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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를 때 탐낼 만한 펀드 

원자재 지수·관련 기업·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 짭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K 등이 개발에 참여한 베트남 해상 광구. 고유가로 자원개발이 한창인 SK 관련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벨트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시위로 인한 정정 불안으로 연일 유가가 치솟고 있다. 2008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 150달러에 비하면 아직 100달러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정정 불안이 지속될 경우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름값뿐 아니라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2010년 6월 이후 7개월 동안 무려 50% 이상 올랐다. 남미는 폭염으로, 인도와 중국은 가뭄으로, 호주는 홍수로 인해 세계의 곡창 지대 수확량이 급감했다.

중동 사태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도 농산물 가격과 관련돼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밀 수출을 금지하자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 국민이 ‘빵과 자유를 달라’며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름 등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오르자 이들 자산에 투자하는 원자재 관련 펀드에도 최근 들어 급속하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중동 불안으로 기름값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사실 몇 년 전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은 울리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실시했다.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유럽 등 세계 각국도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돈도 함께 풀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지난해 11월 돈을 찍어내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쓰며 대규모로 시장에 돈을 풀었다. 통화도 크게 보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많아진 통화, 즉 돈이 흔해지면 상대적으로 돈과 교환 관계에 있는 재화의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다.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기름 등 각종 원자재의 거래는 기축통화인 달러로 이뤄진다. 달러가치의 하락은 곧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의미한다.

중동 민주화 단초도 농산물 가격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빠른 경기회복은 원자재 수요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례로 중국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 원자재와 농산물의 가격 상승세가 최근 들어 두드러졌는데 면화, 대두(콩), 구리, 아연, 납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글로벌 차원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자 최근 들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어떤 나라든지 고성장을 구가하면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1980년대 우리나라가 연평균 12%가량 고도성장을 했을 때 정책 당국자의 1차적 고민이 물가 안정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중국 당국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달러가치 하락으로 투기 자금이 언제든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현금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자산 보호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현재 상품시장의 중요한 이슈를 먼저 점검한 후 원자재 펀드 투자 요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선진국의 통화 확대 정책과 중국 등 신흥국가의 긴축 정책 간의 힘겨루기가 눈에 띈다. 통화 확대는 상품시장 입장에서 보면 호재지만 긴축은 그렇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등이 긴축하더라도 성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 상품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세계시장에서 주요 농산물과 원자재의 중국 수요 비중을 보면 면화 40.6%, 대두 22.6%, 구리 27.3%, 콩기름 25.8%, 아연 34.9%, 납 35.7%, 알루미늄 32.5% 등이다. 중국경제가 성장하는 한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 이제야 온기가 돌기 시작한 미국 등 선진국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인상 등 긴축 모드로 돌아서기 어렵다. 아직도 미국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책 당국자는 1929년 대공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화인(火印)처럼 기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이 더 컸다.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20여 년째 맥을 못 추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생각한다면 급속하게 정책을 전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원자재 인덱스·ETF 활용해야

역사적 데이터를 보더라도 원자재 가격 급락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1970년대는 오일 쇼크로 표현되는 ‘인플레이션의 시대’였다. 미국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폴 새뮤얼슨 교수는 “만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학자가 있다면 출신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그에게 당장 노벨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IT(정보기술)의 혁신과 세계의 저가 생산기지로 등장한 중국으로 인해 20여 년 동안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성장을 했다. 주가가 오르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상승장으로 불리는 1982~2000년 초 20여 년간은 원자재 가격 안정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기름값은 이 기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도 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는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적정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한 매크로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는 이런 역사적 데이터를 근거로 “상품시장의 수퍼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말을 하며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원자재와 농산물을 편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은 원자재 관련 금융상품에 자산의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다. 원자재 관련 펀드에는 원자재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대표적 원자재 지수 펀드는 앞서 말한 짐 로저스가 개발한 로저스 커머더티 인덱스펀드와 농산물 인덱스펀드가 있다. 다른 한 가지는 ETF, 즉 상장지수 펀드를 이용해 증권 계좌로 원자재 인덱스를 구입하는 방법이다.

원자재 관련 주식형 펀드는 말 그대로 원자재와 농산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인데, 단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자원 부국 펀드는 말 그대로 브라질과 러시아, 호주 등과 같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상품마다 일장일단이 있지만 직접 원자재와 농산물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고 싶다면 원자재 인덱스나 ETF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원자재는 중동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 외에 정치적 변수 등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변동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적립식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78호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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