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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아라비안 나이트 '중국인 이야기' 완간한 김명호 교수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중앙선데이에 연재되며 사진 2000여 장, 등장인물 1000여 명 소개한 대작
“싸우다 지치면 친구가 된다”는 마오쩌둥 말처럼 한·중 관계 회복되길 기대


▎중국인보다 더 중국을 잘 아는 김명호(오른쪽)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가 드디어 10권으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언호(왼쪽) 한길사 대표의 통 큰 투자와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사진 한길사]
“중국 사람들은 산만하다. 나도 산만하다.”

9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인 이야기〉 저자인 김명호 교수는 이런 말로 10권 완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시작했다. 실제 〈중국인 이야기〉는 중국 근현대사를 만든 혁명가, 지식인, 예술인 등 사람들에 관한 ‘두서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읽어나가다 보면, 중국 현대사의 줄기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묘미가 생긴다.

한길사에서 펴낸 〈중국인 이야기〉 10권은 중앙선데이 연재가 그 시작이었다. 집필 기간만 17년, 사진만 2000장 이상 들어갔다. 등장인물은 1000명이 넘는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중국인 이야기〉 출간을 위해 선인세만 2억원을 베팅해 출판계에 화제를 남겼다.

김 대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출판하려 하자 다 안 된다고 뜯어말렸지만 400만 부 이상 팔렸다”며 “서양에 로마가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이라는 제국이 있다. 김명호 교수와 베이징 뒷골목을 같이 여행하면서 ‘이 분은 온몸으로 중국을 답사했음’을 실감했다. 〈중국인 이야기〉는 김 교수의 경험으로 쓴 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야사와 정사의 구분이 없다. 〈삼국연의〉나 〈수당연의〉가 정사로 취급된다”며 “팩트가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천둥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고 〈중국인 이야기〉에 소개된 이야기에 자부심을 표현했다.

“중국과 북한은 피로 맺어진 것 이상의 관계”

김 교수가 집필 과정에서 가장 애착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나 북한과 연관된 대목들이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이 어떻게 혈맹 관계가 됐는지에 관한 연원을 파고들어 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김 교수는 “중국과 조선은 피로 맺어진 것 이상의 관계”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재 북한과 중국 관계가 냉각돼 있어도 근본적으로 두 나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볼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중국인 이야기〉의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김 교수가 가장 애착을 보인 인물은 중국 공산당의 군신(軍神) 린뱌오와 대만의 총통 장징궈다. 그 인물들이 뿜는 이중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중국인 이야기〉를 쓰기 전까지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다”며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사람에게 중앙선데이에서 원고 청탁을 해왔다”고 웃었다. 이어 “루쉰도 원래 글을 쓸 줄 몰랐다. 생각나는 대로 쓴 다음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쳤다고 한다”며 “나도 형용사, 조사, 접속사를 최대한 지웠다. 단어만 나열해도 글이 된다”고 들려줬다.

〈중국인 이야기〉 탈고 이후에도 김 교수의 창작욕은 여전했다. 그는 “중국의 법조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중국에는 기가 막힌 재판이 많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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