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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때마다 ‘황금 낟알’ 주워라 

“투자금액, 목표수익률, 손절매 시기 미리 정해야 … 삼성전자·현대중공업·포스코 등 유망”
주식 분할매수 할 때 

원연식 숭실대 PB학과 교수·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주식 기차는 여전히 터널 속에 있다. 하지만 입구보다 출구에 더 가까워진 듯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낙관적으로 얘기하면 기차가 터널의 끄트머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 주식투자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졌을 때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어떤 전문가도 섣불리 경제 전망을 내놓지 못했고 평소 비관론을 펼치던 전문가들은 여러 잣대를 들이대며 암울한 미래를 점쳤다.

그때 만난 한 투자 전문가는 “지금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반대편에서 불빛이 보이는데 그 불빛이 터널의 끝을 알리는 빛인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기차의 전조등인지 알 수 없다”며 불확실성을 설명했다.

불빛은 이후 6개월여 동안 정체를 조금씩 드러냈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각각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다.

잘 버티던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체제를 바꿨다. 위기의 불씨는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옮겨 붙었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와 미국의 투자은행인 와코비아를 인수한 웰스파고는 부실 대출을 떠안고 어려움에 처했다.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한 일본의 노무라홀딩스는 지난해 10~12월 39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해 인수합병(M&A)에서 ‘승자의 저주’를 떠오르게 했다. 많은 상업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부실을 정리하기도 전에 투자은행을 인수해 추가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유럽의 초대형 상업은행이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 여기에 실물경제 위기가 더해졌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인 포드, GM, 크라이슬러가 경기침체 속에서 제품 경쟁력 악화, 인건비와 경비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하고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

“위기의 3분의 2 지났다”

국내에서는 대주건설, C&중공업이 퇴출선고를 받고 9개 건설사와 3개 조선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GM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세계적 보험사인 미국의 AIG가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씨티은행과 BOA, 웰스파고가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다.

또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제너럴일렉트릭(GE)마저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 외에도 1929년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여러 지표가 세계를 장기 불황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처럼 기차는 여전히 터널 속에 있다. 하지만 입구보다 출구에 더 가까워진 듯하다. 낙관적으로 얘기하면 기차가 터널의 끄트머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기인한 투자은행의 몰락을 1차 위기, 거대 상업은행의 부실화를 2차 위기, 금융위기에 따른 일반 기업의 퇴출을 3차 위기라고 보면 현재는 위기의 3분의 2 정도를 지나온 시점이다. 주식 투자자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악재’다.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그랬다.

악재가 터지기 시작할 때는 경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미노처럼 여기저기서 악재가 발생하면서 조금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10회에 걸쳐 나눠 사는 방법 추천

분할매수 성공하는 3원칙
□ 폭락 때마다 나눠 사라
□ 투자금액, 손절매 기준 미리 정하라
□ 목표 수익률 달성하면 미련 없이 팔아라
‘예상 가능한 악재’는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돼 한동안 주식시장이 위기를 이겨내는 듯 보였지만 최근의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악재로 주식시장은 또다시 고전 중이다.

아직 남은 예상치 못한 악재는 바로 ‘국가 부도’ 사태다. 외채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빠지면서 동유럽 국가에 자금을 빌려준 서유럽 국가까지 위기설에 휩싸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아시아로 옮겨오더니 유럽으로 뻗어나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6500선으로 하락해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 증시가 영향을 받아 2월 6일 1210이던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향세를 보이며 3월 3일 장중 1000선이 무너졌다.

연초 잠시나마 회복세를 즐기며 전열을 정비하던 투자자는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지겨워질 때가 됐지만 지금이 바로 기회를 잡을 때다. 경제 상황을 잘 살피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1929년 대공황, 1987년 블랙 먼데이,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파산, 1990년대 롱텀 캐피털 사건, 그리고 우리나라의 1998년 외환위기까지 실제 대폭락 장이 형성될 때마다 투자 고수들은 큰 수익을 거뒀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불황으로 주식시장이 약세 장을 보인 때가 13번 정도 있었다. 현재 약세 장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약세 장이라고 한다. 보통 약세 장의 평균 기간이 22개월인데 이번 약세 장은 1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주식시장을 보면 7번의 약세 장에서 경기침체가 절반쯤 지났을 때 바닥을 쳤고, 경기침체가 끝나기 전에 25% 정도 주가가 상승했다.

