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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펀드 브릭스로 몰린다' 

펀드 애널리스트 5인 좌담 … '국내는 상반기 중소형주가 좋아' 

정리=최은경·장원석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왼쪽부터)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팀장,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코스피 지수가 1900대에서 다시 널뛰기를 시작했다. 시장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투자자들은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 움츠리면서도 파도를 가르며 신나게 윈드서핑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숨기지 못한다. 펀드 투자자들도 언제 들어가야 할지, 언제 빠져야 할지 고민이다. 고민 해결을 위해 전문가 군단이 나섰다.

2007년 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펀드만큼 주목 받은 사람이 펀드 애널리스트들이다.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각 부문 애널리스트와 경제분석가의 의견을 종합해 펀드를 평가하고 자산 전략을 짜는 일을 한다. 주식형 펀드만 해도 1400개가 넘는 요즘, 이들의 한마디가 투자 지침서가 될 수 있다. 11월 18일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5명의 펀드 애널리스트가 머리를 맞댔다. 각 증권사에서 펀드 리서치를 담당하는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팀장,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이다. 나이도, 소속도 다르지만 펀드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은 운용사 탐방을 같이하고 세미나를 함께 여는 사이다.

내년에도 환매 이어질까

이계웅 팀장: 내년을 전망하기 전에 먼저 2010년 펀드시장을 정리해보자. 올해 최대 화두는 역시 펀드 환매였다. 1년 동안 20조원 가까이 빠진 것 같다. 주식시장은 좋았지만 주식형 펀드 환매는 계속됐다.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상품으로 돈이 몰려 운용사들이 어려웠을 한 해다.

김대열 팀장: 맞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2007년에 펀드시장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유입됐기 때문에 오히려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오광영 연구위원: 2007년에는 정말 예금하듯이 펀드에 가입했다. ‘펀드 런’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투자 성향에 따라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김대열 : 그래서 시장이 ‘좋았다’ ‘좋지 않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빠져나간 돈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주식형 펀드로 언제 다시 돌아올지다. 한때 코스피 지수 1900선이 무너져 매수심리가 위축됐지만 2000을 넘으면 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현철 연구위원 : 정확한 시점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펀드시장에서 순유출이 이어질 것이다.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을 보이면 매수가 일시적으로 늘 수는 있겠지만 당분간 순유입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대열 코스피가 2000대에 안착하면 2분기 이후 순유입으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펀드시장이 올해보다 내년에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점이다.

오광영 : 올해 또 눈에 띈 트렌드는 다양한 상품의 출시다.

박현철 : 신상품을 내놓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목표 전환 펀드, 분할 매수 펀드 등 다양한 펀드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국 본토 펀드는 판매한도를 다 채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대열 : 투자 성향에 따라 시장이 나뉜 것도 특징이다. 공격적 투자자는 랩 어카운트(랩)와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로, 안정형 투자자는 채권 혼합형 펀드나 해외 채권형 펀드로 몰렸다.

이계웅 : 랩에 대해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오광영 : 현재 랩의 인기는 2006~2007년 펀드 열풍과 닮은 데가 있다. 시장에서는 분명 존재감을 드러냈다. 종목별 장세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고 자문사는 활기를 띠었다.

랩 어카운트 위협적 존재

이계웅 랩은 쉽게 말해 ‘선수’들이 운용하기 때문에 다르다고 말한다. 펀드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커가고 있다. 하지만 180여 개의 전업자문사는 경쟁 끝에 일부만 살아남을 것이다.

박현철 랩이 열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펀드 환매자금은 ELS, 예금,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많이 유입됐다. 지금의 랩 자본으로 시장에 변동을 가져오긴 어렵다.

오광영 현재 자문형 랩에 들어온 자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100억원대 자산가가 1억~2억원을 시험 삼아 투자한 것이라면 앞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김순영 연구원 그렇다.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으로 랩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에도 랩이 펀드에 위협적일까.

오광영 물론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지만 살아남은 회사는 미래에셋처럼 큰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다. 랩은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자문사인지 검증해야 한다. 검증이 끝나면 더 인기를 끌 것이다.

김대열 펀드와 달리 집중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상품이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투자하는 것은 괜찮다.

김순영 연구원 랩을 포함해 올해는 공격적 투자자들이 이익을 많이 본 것 같다.

