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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요동치는 글로벌 변동성,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솔루션 

“엄습하는 美 경기 침체, 나스닥 기술주 밸류에이션 높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美 고용과 소비 감소가 암시하는 지표, 대선 후 경제 연착륙 확률 높지만 ‘고물가’ 불안
AI 열풍은 닷컴 버블에 비해 실체 있지만 적정가치 평가 어려워, 기술주 하락 대비해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AI 거품론에 휩싸인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공격적 투자 자제를 권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8월 말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는 글로벌 시장의 변곡점이었다. 실적도 예상치에 부합했고, 향후 가이던스도 나쁘지 않았다.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주가는 하락했다. 이제 정점 아니겠느냐는 소위 ‘엔비디아 피크’로 시장이 상황을 해석한 결과다. 미국 나스닥 기술주의 상징과 같은 엔비디아가 흔들리자 ‘글로벌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끝났다’는 암울한 진단마저 나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장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경기 침체 우려’와 ‘AI 거품론’이 동시에 고개를 쳐든 것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국면에서 11월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포개져 있다. 공화당 트럼프와 민주당 해리스 중 누가 당선될지 예측불허인 점은 불안감을 한층 키우는 요소다. 지난 8월 5일 ‘블랙 먼데이’를 촉발한 트리거였던 엔 캐리 트레이드도 잠복한 위험이다. 시장은 여전히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다 가뜩이나 상승장에 오르지도 못했던 한국 주식시장은 ‘금투세’라는 특수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에서 금투세가 폐지 내지 유예되지 않는다면, “한국 주식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강력한 서울 아파트나 미국 주식으로 돈이 더 쏠릴 것이 자명하다.

“시장은 항상 옳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7월 중순까지 강세론자가 지배했다면,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비관론자가 득세하고 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어지러운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지나던 9월 5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학균(54)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만났다. 김 센터장은 “나라고 미래를 맞힐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지만, 1997년부터 28년 세월 동안 투자전략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경청할 내공이 있을 터였다. 1시간 넘게 오간 대화에서 그가 전하려 한 메시지는 워런 버핏의 철칙과 맥이 닿았다. “절대로 돈을 잃지 말 것”,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대박을 노릴 때가 아니라 자산을 지킬 때”라며 절제를 강조한 것이다.

“美 증시 상승장은 美 정부 과잉팽창의 산물”


▎AI 시대의 아이콘 기업인 엔비디아의 성장세에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친다. /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경기 침체가 화두다. 이미 온 것인가, 아니면 곧 올 것인가?

“일단 2분기 미국 성장률이 3% 가까이 나왔으니까 아직 온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지표들이 혼재돼 있다. 제조업 지표나 고용이 다소 안 좋다. 또 소비는 탄탄하지만 둔화할 조짐이 보인다. 침체의 형태가 경착륙일지 연착륙일지 지금은 가늠하기 힘들다.”

CPI(소비자물가지수), PPI(생산자물가지수), PMI(구매관리자지수) 등 지표 발표 때마다 널을 뛰는 등, 시장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경기 침체보다 AI가 (주가의) 핵심인 것 같다. 신산업에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갔는데, 그만큼 인풋 대비 아웃풋이 나올 것이냐가 논란의 본질이다. 실제 최근 다우지수는 8월 후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나스닥 기술주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AI 열풍이 과거의 닷컴 버블처럼 터질 수도 있을까?

“기업의 퀄리티로 보면 지금이 훨씬 좋다. M7(매그니피센트 7, 애플·MS·구글·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으로 대표되는 종목들 위주로 올랐다. 신산업이 성장할 때 대중들의 극단적 낙관이 금융시장에서 표출되는 방식이 버블이다. 신산업이 클 때 버블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미래에 대한 꿈을 투영하는 성장주는 본질적으로 믿음의 영역이다. 올해 실적, 내년 실적으로도 (지금 이 가격이) 설명이 안 될 수 있다. 어떤 계기로 그 기대가 삐끗했을 때 ‘훌륭한 기업은 맞는데 과연 적정 가격인가’라는 논란이 벌어진다. 과거의 MS가, 지금의 엔비디아가 이에 해당한다.”

엔비디아의 미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쇠와 직결된다.

“무엇보다 엔비디아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게 좋다. 소비자에게 과금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AI 비즈니스를 하는 쪽에 반도체를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과잉투자보다 과소투자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다만 좋지만, 얼마나 좋은지는 나도 답을 줄 수 없다. 투자는 정확한 인과성을 찾기 어렵다. 제한된 정보 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변동성이 큰 만큼 외상으로 주식을 사면 안 되고, 조금 엄격한 기준으로 봐야 될 시점이다. 투자는 공학이 아니고, 정답이 없지만 내 해석으로는 지금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IT 버블 때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점을 특정할 수 없을 뿐 미국 기술주가 세게 부러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인가?

