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률, OECD 상위 5개국 수준 저감 목표첨단기술 활용해 고객 서비스·유지관리 효율성 강화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해당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취임 첫해 거둔 성과다. 함 사장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OECD 상위 5개국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 사진:한국도로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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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1969년 설립 이후 경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토의 대동맥을 건설해 오고 있는 도로교통 전문 공기업이다. ‘길을 열어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핵심 가치로 한다. 한국도로공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해당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함진규(65) 한국도로공사 사장 취임 첫해 거둔 성과다.함 사장은 제19대, 20대 국회의원(경기 시흥시 갑)을 지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그는 지난해 2월 한국도로공사 수장이 됐다. 함 사장은 “공사 최초로 5년 연속 교통사고 사망자 100명대라는 성과를 달성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7개국 수준인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상위 5개국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 수 역대 최저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국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세다. 지난 2019년 176명이던 사망자는 2020년 179명, 2021년 171명, 2022년 156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51명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고속도로 1일 평균 교통량은 499만 대로, 10년 전보다 32.0% 증가했지만, 교통사고 사망률은 43.2%로 감소했다. 공사 차원의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 대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결과다.최근 들어선 고속도로 2차 사고 예방 등에 주력하고 있다. 2차 사고는 교통사고나 고장으로 정차한 차량의 탑승자가 차량 내부 혹은 주변에 있다가 뒤따라온 차량에 의한 추돌로 발생하게 된다. 치사율이 일반 사고의 6.5배 수준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고속도로 모든 노선을 대상으로 CCTV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시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등에서 CCTV를 통해 사고를 인지하고 신속하게 사고를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CCTV는 야간 또는 악천후 시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CCTV 소프트웨어를 신규 개발해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최적화한 영상을 구현해냈다. 그 결과 야간 차량 인식률이 약 46.0% 향상됐고, 안개 시 가시거리가 6.7배 증가하는 등 교통사고 취약 시간대 발생하는 2차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한국도로공사의 설명이다.한국도로공사는 고장 등으로 고속도로 본선에 정차해 2차 사고가 우려되는 차량을 인접한 영업소나 휴게소 등 가까운 안전지대까지 무료로 견인해 주는 ‘긴급 견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연락해 신청하는데, 지난해 긴급 견인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만 2만8000여 건에 달한다.한국도로공사는 결빙 등 도로위험기상으로 인한 사고 예방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겨울철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의 21.0%에 달한다. 살얼음은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겨울철 고속도로 중대 사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와 관련해 기상청과 함께 ‘고속도로 전용 기상관측망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부터 내년까지 고속도로 전 노선에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2022년 중부내륙선에 이어 지난해 서해안선에 기상관측망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 경부선 등 5개 노선에 설치를 마치고, 내년에는 나머지 노선으로 구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함 사장은 “도심부 위주의 기상청 예보를 활용하던 과거에는 도로위험기상에 대한 신속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업 완료 뒤에는 도로별 특성을 반영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도로위험기상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한국도로공사는 ‘졸음쉼터’ 등 교통 안전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속도로 대표 시설로 자리 잡은 졸음쉼터는 2011년 휴게시설 간 거리가 먼 구간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 전국 24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졸음쉼터 확충 이후 연평균 졸음운전 사망자 수는 설치 전인 2010년 대비 약 42.0% 감소했다. 휴게시설 간 평균 이격거리가 14.25㎞로, 2010년 대비 약 64.0% 줄어든 덕분이다.한국도로공사는 또한, 장거리 야간운행을 하는 화물차 운전자 등을 위해 전국에 55개소의 ‘화물차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에 샤워실과 수면실 등을 갖춘 운전자 편의시설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분기점 등에서 진입로를 안내하는 ‘노면 색깔 유도선’,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돕기 위해 전방 돌발상황·교통 정체·공사 구간 안내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도로전광표지판(VMS, Variable Message Sign)’도 한국도로공사를 대표하는 고속도로 안전 시설로 꼽힌다.한국도로공사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국민 안전운전 의식 개선 캠페인도 적극 펼치고 있다. 고속도로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행동 요령 ‘비트밖스’ 캠페인을 통해서다. 비트밖스는 사고 시 ‘비상등 켜고, 트렁크 열고, 밖으로 대피, 스마트폰 신고’의 앞 글자를 딴 행동 요령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행동 요령을 라디오 공익 캠페인, ‘비트밖스 국민참여 댄스 챌린지’, 유명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의 방식을 활용해 올해 내내 알리는 중이다.