이계웅 올해는 안정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초에는 안정 성향의 펀드가 인기를 끌었고 중반 이후 코스피 지수가 올라가고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중국 펀드 같은 공격적 상품이 좋은 성과를 냈다.

오광영 11월 11일 옵션 만기 충격 이후로 흐름이 또 달라졌다. 시장에 대한 신뢰가 다시 무너졌다. 많은 공격적 투자자가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내년에도 장담하기 어렵지 않겠나. 그동안 한국 증시는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때도 강한 펀더멘털로 성장세를 지속했지만 이런 위기가 있을 때마다 안정적으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인다.

김순영 내년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대열 국내 증권사 평균 예상 코스피가 2400 정도이고 외국계 증권사들이 2300 정도를 예상치로 내놨다. 현재 주가보다 15~20% 상승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내부적으로 경기 모멘텀을 회복할 것이고 외부적으로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저점을 찍고 방향을 바꿨다.

오광영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감한다. 김 팀장 얘기대로 2000대에만 안착하면 과거에 보지 못한 지수대로 순항할 수 있지 않을까. 올 한 해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이끌었지만 내년에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중국 본토·동남아 펀드 인기 끌어

김순영 펀드 투자자는 신규 투자와 환매 시기를 두고 가장 고민할 것 같다. 2010년에는 투자자의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코스피가 1600대에서 2000에 근접했다. 펀드 역시 17조원 정도 환매했지만 수익률은 높았다. 연말 균형지수를 1900으로 보고 1900대 이하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 펀드에 투자한다면 어떤 펀드가 유망할까.

박현철 흔히 펀드를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 식으로 나누지만 그런 성향을 띤다는 것이지 말처럼 구분하기 어렵다. 지역을 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유망하다. 아직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중국, 한국, 브라질을 주목할 만하다.

김대열 국내 시장 전망도 매우 좋다. 굳이 국내와 해외로 나눈다면 국내 투자를 권한다. 국내에서는 강세장에서 성장형이 큰 성과를 냈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려면 비과세 폐지로 과세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머징 시장이 먼저 고려될 것이다.

김순영 역시 다들 이머징 시장이 유망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고 유동성도 나쁘지 않다. 또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선진국 비중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이머징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선진국에서 풀리는 돈이 이머징 시장으로 완전히 퍼지지 않고 선진시장에 머무를 수 있다.


이계웅 국내와 해외, 주식형과 채권형 식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것보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같은 지역에서도 펀드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을 고르자면 국내와 이머징 시장이 좋아 보인다.

오광영: 최근 이머징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두고 버블 우려가 있지 않았나.

이계웅: 버블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보다 이머징 시장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당분간 아시아 시장으로 돈이 계속 들어올 전망이다. 1년 단위가 아니라 상·하반기를 나눠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상반기에는 중소형주, 하반기에는 대형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 상반기에 많이 오르면 하반기에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대형주·수출주가 시장을 이끌 것이다. 이머징 시장에서 특히 동남아,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를 추천한다. 저평가된 데다 내수시장과 기업이익이 좋다. 러시아도 유망하다. 319억 달러에 달하는 국유재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혀 서방국가에 신뢰를 심어줬다.

오광영: 마찬가지로 내년 초에는 중소형주, 가치주 펀드의 성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밸류에이션 장세에 돌입해 국내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 큰 상승을 맞을 수 있다.

박현철 : 내년에도 신상품이 많이 출시될까?

오광영 :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 펀드에 대한 불만이 커져 고객의 니즈를 담은 맞춤형 상품이 많이 나왔다. 내년에도 다양한 컨셉트의 독특한 상품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이런 상품은 일반 펀드 상품보다 준비기간이 짧고 운용 경험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

브릭스 유망, 일본·유럽은 안 권해

김대열 내년에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펀드가 뭔지 말해보자. 내년을 강세장으로 보고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성장형 펀드, 해외 펀드에서는 브릭스(BRICs) 펀드를 꼽았다. 브릭스 국가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순으로 유망할 것으로 본다.

김순영 소비재에 투자하는 컨슈머 펀드를 유망 펀드로 추천한다. 시장에 돈이 공급되면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난다. 지역은 브라질 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이계웅 내년에는 좀 공격적으로 투자해도 좋을 듯하다. 이때 분산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내 중소형주와 러시아 펀드가 유망하다. 이미 저점을 찍고 반등한 중국 시장도 좋다.

오광영 중소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져 국내 가치주 펀드가 주목 받을 것이다.

