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Special Report Ⅰ - 경제민주화보다 경기활성화 급해 

경제 오피니언 리더 100인 서베이 

이필재·장원석·박성민·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성장동력 확보(72%), 경제 활력 회복(63%), 일자리 창출(54%) 중요 박근혜 대통령 국정 운영 못한다 42%

▎3월 28일 열린 경제정책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가운데)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동력 확보(72%), 경제 활력 회복(63%), 일자리 창출(54%)에 둬야 한다.’ 우리 사회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9돌 특별기획으로 기업 경영자, 경제학자, 경제 분야 전문직 종사자,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경제 관련 단체 고위간부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조사방법과 응답자 명단은 상자기사).

이들은 각각 과반수가 이 세 가지 정책에 정부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 안정(6%), 가계 빚 경감(16%), 복지정책 강화(17%)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요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민생 안정 내지는 경제 민주화 관련 정책에 정부가 과도하게 힘을 쏟는건 곤란하다는 인식이다.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를 알아보기 위해 모두 9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것 세 가지를 골라달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해서는 26%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에 대해서는 22%,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16%가 우선순위를 두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민생 안정보다 경제 살리기에 치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응답자의 과반수인 61%가 ‘경제 민주화보다 경기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답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런 생각은 일반 국민의 여론과는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는 대중의 의견이나 태도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가리킨다.

CEO들은 경제 활력 회복, 글로벌 경제위기 대처, 규제 완화, 물가 안정에,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 복지정책 강화에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제 민주화보다 경기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절대 다수가 복지정책 강화에 우선순위를 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복지국가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135조에 이르는 재원을 정부 지출 및 비과세·감면 대상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없이도 복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 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얼마나 공감대가 있을까? 이번 조사의 응답자 중 ‘증세 없이 복지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복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한 증세 자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5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찬성 42%). 또 증세를 한다면 법인세(18%)나 소득세(38%)보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43%)를 올리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증세를 한다면 법인세보다 부가세와 소득세 인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가을 발표한 일이 있다. CEO들은 부가세(54%)를, 경제학자들은 법인세(22%)와 소득세(43%)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했다.

복지를 확충하느라 재정 지출을 늘리면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재정 건전성 훼손은 감내할 만한 것인가? 응답자의 48%는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 건전성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 간에 재정 건전성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복지정책의 수혜 범위 내지 복지 모델로는 10명 중 8명꼴로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 여건에서는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복지가 타당한 정책 방향이라는 응답이 79%였다. 선별적 복지가 타당하다는 인식은 경제학자보다 CEO들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정부는 중산층 70% 복원을 국정 운영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중산층 재건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11%만이 ‘현 정부 임기 중 중산층 70% 복원이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답했다. 이로써 ‘중산층 70% 복원’에 대해 경제 오피니언 리더의 절대 다수가 회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년 연장보다 청년실업 완화 선호

박 정부는 또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야 정치권은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그런데 정년 연장은 청년실업 해소라는 정책 과제와 상충될 수 있다.

정년 연장으로 청년실업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 문제를 둘러싸고 세대 갈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부가 정년 연장보다 청년실업 해소에 치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실업 해소보다 정년 연장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창조경제는 박 정부의 핵심적인 슬로건이다.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러나 3분의 2 가까이(62%)가 ‘창조경제는 개념이 모호하고 다소 추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조경제를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틀로 삼을 만하다’는 응답(42%)은 절반이 안 됐다. 이렇듯 박한 평가 배경에는 창조경제의 실체가 분명치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모호하고 다소 추상적이라는 사람은 29%만이 창조경제를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틀로 삼을 만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념이 모호하지도 추상적이지도 않다고 보는 사람의 경우 71%가 창조경제를 우리 경제의 기틀로 삼을 만하다고 답했다.(그래프 참조)

창조경제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와 정책 성과 및 국정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높게 한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생각은 반대로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한 사람일수록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는 3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낮췄다.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깎은 것이다. 성장률이 이렇게 급락하면 세수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이어서 12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을 경제 오피니언 리더들은 전적으로 수긍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45%는 정부 전망대로 2.3% 안팎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38%는 그보다 다소 높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2.3%보다 다소 낮을 것이란 응답은 17%). 경제학자들은 과반수(54%)가 올해 성장률이 2.3%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민간 경제연구소보다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잡은 건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내다본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인가?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9%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임기 말인 5년 후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그러나 응답자의 약 3분의 2(매우 낙관적 1%, 낙관적인 편 63%)가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나이가 많을수록, 경제학자보다 CEO가 상대적으로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 사회통합 미흡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잘한다(35% : 매우 잘한다 0%, 잘하는 편이다 35%)는 평가보다 못한다(42% : 매우 못한다 9%, 못하는 편이다 33%)는 평가가 우세했다. 5개의 부문별 평가도 100점 만점에 70점 미만으로 낮았다. 일반적인 대학 학점으로 환산하면 C학점에 해당하는 점수다. 이코노미스트는 5개 부문으로 나눠 박 대통령의 정책 성과와 국정 리더십을 점수로 평가해 달라고 청했다.

10점 만점으로 매긴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55.9점(사회통합)~68.4점(안보 위기 대응과 남북 관계)대에 분포한다(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61.2점, 국정 리더십 59.6점, 정치권 안정 58.9점). 안보 위기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잘했지만 사회통합은 못했다는 인식이다.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한 정치력 평가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5개 부문을 통합한 국정 평균 점수도 60.8점으로 낮다.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나이가 많을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CEO보다 경제학자들 가운데 많았다. 한편 박 대통령의 사회통합 점수를 낮게 매긴 사람일수록 복지 지출 확대를 위한 증세에 더 적극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5년 임기 중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잘할 것(매우 잘할 것 7%, 잘하는 편일 것 52%)으로 내다봤다.







1186호 (2013.05.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