치사율 6.5배… 2차 교통사고 예방에 총력
▎한국도로공사는 자체 개발한 드론을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교량 등 시설물 안전 점검의 효율성을 높였다. / 사진:한국도로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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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데이터 기반 첨단기술을 활용해 고속도로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인력(육안)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차량에 카메라와 스캐너 등을 장착해 도로 포장이나 시설물의 손상을 탐지하는 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점검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AI 분석 기술을 도입한 ‘포장 파손 자동탐지장비’ 등을 통해서다. 이 장비는 차량에 탑재한 영상 분석 시스템을 바탕으로 주행 중 파임 등 노면 상태를 탐지해 실시간 전송함으로써 신속하고 원활한 도로 보수 작업에 도움을 준다.한국도로공사는 ‘스캐너’를 도입해 노선을 차단해야 했던 기존 고속도로 터널 점검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했다. ‘터널 스캐너’는 시속 80㎞ 이상 고속 주행 중에도 터널 내부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촬영하는 이동식 장비다. 1회 스캐닝만으로도 터널 내벽 등을 완벽히 점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와 작업자의 안전 등을 크게 개선했다는 게 한국도로공사의 설명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자체 개발한 교량 점검용 드론을 활용해 시설물 안전 점검의 효율성도 높였다. 180도 회전하는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높은 교량이나 비탈면 등의 점검 사각지대를 해소했다.한국도로공사가 시범 도입한 ‘AI 적재 불량 적발 시스템’은 화물차의 과적 등으로 인한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 적재 불량 단속 과정은 화물차가 요금소에 진입할 경우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육안으로 일일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적재함 CCTV 촬영과 AI 영상 분석을 통해 적재 불량 차량을 실시간 자동 선별할 수 있다.함 사장은 “AI 적재 불량 적발 시스템은 현장 고발 등 직원들의 실시간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고속도로 진입 전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크다”며 “서울 등 22개소 51차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을 교통량을 고려해 전국에 단계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휴게소 서비스 개선에도 로봇 등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 문막휴게소(인천 방향)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최대 14인분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로봇셰프’를 한식, 라면, 우동 코너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휴게소 이용객들은 심야시간 주방 근무자의 부재로 즐기지 못했던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등의 메뉴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로봇 셰프는 주방 근무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한 것은 물론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문막에 이어 추풍령휴게소(부산 방향), 진영휴게소(순천방향), 여산휴게소(천안 방향)에 로봇 셰프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용객과 휴게소 종사원의 편의를 위해 지역별 거점 휴게소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로봇으로 더욱 편리해진 고속도로 휴게소
▎한국도로공사는 문막휴게소 등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최대 14인분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는 ‘로봇 셰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심야시간에도 찌개 등의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 사진:한국도로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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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졸음쉼터를 친환경 시설로 바꿔나가는 데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부터 전국 244개 졸음쉼터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중이다. 졸음쉼터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하루 36킬로와트시(㎾h)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는 졸음쉼터에서 매일 소비하는 전력 30㎾h보다 많은 양이다. 남은 전력은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한다. 한국도로공사는 내년까지 50곳의 졸음쉼터를 ‘에너지 자립형 졸음쉼터’로 확대할 예정이다.앞으로는 터널에서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돼 불안해하는 일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가 세계 최초로 터널 내 GPS 신호 단절 구간을 해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GPS 기반으로 작동하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 신호가 미치는 터널 진입 직전의 속도가 터널 안에서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부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긴 했지만,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킬러 솔루션’은 없었다.한국도로공사는 가상 위성 기능을 하는 GPS 정보 제공 시스템을 개발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 GPS 정보 제공 시스템은 정밀한 시각 동기화를 통해 인공위성에서 받는 신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신호를 지하공간에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별도의 보완 없이 GPS 센서가 내장된 기존 내비게이션 장비를 하늘이 보이는 공간에 있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터널 안에서도 내비게이션 등 GPS 신호를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한국도로공사가 개발한 GPS 정보 제공 시스템은 지난 6월 수도권제1순환선 수리·수암터널 2곳에 구축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운영 결과, 정확한 GPS 신호를 100%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장대터널이나 지하고속도로 등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구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율주행 4단계(고도 자동화)나 5단계(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GPS 신호가 필요한 만큼 시스템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함 사장은 “지금 고속도로는 다양한 4차산업 기술이 융·복합되는 기술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도로교통 전문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