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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프리미엄 요양원 ‘헤리티지힐링케어’를 가다 

“뭐 하나 빠지는 점 없는 ‘육각형 스펙’… 녹음 울창한 5성급 호텔에 머무는 느낌”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수압마사지기, 족욕기 등 신체적 재활 도와주는 최신 시설 마련
각 층마다 간호사·요양사 배치, 텃밭 일구며 인지·정서 재활 힘써


▎헤리티지힐링케어 정원에 마련된 정자에서 입소한 어르신들과 박미경 원장이 대화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9월 6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자리잡은 헤리티지힐링케어에 도착하자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용인시 중심과는 자동차로 10분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인근 함박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산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다. 200평 규모의 부지에는 넓은 주차장과 그늘막을 제공하는 정자, 조그마한 기도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프리미엄 요양원을 결정짓는 건 무엇일까. ▷환경(자연) ▷시설(안전) ▷접근성(교통) ▷프로그램(복지) ▷식단(영양) ▷직원 수(서비스)가 프리미엄 요양원의 조건으로 자주 꼽힌다. 이들 6가지 조건이 좋을수록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방문한 헤리티지힐링케어는 이 6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육각형 스펙’을 갖추고 있었다.

정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처음 든 생각은 ‘조명이 밝다’였다. 여타 요양원이 지어진 지 오래됐거나, 전력을 아낀다는 이유로 실내를 어둡게 해놓는 반면, 헤리티지힐링케어는 밝은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쨍한 백열등이 아닌, 눈이 편안한 주황-노란색 조명이 사각지대 없이 비추고 있었다.

5개월 만에 70명 넘는 어르신 입소


▎헤리티지힐링케어에 입소한 어르신들이 최신 물리치료 시설인 건식수압마사지기와 족욕기를 이용하고 있다.
헤리티지힐링케어는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존엄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총 99명의 어르신을 모실 수 있는 6층 규모의 공간에 그림책방, 힐링 라운지, 식물과 나무들로 이뤄진 정원,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적적함을 많이 느끼거나, 혼자 있기를 선호하는 어르신의 취향을 반영해 1인실부터 4인실까지 다양하게 구성해놨다. 지난 4월 14일 입소를 시작해 현재 70명이 넘는 어르신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르신 평균 연령은 80대 후반으로 최연소는 66세, 최고령은 102세다.

1층 로비에서 만난 박미경 원장은 헤리티지힐링케어를 설립한 목적에 대해 “어르신들께 자유로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헤리티지힐링케어는 입소 후 어르신들이 외부와 단절되는 것이 아닌,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비슷한 연령의 다른 입소자들과 위로를 주고받고 서로 의지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계십니다. 저를 포함한 50여 명의 직원은 좋은 보살핌으로 어르신께 정서적 안정을 드리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 원장과 함께 헤리티지힐링케어를 구석구석 둘러봤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정원이었다. 헤리티지힐링케어 건물 뒤쪽 언덕에 마련됐기 때문에 3층에서 밖으로 나가면 볼 수 있다. 잘 닦여진 산책로를 지나자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이미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이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비단 정자 때문만은 아니다. 정원 한편에는 손수 가꿀 수 있는 텃밭이 마련돼 있었다. 헤리티지힐링케어의 직원은 “어르신들이 직접 상추와 고추를 길러 수확해 식당에서 쌈을 싸 드신다”며 “저도 여러 요양원에서 근무해 봤지만, 여기 계신 어르신들이 가장 식성이 좋으시다. 아마 직접 수확한 것을 드시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르신들께서 정말 행복해하신다”고 말했다.

