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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투’에 반격하다 

유통시장 뉴트렌드
“디자인·제품명까지 유사한 ‘베끼기 제품’에 법적 대응 속출” 

이임광 객원기자·llkhkb@yahoo.co.kr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보고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면 꽤 민감한 매니어급 소비자임에 틀림없다. 요즘은 제조업체를 확인하기 전에 겉모습만 보면 그 제품이 그 제품 같다.

평소에 즐겨 먹던 제품이라 생각하고 구매했다가 내용물이나 맛이 달라 포장을 확인해 보면 영락없이 다른 제조사의 제품이다. 제조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결국 엉뚱한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것은 원조 제품의 디자인이나 제품명을 비슷하게 베낀 유사품, 일명 ‘미투(me too) 제품’이 순식간에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투 제품은 원조 제품과 용기 디자인이 아주 비슷할 뿐 아니라 마트 진열대에도 거의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원조 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 미투 제품의 출현으로 소비자가 혼란스러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원조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던 업체들이다.

이들 미투 제품은 원조 제품의 판매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원조 제품보다 더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투 제품의 제조사가 원조 제품의 제조사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을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 때문에 처음 제품을 개발하고 광고 등 마케팅에 적잖은 투자를 해 온 원조 업체들은 고민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제품 연구 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어렵게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고 인지도를 끌어올려 놓았는데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모방 제품을 출시해 무임승차하려는 미투 업체들이 여간 얄미운 게 아니다.

초기에는 자신들이 원조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대처하던 원조 업체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근 미투 업체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통 상표권 관련 소송을 진행하는 데 많게는 5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원조 업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법적 분쟁은 식품업계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해태제과는 오리온과 큐브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해태제과는 아이스쿨을 출시한 지 열흘쯤 지나 오리온이 자사의 제품 컨셉트와 디자인이 같은 크리스털큐브를 내놨다며 법정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차(茶) 제조업체인 담터는 최근 원조 제품 립톤아이스티믹스의 용기 디자인과 전반적인 컨셉트를 그대로 베낀 유사품을 출시했다며 원조 업체인 유니레버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미투 제품 논란은 유가공 업계에서도 심심찮게 일고 있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GT’를 히트상품으로 터뜨리자 빙그레가 이를 모방해 ‘참맛좋은 우유NT’를 내놓았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조 업체인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도 미투 제품으로 한 차례 잡음을 일으켰다.

매일유업은 서울우유가 출시한 바나나우유가 자사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고유한 상표권을 침해하는 미투 제품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제품의 제조·판매·광고 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우유는 제품 이름을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우유’로 바꾸고 노란 병 뚜껑을 바나나 이미지와 무관한 빨간색으로 바꿨다.

유통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원조 제품 베끼기는 기업 간 소모적인 경쟁을 일으키고, 원조 업체의 신제품 개발 의욕을 꺾는다”며 “미투 제품 출시에 대해 엄격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996호 (200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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