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차돌박이-숙주나물 환상 궁합 

색다른 차돌박이 집 ‘태양초 블루스’
느끼함을 상큼함으로 바꿔 … 볶음밥 포함 단돈 9000원
오피스 옆 맛집 

유지상 중앙일보 기자·yjsang@joongang.co.kr

혀끝에 닿는 순간 신경이 끊어진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목젖을 타고 넘어 배 안으로 들어오면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머리 밑이 슬슬 간지러워지고, 가슴이 벌렁벌렁 요동을 친다.

이마엔 땀방울까지 송송 맺힌다. 이쯤 되면 ‘띵~’ 하던 머릿속이 쾌청으로 바뀐다. 매운맛은 이런 마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먹고 나면 처진 어깨가 곧추서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거나 단결된 힘이 필요할 때 매운맛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양.초. 듣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단어다. 여기에 살가운 블루스란 음악용어가 덧붙었다.

‘태양초 블루스(031-902-1378)’란 특이한 조합의 상호가 눈길을 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태양초의 화끈함을 상징하듯 붉은 색조의 인테리어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차돌박이를 주 메뉴로 하는 고기구이 집이다. 차돌박이는 흔히 파무침 등에 싸 먹는다. 그런데 이곳은 차돌박이의 파트너가 다르다.

베트남 쌀국수에 등장하는 숙주다. 숙주를 차돌박이와 함께 철판에 구워 싸 먹는, 즉 ‘차돌박이와 숙주의 환상 블루스’인 셈이다. 여기에 태양초 소스가 끼어든다. 태양초 소스는 매운 것과 맵지 않은 것 두 종류. 매운맛이 부담스러운 손님을 배려한 것이란다. 이런 특이한 메뉴의 발상에 대해 손형석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차돌박이는 기름기가 많아 느끼한 편이죠. 그래서 많이 먹기도 부담스러운데 숙주가 이를 해결해 줍니다. 철판에 살짝 구운 숙주는 흐물거리지 않고 아삭아삭 씹는 맛이 매력적입니다.”

철판 가득 숙주를 올려 뜨거운 불기운으로 살짝 익힌 뒤, 자리를 비워 얇게 썬 차돌박이를 굽는다. 불판에 올라가는 순간 동그랗게 말렸던 고기가 쫘악 펴지면서 다시 오그라든다. 차돌박이와 숙주를 함께 집어 매운 태양초 소스에 담가 입으로 옮긴다.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매운맛, 뒤이어 차돌박이의 리치한 맛과 숙주의 상큼한 맛이 입 안에서 삼중주로 펼쳐진다.

그래도 코끝에 땀이 맺힐 정도는 아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준이다. 차돌박이와 숙주만 익혀 먹는 ‘차숙이 블루스’는 1인분에 1만5000원. 고기를 먹고 난 뒤엔 볶음밥 코스. 3000원에 김치와 깍두기 다진 것에 김 부스러기 등을 넣어 볶아준다.

전체적으로 양이 줄어들긴 하지만 차숙이 블루스에 볶음밥까지 맛보려면 점심특선(9000원)이 무척 경제적이다. 점심메뉴로 차돌박이가 들어간 얼큰한 태양초국밥(6000원)도 있다.

985호 (200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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