 감정을 해소하는 대신, 자아존중감 같은 좋은 감정은 증폭시킵니다. 여고생 125명을 대상으로 숲에서 3박 4일 캠프를 진행한 결과, 이후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7.4% 향상됐다는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호관찰 청소년 139명을 대상으로 산림교육을 실시한 결과, 프로그램 참여 후 자아존중감이 6.1% 상승했습니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숲체험은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를 수반합니다. 고등학생 93명을 대상으로 3박 4일간 숲체험 캠프를 진행한 뒤 소위 환경감수성이 4.9% 올라갔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산림 내에서의 체험 활동을 거치며 청소년들이 숲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대상 3박 4일 숲캠프 결과, 습득하게 된 또 하나의 데이터는 체험 이후 대인관계 형성에도 도움을 줬다는 점입니다. 의사소통, 친근감, 이해성, 만족감 모두가 올라간 가운데 특히 대인관계 개방성은 8.4%나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울러 숲은 청소년의 창의적 사고(+7.2%)와 성취동기(+6.5%)를 높여줍니다. 이 역시 청소년 59명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숲에서의 활동은 원천적으로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이는 그들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촉진시켜 줍니다.

끝으로 숲체험이 가져다주는 미덕은 신체적 건강의 증진입니다. 보호관찰청소년 31명이 1박 2일 동안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31명 중 20명의 참가자가 참여 후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감소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심지어 참가자 중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이는 스트레스가 83%, 피로도는 67%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31명 중 절반이 넘는 16명의 참가자가 숲체험 참여 후 건강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최대 44%나 건강지수가 좋아진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숲의 ‘효능’을 전파하기 위해 산림청은 다양한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청태산자휴양림을 비롯한 7개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남해편백·칠보산·대야산·용화산·신불산·삼봉 등)가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국립수목원과 국립세종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대전숲체원 등이 있습니다.

또한 유아숲체험원 확대를 위해 2023년 11월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편을 마련했습니다. 유아숲체험원 지정면적 규모와 유아숲지도사 배치 인원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장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바꾼 것입니다. 일종의 규제 완화책으로, 사립 유아숲체험원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2024년부터 안전관리 대상을 6개소에서 31개소로 확대했습니다. 예산 역시 3억원에서 16억원으로 확대했습니다.

산림청은 향후 유아숲체험원과 교육부 늘봄학교(2024년 9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 대상 숲교육 프로그램 제공)와의 연계를 포함해 지자체·민간단체와의 협력으로 숲교육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미 2024년 6월 국회 잔디마당에서 대한민국 유아숲교육 대회와 대전에서 숲학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무계단, 대피소, 배수로, 울타리 등의 시설과 응급조치 등 상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유아를 위한 산림교육전문가 자격 요건도 개선할 방침입니다. 이를 테면 성폭력 범죄자를 산림교육전문가 결격사유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입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유아숲 프로젝트


▎칠곡숲체원 토리유아숲체험원의 아이들. 산림청은 유아숲체험원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나가고 있다. / 사진:산림청
특히 2024년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조성한 ‘용산 어린이정원’에 어린이 숲체험원을 만들어 개장할 계획입니다. 이는 2024년 4월 5일 식목일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숲교육을 권장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산림청은 숲교육에 대한 대국민 접근성 향상과 체계적 관리를 위해 ‘숲교육 포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총 38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산림교육프로그램 콘텐트 관리, 산림교육전문가 관리, 숲교육 공개강좌 등이 제공될 것입니다.

산림청은 “유아숲체험원을 2027년까지 향후 4년간 150개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늘봄학교와 연계된 숲교육 대상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