현재가 과거를 그대로 따른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기에 현재 상황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한다. 한국은행이 싼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줬지만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들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해 은행 간에 자금이 도는 실정이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많은 은행이 기업 대출로 부실이 심해져 사라지거나 인수합병을 당했다.

대규모로 직원을 줄여야 했던 아픔 역시 뼈아픈 기억이다. 과거에 위기를 학습한 은행들이 일반 기업을 도와주기보다 내부의 부실 징조에 더욱 신경 쓰며 현금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또 어느 기업이 안정적이고, 어느 기업이 위기에 처했는지 외부에서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 역시 한 이유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옥’과 ‘석’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이렇듯 몸을 사린 은행들이 3, 4월에는 돈을 풀 것으로 전망한다. 2008년 기업 실적이 2009년 3월 결산 때 상세히 발표되면서 기업이 애초 세운 경영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돈을 시중에 풀면 자금이 정상적으로 돌 것이고, 이는 주식시장에 큰 호재다.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자금을 주로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같은 단기 상품에 넣어두고 있는데 이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 유동성이 풍부한 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주식 투자자는 어떤 투자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10회에 걸쳐 나눠 사는 방법’을 추천한다. 단순한 분할 매수와는 다르다. 악재가 터져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계획한 만큼씩 매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5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10번, 혹은 5번으로 나눠서 500만원, 1000만원씩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분할 횟수는 자신의 자금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종목 분산과 타이밍 분산을 생각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했듯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투자할 만한 타이밍이다.


코스피지수, 미국 다우지수 추이
자료:한국증권선물거래소, 뉴욕증권거래소

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매수해야 할까? 종목을 결정할 때 역시 경제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 지금의 시련을 지나 ‘옥’으로 빛날 기업은 ‘월드 베스트’ 즉, 세계 1등 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1등 기업은 자금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아 불황에도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고 그만큼 경기침체를 버틸 여력이 크다. 후발기업을 따돌리면 시장에서 위치는 더 굳건해지고 경기 회복 국면에 이르러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마다 변수는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불확실성이 훨씬 덜하다. 세계 1등을 정의할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점유율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의 삼성전자, 조선의 현대중공업을 들 수 있고 후판 생산업체로서 1위를 노리는 포스코도 유망하다. 올해 3월 초 삼성전자의 경쟁상대인 대만, 미국, 일본의 D램 업체가 통합하겠다는 발표가 공급과잉을 해소해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애널리스트의 평가가 있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같은 업종의 상대기업이 울면 남은 기업은 웃게 마련이다.

폭락 때마다 사들여라

또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하락한 기업의 주식이 유망하다. 이른바 낙폭과대주라고 하는데 이런 주식은 시장상황이 조금 좋아지면 바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단기 투자에 자주 이용된다. 악재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방법으로 낙폭과대주를 선택하려면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 금융주가 유리한데 금융주 가운데 유망한 종목을 꼽자면 신한금융지주를 들 수 있다.

금융주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는 주인의식이 확실한가, 금융 계열사의 포트폴리오가 좋은가 하는 점이다.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신한금융지주가 조건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악재 때마다 분할 매수를 할 때 주의할 점은 미리 매수할 금액을 정해 두라는 것이다. 흔히 같은 종목을 계속 매수해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투자방법을 ‘물타기’라고 하는데 물타기는 계획 없이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추가로 투자한다는 점에서 필자가 추천한 분할 매수 방법과 차이가 있다.

지금 투자해서 경기회복 시에 이익을 보려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매수 금액뿐 아니라 매수한 주식을 언제 팔지, 목표 수익률을 정한다. 그래야 시장 변화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안정적인 투자 패턴을 지켜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주당 50만원에 매수했다고 가정하자. 목표 수익률이 15%라면 주가가 57만5000원까지 오른 후에 팔아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셈이다.

그보다 높게 수익률을 잡으면 보유하는 기간이 좀 더 길어질 것이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보통 15% 정도 수익률이라면 6개월에서 1년 사이, 30% 정도라면 1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다. 생각만큼 주가가 상승세를 타지 않는다 해도 폭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하면서 목표 수익률에 근접할 때까지 기다린다.

주가가 얼마나 하락해야 폭락했다고 할지 개인투자자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미국 다우지수가 한 번에 1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면 폭락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목표 수익률에 가까워질 때까지 아무리 기다려도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을 때 얘기다. 그렇게 하려면 처음 투자를 계획할 때 나름의 손절매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가령 투자금액의 15% 손실을 보면 미련 없이 주식을 팔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식이다. 실제로 주식에 투자하면서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치밀한 시나리오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하자.

978호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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