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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도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장 질병·대상의 우선순위 정하고 평생 납입금액 계산·비교해야 


대학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미혼 여성 박지연(29·가명)씨는 매달 보험료를 30만원 넘게 꼬박꼬박 내고 있다. 나이에 비해 보험료 지출이 많은 것 같다고 느끼지만 손댈 엄두가 안 난다. ‘보험 해지는 곧 손해’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머니 지인의 부탁으로 든 종신보험은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가입해 매달 25만원이나 나간다. 새삼 보험사를 찾아 상담을 받기도 번거롭고 섣불리 해지했다간 큰 손해를 볼까 걱정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박씨에게 “당장의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보험금 지출을 줄이라”고 충고한다. 박씨의 가장 큰 문제는 월수입 대비 보험료 지출이 15%나 된다는 것이다. 가계 소득 대비 적정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월 소득의 8~10% 이내라고 한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점검하고 필요한 보장은 늘리고 쓸데없는 부담은 덜어내는 것이 보험 리모델링이다. 박씨처럼 보험료가 과다 지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것이 첫 단계다. 보험에만 치중하다 보면 다른 자산 증식에 방해가 된다.

여러 개 보험에 가입하다 보면 불필요한 부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리모델링을 통해 줄여야 한다. 가족의 신변과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보장 규모도 이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가계소득이나 재무설계가 달라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 나가는 보험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은 최소 지출과 최대 보장이다. 보험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7.7%에 달하지만 1인당 보장자산과 연금자산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대부분의 가계가 보험을 들면서도 그만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거품은 없애고 실속을 늘리기 위해 리모델링은 필수적이다.

주요 질병 보장은 최소 80세까지

우선 가지고 있는 보험증서를 찾아 꺼내보자. 현재 어떤 보험과 특약에 가입돼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보장 범위와 기간이 어디까지인지, 만기까지 납입 금액과 기간이 얼마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은 중복되거나 부족한 보장들을 챙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을 새로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가 전산에 남아 있는 기존 보험 내역을 살피며 중복 보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특약이 겹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상해보장과 건강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모두 취급하는 데다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 지인의 권유에 따라 비슷한 상품을 여러 개 가입한 경우가 많다. 최용석 흥국생명 금융연구소장은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 일부를 돌려받는 ‘CI보험’의 경우 중대 질병에 대해 보장하고 예외 특약이 많아 다른 보험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을 리모델링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누구를 최우선 보장 대상으로 삼을지, 수많은 질병 보장 중에서 어느 것이 발생 확률이 높을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보통 가장을 최우선 보장 대상으로 삼고 배우자, 자녀 순으로 정한다.

48세 직장인인 윤기석씨는 인후암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에 위암으로 어머니마저 잃자 암보험에 새로 가입했다. 기존 보험에 비해 비싸긴 했지만 보장기간이 길고 진단금이 높은 상품을 택하고, 다른 질병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을 해지해 보험료 예산을 맞췄다.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보장 기간도 다시 살펴야 한다. 최근 몇 년 새 보험상품의 보장 기간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 가입한 보험의 경우 지금 보면 터무니없이 짧은 보장 기간을 내세우는 것도 있다. 주요 치명적 질병은 60세 이상 발병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장은 80세까지는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장 기간이 끝난 후 재가입하려면 가입 자체도 어렵고 보험료도 많이 오른다.

그렇다고 비싼 보험료를 감내하며 종신보장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은 가장의 사망으로 수입원이 끊기는 것을 대비할 목적으로 가입하기 때문에 60세까지만 보장 받아도 충분하다.

최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많아지며 암보험 등 특정 질병에 대한 보험에 많이 가입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보장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경우를 생각해 일반사망보험금도 받을 수 있도록 보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계가 보험료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돼 있고, 내 가족에게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부분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보통 병원 치료에 대한 부담 금액을 보상하는 실손보험, 여기에 중대질병보험과 종신보험을 추가하는 형태로 구성한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보험은 해약해도 괜찮을까? 가입자들은 손해가 막심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의 손해보다 평생을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성우 에이플러스에셋 팀장은 “보험 하나에 총 얼마의 금액을 평생 동안 내게 되는지를 계산해 보고 보장 규모를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타사 상품에 비해 보험료는 비싸고 보장 범위가 좁다면, 지금껏 납입한 금액을 아까워하기보다 길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리모델링 최종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할 것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들어 보험료를 낮추려는 목적이라면 해약 대신 납입을 일정기간 유예할 수 있는 보험료 납입 일시정지를 신청하거나, 보장 규모를 줄여 보험료를 삭감하는 감액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최 소장은 “기납입 보험료를 승계해 전환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 리모델링은 설계사가 개인의 보험 구성을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보험의 복잡한 상품 구조와 계약 사항들을 들여다보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최 소장은 “보험 포트폴리오에 대한 상담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일부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리모델링을 돕기도 한다”며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할 것을 강조했다.

최 팀장은 “납입 기간이 가입자의 은퇴 전에 끝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전자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은 가입한 지 오래된 경우 바뀐 법 규정이 명시한 보상 범위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험은 중도에 변경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입 전에 모든 보장과 금액을 잘 살피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

■보험 리모델링 따라잡기

-보험료 예산 책정: 가계 소득의 10% 이내

-보험증서 검토: 가입된 보험과 보장 사항을 확인

-중복 보장 체크: 쓸데없는 보험료 지출 줄이기

-부족한 보장 체크: 보장 기간과 범위를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기

-해약 혹은 갈아타기: 가급적 기납입액 보전하는 상품으로 갈아탈 것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1078호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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