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예금 금리가 성에 차지 않을 때… 

장기예금으로 갈아타기, 금리 충분히 오른 뒤에도 늦지 않아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뛰는 물가! 나는 금리!” 현 시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줄곧 3%대를 유지하던 소비자 물가가 1월 4.1%, 2월 4.5% 등 2개월 연속 4%를 넘었다. 3월에는 5%도 돌파할 기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물가는 최근 MENA(중동·아프리카, Middle East/North Africa) 지역의 민주화운동으로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무섭게 뛰고 있다.

정부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공공요금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2%에 고정돼 있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과 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올해에는 좀 더 빠른 속도로 1월과 3월에 0.25%포인트씩 올리며 물가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게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르면서 예금 금리나 대출 금리 같은 시중금리 또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한때 3%를 밑돌았지만 연말부터 서서히 오르더니 최근에는 4% 중반까지 올라 그동안 저금리에 울상 짓던 예금생활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금리인 CD금리는 작년 7월 이후 0.87%포인트 오른 3.3%를 넘나들면서 기존 CD연동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은행의 예금 평균금리를 산출해서 지난해 새로운 주택담보대출금리로 사용 중인 코픽스 금리 또한 예금 금리 상승이 반영되면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곡물가격과 유가의 고공행진은 공급 부족이라는 1차적 요인 외에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따른 투기적 요인도 매우 크다. 따라서 최근의 어지러운 상황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잘 정리된다면 물가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한적 금리 상승 예상돼

또한 지나친 금리인상은 가계부채의 이자를 만만치 않게 만들고 여전히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이제 막 살아나기 시작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저금리 경제체제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5~6%가 훌쩍 넘는 고금리 예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은 크지만 빠르게 큰 폭으로 오르기보다는 점진적이고 제한적으로 오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면서 금리가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될 때 장기로 가입하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1년 이상 장기예금보다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MMF(Money Market Fund)나 1개월짜리 회전 정기예금 등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면 1년 이상의 장기예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예금 기본전략에는 고려해야 할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과연 금리가 단기간에 만족할 수준만큼 오를 가능성이 크냐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급격하게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보다는 서서히 제한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단기예금과 장기예금의 금리차이다. 최근 MMF의 수익률은 2% 내외고, 1개월짜리 회전 정기예금의 금리는 3%다. 1년짜리 정기예금의 금리가 4.3% 정도니까 약 2~2.3%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낮은 금리로 운용하는 기간만큼 손해 본 이자를 충분히 만회할 수 없을 만큼 금리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물가가 진정되면 1년 이내에 금리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금리상승기라 해도 추가적인 금리상승을 기대하면서 훨씬 낮은 금리의 단기예금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1년 이상의 장기예금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예금을 다양한 기간으로 분산해서 가입하는 기간 분산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금 포트폴리오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4% 중반의 예금 금리라면 최근 급격하게 높아진 물가상승률도 상회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가하락과 함께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쉽게 기대할 수 없는 금리수준이다. 따라서 단기예금보다는 1년짜리 정기예금 가입을 기본으로 하되 비교적 금액이 큰 경우라면 1년짜리만 고수하지 말고 2년·3년짜리 예금에 골고루 나눠 가입하는 예금 포트폴리오 전략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상 예금 금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진다. 1년짜리보다는 2년·3년짜리 정기예금이 조금이라도 높게 마련이다. 따라서 1년짜리에 40%, 2년·3년짜리에 각각 30%씩 나누어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향후 금리가 더 오르더라도 매년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으로 다시 가입할 수 있어 손해를 줄일 수 있고, 만약에 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2년·3년짜리 장기예금 가입 덕분에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어 금리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ELD·ELS 등 대안상품도 고려

최근 단기간에 예금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미 가입했던 예금을 해지해서 오른 금리로 다시 가입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이자를 충분히 넘어설 만큼의 금리가 아니라면 실익이 거의 없으므로 꼼꼼히 따져서 갈아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는 대안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전략도 고려해봐야 한다. 최근 예금 금리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물가도 같이 뛰고 있고, 과거의 5~6% 금리를 생각하면 영 만족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예금생활자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대안상품이 바로 ELD(Equity Linked Deposit·주가지수연동예금)이다.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은 보장되면서 선택한 조건이 충족되면 정기예금의 1.5~2배가 넘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ELD는 한마디로 조건부 정기예금이다. 예를 들어 최근 가장 인기가 좋은 안정형 구조는 1년 후에 주가가 가입 시점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예금의 2배 가까운 이자를 준다. 정기예금처럼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고 세금우대나 생계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중도에 해지하면 수수료가 발생해서 원금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기예금에 70%, ELD에 30% 비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ELD에서 실패해도 70%만큼은 이자를 받고 반대로 성공하면 전체적으로 5%가 넘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끝으로 ELD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ELS(Equity Linked Security·주가연계증권)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원금손실의 가능성은 줄이고 이익실현의 기회는 늘린 구조를 가진 데다 최근에는 원금보존을 추구하는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어 예금생활자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보통 2년 또는 3년 만기로 4개월 또는 6개월마다 조건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되는 구조다. 최근처럼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횡보 국면에서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금이나 ELD보다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펀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ELD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대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기예금에 90%, ELS 10% 정도로 보수적으로 시작해서 투자에 경험이 쌓이면 점차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좋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1079호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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