박현철 국내를 포함한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하다. 일본과 유럽은 회복이 더디다. 빨리 가는 곳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좋다.

김순영 일본 시장은 매력이 낮아 보인다.

오광영 내년에는 채권형 펀드도 주목 받지 못할 것 같다.

김대열 일본, 유럽, 국내 채권형 외에 리츠 펀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문제를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아직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 단기적 수익률도 생각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펀드에 가입할 때 재무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계웅 물론 맹목적 장기투자는 좋지 않다. 1년 정도 투자하고 시장이 바뀌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환매할 것은 환매해도 좋다. 유동성이 공급되더라도 고용이나 주택시장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으면 또 시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얼마 동안 투자해야 장기투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기대수익률이다.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면 그때 환매하면 된다.

김순영 단기 수익률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도 좋지 않다. 펀드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이 또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해외에 투자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오광영 투자해야 할 때 환매하고 환매해야 할 때 뒤늦게 투자하는 고객이 항상 있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황에 맞게 조절해 나가야 한다. 분기별로 나눠보면 수익률이 계속 상위권에 있는 상품은 없다.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한꺼번에 환매하거나 수익률이 좋다는 소리만 듣고 전 재산을 털어 투자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박현철 내년 투자의 핵심은 강세장이라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유동성 장세라고 보기 어려웠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경기 순환, 경기 모멘텀 회복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글로벌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실제 미국에 풀린 돈의 규모는 크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아직 얼어 있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돈이 들어올 곳은 주식시장과 펀드다.


펀드 애널리스트 5인은…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팀장


매월 ‘펀드투자 INSIGHT’를 발간하는 펀드 전문가로 네이버에 펀드 투자에 대해 기고하고 투자금융협회 전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1억원 포트폴리오


국내 주식형 45%, 해외 주식형 30%, 원자재 관련 25%


투자하고 있는 펀드

한국투자한국의힘주식, 신한BNPP골드증권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팀장

현재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에서 펀드 리서치와 자산배분전략 업무를 담당한다. KBS, MBN, 매경, 한경 등 언론에 출연. 한국투자자교육협의회 등에서 자산관리를 강연한다.

2011년 1억원 포트폴리오

국내 주식형 47.5%, 해외 주식형 17.5%, 해외 섹터 5%, ELF·ELD 12.5%, 국내 채권·예금 10%, 해외 채권 2.5%, 현금성 자산 5%

투자하고 있는 펀드

하나UBS대한민국1호(주식)C, 한국투자한국의힘1(주식), 하나UBS인Best연금펀드, 하나UBS장기주택마련펀드, 블랙록월드광업주, 블랙록월드골드, PCA차이나드래곤A Share펀드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메리츠증권 PB 출신으로 SBS, MBC, MBN, 조선일보 등 다수 매체에서 펀드 시장을 전망하고 분석한다.

2011년 1억원 포트폴리오

국내 주식형 45%, 해외 주식형 20%, 국내 채권·예금 10%, 해외 채권 5%, 원자재 관련 10%, ELF 5%, 현금성 자산 5%

투자하고 있는 펀드

신영밸류우선주펀드(주식)A, 신영마라톤펀드(주식)A,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주식)A, 알리안츠Best중소형주펀드(주식)A2,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주식)A, 미래에셋 China A share 1H(주식)A,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1(주식)A, 미래에셋맵스 로저스Commodity인덱스(특별자산)A, 신영신종개인연금60증권자전환형(주식혼합)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한국펀드평가 펀드평가팀을 거쳐 메리츠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에 입사했다. 제로인, 전국투자자협의회 등에서 강연을 맡고 있다.

2011년 1억원 포트폴리오

예금 30%, 국내 주식형 30%, 해외 주식형 40%, 채권·현금성 자산 0%

투자하고 있는 펀드

브릭스 펀드, 중국 펀드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

FN가이드 펀드평가팀에서 펀드 리서치를 시작해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다.

2011년 1억원 포트폴리오

주식형 70%(국내 주식형 60%, 해외 주식형 40%), 혼합형 5%, 글로벌 채권 10%, 대안투자 5%, 현금 자산(CMA, MMF) 10%

투자하고 있는 펀드

알리안츠GI기업가치향상, IBK그랑프리KRX100인덱스, 현대차이나A,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컨슈머, KTB액티브자산배분, AB글로벌고수익(채권-재간접), 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

1064호 (201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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