조리실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비용 및 관리 문제로 수많은 요양원이 위탁업체와 계약하는 반면, 헤리티지힐링케어는 고용된 영양사가 직접 어르신들의 식단을 챙긴다. 어르신들은 항상 집밥같이 따뜻한 식사와 간식을 제공받는다. 박 원장은 “어르신들이 입소하기 전 생활하던 집처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따뜻한 식사는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층에는 조리실 외 다양한 물리치료 시설도 설치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식수압마사지기 2대다. 어르신들의 동선을 고려해 2층 엘리베이터 앞에 위치해 있다. 이는 어르신들 사이에 최고 인기 제품이라고 한다. 물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세밀한 전신마사지로 근육통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심리적 안정 효과도 주기 때문이다. 두드리는 방식의 여타 마사지기와는 달리 수압 변화로 근육을 풀어주기 때문에 뼈가 약하거나 골다공증을 가진 어르신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드럽게 전신을 마사지해 대장 등 내장 기능 활성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2층에서 어르신들의 재활을 돕는 직원은 “어르신들께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매일 재활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며 “휠체어 타고 입소하신 어르신 중에 꾸준히 재활을 받은 결과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신 분도 있다”고 했다. 2층에는 건식수압 마사지기 외에도 족욕 시설, 어깨 근육 등을 풀어주는 여러 재활 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헤리티지힐링케어는 이처럼 신체적 재활뿐만 아니라 인지·정서적 재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일례로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층에 음악을 틀어놨다. 장르도 재즈부터 트로트까지 어르신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했다. 인지 재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원장에 따르면, 헤리티지힐링케어 입소자 중 치매 어르신 비율은 70% 정도라고 한다. 어르신들은 외부 강사들과 함께 그림 그리기 등 매일 다른 프로그램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재활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환경


▎헤리티지힐링케어 3층 정원에는 어르신들이 이동하는 데 편하도록 산책로가 잘 닦여져 있다.
그림책방도 어르신들에게 인기 만점의 공간이다. 글과 그림이 있는, 또는 그림만으로 구성된 책을 집중해서 읽어나가면서 즐거워한다. 박 원장 등 직원들은 그러한 어르신들이 글을 읽어나갈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다. 박 원장은 “글을 읽고 소리 내 말하는 과정은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언어능력을 유지하고 퇴화를 늦추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어르신들이 정신적·정서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각 층에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배치돼 어르신들의 상태를 상시 체크한다. 간호사들은 바이털 체크, 사회복지사는 인지 재활 등 어르신들의 활동을 보조한다. 특히 사회복지사를 각 층에 배치하는 것은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각 층에 사회복지사들을 배치해둬 치매 어르신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헤리티지힐링케어에서 일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박 원장의 운영 지침이 다른 요양원과는 많이 다르다. 다른 요양원의 경우 어르신이 주무시도록 약을 많이 처방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약 대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어르신들이 자연이 있는 5성급 호텔에 머무르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어르신들의 노후가 아픔이 되고 자녀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닌, 부모님의 노후도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박 원장이 헤리티지힐링케어 건립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그해 친정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는데, 다짜고짜 3개월 후 퇴원하라는 통보가 왔다. 콧줄과 소변줄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퇴원은 힘들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암 환자도 길어야 한 달 입원”이라며 받아주지 않았다. 박 원장은 이때를 회상하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요양원을 알아봤지만, 박 원장의 마음에 드는 요양원은 없었다. 결국 박 원장은 가족이 믿고 모실 수 있는 프리미엄 요양원을 직접 세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명절에 함께 추석 음식 등 준비해


▎헤리티지힐링케어 직원과 어르신들이 그림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박미경 원장은 “글을 읽고 소리 내 말하는 과정은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언어 능력을 유지하고 퇴화를 늦추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 사진:헤리티지힐링케어
이 때문에 박 원장은 입소한 어르신 모두가 가족이라고 했다. 말로만 가족이 되지 않도록 헤리티지힐링케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르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추석을 준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헤리티지힐링케어에서는 추석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직원들이 어르신들께 “추석 때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라고 묻자 “음식을 준비해 차례를 지내자”, “민속놀이를 하고 싶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박 원장은 “송편과 맛있는 음식들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보며 집에서 계실 때처럼 풍성하고 따뜻한 한가위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원장은 이 자리를 빌려 어르신들과 가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부모님을 직접 모시는 것이 효도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족들끼리 갈등을 빚기도 하죠. 그런데 저는 헤리티지힐링케어에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24시간 모시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덜 고독해하세요. 어르신들께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서로 담소를 나누고 즐거워하십니다. 호텔 같은 공간에서 요양사, 사회복지사, 간호사를 포함한 전 직원의 다정하고 좋은 보살핌을 받고 계시니 절대 안쓰러워하지 마시고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202410호 (202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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