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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에서 듣는 ‘비목’과 ‘대니 보이’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현실이 주는 처연함
세계로 날고 드는 진짜 ‘사방거리’ 될 날 꼭 있을 터
김호기·강석훈 교수의 한반도 녹색성장·생태관광 상징거점 밀착르포 ⑨
DMZ는 살아 있었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어릴 적 나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시골에서 살았다. 위로 형님이 네 분 계셨는데, 큰형님과는 제법 나이 차이가 났다. 큰형님과 둘째 형님, 셋째 형님은 내가 철들었을 때 이미 도회지로 나가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대학을 다니던 큰형님이 학군장교(ROTC)로 입대했는데, 아버지가 더러 면회를 갔다 오시곤 했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것은 이불에 들어가 막 잠들려고 할 때 면회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누던 큰형님 소식이었다. 큰아들에게 용돈을 쥐여주고 돌아올 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버스에 올라탈 때 돌아본 아들의 눈가가 제법 젖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덧붙이시던 이야기가 화천 땅 사방거리가 멀기는 멀다는 것이었다. 그때 어린 내게 입력된 낯선 공간이 다름 아닌 사방거리였다. 대체 그곳이 어디이기에 아버지는 그 먼 곳까지 가서 큰형님을 보고 왔을까 궁금했다. 아버지 이야기에 따르면 깊은 산골이라는데 사방으로 통하기에 사방거리일까, 산골이라는 이미지와 사방이라는 이미지가 어린 내겐 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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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호 (200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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