“너무 막연한 말일 수 있겠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 미국은 1950~60년대 주식이 많이 오른 후 1968년부터 1982년까지 14년을 옆으로 기었다. 그다음 1980~90년대 주식이 좋았고, 또 약 10년을 횡보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올랐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쇠락할 때 나타나는 공통점이 재정적자와 전쟁인 것 같다. 정부가 빚 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과잉팽창의 산물이다.”

소위 “나스닥은 신(神)”이라고 칭하는 미국 경제 불패 신화에 균열이 갈 수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훨씬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정책은 더 강압적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매기면서도 교역은 하자는 쪽이었다면, 바이든은 ‘중국에서 공장 빼서 미국으로 오라’는 것이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트럼프나 해리스나 누가 돼도 추락이다.”

“美 금리 인하가 주식에 호재 아닐 수도”


▎제롬 파월(왼쪽) 미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 모드로 돌아설 것임을 선언했다. /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해리스를 지원해야 할 바이든 정부가 주식이 떨어지게 놔두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닷컴 버블이 터졌던 2000년 12월에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미국 대선이 있었지만 주가는 반토막났다. 인과성이 없다. 물론 대선 전까지 3개월 동안은 알 수 없다. 대선 끝나고 1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이냐를 보면 올라갈 포텐셜보다는 조금 조심할 때라는 말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상황을 반전시킬 필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이 작년 7월까지 금리를 올렸으니까, 이제는 경제에 가해지는 프레셔를 빼주기 위해 금리를 낮춰주려는 미 연준의 액션이다. 연준이 단번에 0.5%p 금리를 낮추면 (금리 인하 타이밍을) 실기했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향후 연준이 금리 인하 폭을 크게 가져갈수록) 사후적으로 나쁜 상황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

침체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아무래도 실업률 아닐까?

“고용과 소비다. 실업률은 바닥에서 1%p 올라왔다. 소비는 탄탄하지만, 소비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진짜 경기가 안 좋다고 체감할 여지가 있다. 미국 소매 판매는 좋게 나왔지만 정책적 지출이 포함됐다. 또 미국의 저축률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 돈 쓸 여력이 바닥났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환율 측면에서 강달러의 위상도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전통산업도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순환적으로 보면 달러는 이제 2~3년 약세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는 사이클에 접어들었고, 미국 정부의 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1200원대 초반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8월 블랙 먼데이 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 트리거였던 일본의 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 지난해 일본이 1.9% 성장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1%다. 한국처럼 일본도 내수는 엉망이고, 수출로 그나마 지탱되는데 여기서 엔이 강해지면 올해 역성장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엔고를 자극하면 일본 주식시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일본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250%인데 금리를 올리면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 우치다 일본은행 부총재가 8월 초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진심이라고 본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서 엔이 강해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약해질수록 우리 수출 기업에는 악재이지 않나?

“중국이 한국 수출의 30% 가까이 되고, 미국이 8~9%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1~7월을 보면 반반이 됐다. 중국은 둔화됐고, 미국이 좋아졌지만 약달러가 되면 한국 수출에 주름이 잡힐 순 있다.”

시장이 이렇게 위태롭다면 대체 뭘 사야 할까? 금, 부동산, 채권이 대안인가?

“뭐라도 꼭 안 사면 누가 잡아가나(웃음)? 투자는 내가 잘 아는 것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투자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다. 할 것이 없다면 없는 것도 나의 적극적인 고민의 산물이다.”

길게 본다면 추천할 테마는?

“이제 주식의 스타일(주도주)이 바뀌며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국 중소형주나 한국 가치주는 너무 억눌려 있었다. S&P500을 추종하는 ETF를 적립식으로 산다면 리스크가 적을 것이다. 지금은 더 싸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 아닌가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투자”

금투세 리스크에서도 한국 주식시장은 자유롭지 못하다.

“세금 내라고 하는 것이니 좋진 않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시장이 망가진다는 주장은 사실일 수도,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우리의 경제적 자원이 부동산으로 가서 문제 아닌가. 그럼 이 물꼬를 다른 쪽으로 터줘야 하는데 주식에 안 내던 세금을 매기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라는 문제의식은 갖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충분한 의사결정을 내릴 기회를 주기 위해서 빨리 결정해줘야 한다. (결정을 연말까지 미루는 건)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여론 눈치 보다가 막판에 선심 쓰듯 안 하는 것도 좋은 태도가 아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어떤 형태로든 온다고 전제하면, 경착륙과 연착륙 중 어디에 베팅하는 편이 합리적일까?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다르다. 해리스가 당선돼 지금처럼 재정적자를 낸다면 물가가 안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미 정부가 이렇게 돈을 풀면 경기가 쉽게 나빠지진 않을 구조다. 그렇다면 인플레는 잘 안 잡히고 연준도 금리를 많이 못 낮추는 선에서 연착륙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다른가?

“비슷할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감세가 재정적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것보다 더 크다. 감세하면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못 줄인다. 그러면 달러가 약해진다. 누가 되든 물가는 잘 안 잡힐 수 있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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