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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규 전통, 아까워서 지켜간다” 

미 사우스웨스트항공 ‘노사화합’의 표본 … LG전자·금호고속·현대중 ‘勞使不二’ 실천 

일찍이 노사의 벽을 허문 기업은 노사화합을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여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그렇고, LG전자를 비롯해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는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991년 이후 69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온 미국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 『넛츠, 사우스웨스트 효과를 기억하라』는 책으로도 국내에 소개된 이 항공사의 성공 제1 요인은 파격적인 경영이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성공 요인이 있다. ‘하나의 거대한 가족’으로 불리는 직원들의 주인의식이다.

이 회사의 슬로건 중 하나는 “고객은 두 번째, 직원은 첫 번째”다. 노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 가입률이 80%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파업이 일어났던 해는 단 한 차례다. 이 회사는 9·11 테러 직후에 항공사들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면서 대규모 감원을 했을 때,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사무실엔 직원 가족과 CEO가 함께 찍은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 전 세계 항공사 중 가장 낮은 직원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회사는 ‘포춘’지의 미국 내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에 두 차례나 선정됐다.

LG전자 20년 무분규 이어가

전통은 무서웠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난해 3, 4분기 적자를 봤다. 기록은 깨졌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도 ‘노사가 하나’라는 전통은 깨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는 올해 직원 연봉을 3% 인상하고 보너스를 인상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항공사 중 거의 유일한 조치라고 한다.

AP통신은 “흑자 기조가 적자로 전환됐으나 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 이 같은 타협안을 도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국내에도 노사화합 전통을 이어가는 기업이 많다. 노사화합은 ‘임단협 무분규’라는 형태로 잘 드러난다. LG전자도 그런 예다. 지난 3월 6일 LG전자 경영진과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임단협)’에서 3년 연속 임금동결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에 합의했다.

어려움은 있었다. LG전자 노사(LG전자는 노사 대신 노경(勞經)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지난해 4분기 노경협의회 때 2008년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성과급 수준을 두고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다. LG 직원들 사이에선 ‘2년이나 임금이 동결됐는데, 이번에는…’이라는 기대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노사는 3월 임단협에서 위기 극복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이로써 LG전자는 20년 연속 무분규 전통을 이었다. 남용 부회장은 고통 분담에 동참해 준 노조에 대해 “임금동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조기에 내려줘 고맙다”며 “노조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화답했다.

LG전자는 1989년 창원발 파업이 전국 13개 공장으로 확산되면서 그해 4800억원의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이후 노사는 서로 벽을 허무는 노력에 나섰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20년 무분규 회사라는 전통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 LG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1987년과 89년 두 차례의 노사분규를 겪으며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다”며 “LG전자 노경은 이를 통해 노경협력이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며, 이는 투명한 경영과 상호신뢰 없이는 이룩될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LG전자뿐 아니라 금호고속(64년), 한독약품(40년), 삼천리(24년), 금호석유화학(22년), 현대엘리베이터(21년), 하이닉스(21년), 한화(20년), 유니온스틸(16년), 현대중공업(15년) 등도 올해 무분규 기록에 ‘1년’을 더했다. 이젠 깨기도 아까운 이 기록을 바탕으로 ‘노사의 벽을 허문’ 기업들은 위기를 또 헤쳐나갈 것이다.

982호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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