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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블루 다이아몬드·’··남자를 세우다 

비아그라 탄생 15년 

조득진 이코노미스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8년 3월 27일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시판을 승인했다. 그 후 15년 동안 이 푸른 알약은 ‘블루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자존심 꺾인 남성의 희망이 됐다. 지난해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특허 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복제약)이 쏟아졌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1.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인 윤창섭(39·가명)씨는 비아그라 몇 통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고객들에게 선물용으로 건네기 위해서다. 윤씨는 자신뿐 아니라 지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비아그라를 처방 받아 물량을 확보한다. 그는 “처음엔 건네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쑥스러웠지만 최근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회사 동료 서너 명도 나와 같은 영업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2.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산 위조 비아그라·시알리스 약 56만정, 정품 시가 65억원 상당을 압수하고 중국 공급책과 국내 유통 중간상·판매책을 구속했다고 3월 19일 밝혔다. 변압기 부품 박스에 가짜 비아그라를 숨겨 들여온 이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가정집에서 용기 포장, 위조상표 부착, 사용설명서 첨부 작업을 거쳐 정품으로 둔갑시켰다. 성인용품점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와 유흥주점·모텔 업주 등에게 1만원에 팔아 10배 이상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된 지 15년이 다 됐지만 비아그라는 여전히 남성들에게 ‘은밀한 희망’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약효에 대한 과신은 ‘정품’과 ‘짝퉁’, 오남용에 대한 분별력도 흐리게 했다.

푸른 빛깔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생겨 ‘블루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비아그라는 1998년 3월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하면서 세상에 등장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이 약품은 외과적 치료 없이 단지 알약 복용으로 성기능을 회복시킨다. 2011년까지 전 세계에서 19억정 넘게 팔렸다. 3800만명 이상의 발기부전 환자에게 처방됐다. 지난해엔 미국에서만 800만명에게 20억 달러어치가 처방됐다. 비아그라는 1999년 10월 국내에서도 시판이 시작됐다.

이후 ‘스그라’ ‘오르거라’ ‘자하자’ ‘누리그라’ ‘프리야’ ‘오르맥스’ ‘세지그라’ ‘바로그라’ 등 노골적인 이름의 비아그라 모방 제품이 시장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지난해엔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면서 저렴한 제네릭이 쏟아져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문턱이 낮아졌다.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1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성장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불법 유통 제품과 ‘짝퉁’까지 더하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제약업계에서는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약으로 평가한다. 성기능 장애가 부끄럽다는 인식을 바꾼 것은 물론 심장질환 예방에도 기여한다. 이윤수 명동이윤수비뇨기과 원장은 비아그라 예찬론자다. “비아그라의 등장은 남몰래 부부 관계를 고민한 남성을 ‘밤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가정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 원장은 “보형물 삽입처럼 수술뿐이던 종전 치료 방법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 왔고, 무엇보다 발기부전의 원인을 밝혀 그동안 가십이나 놀림의 대상으로 여긴 발기부전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조연진 한국화이자제약 비아그라 마케팅 PM(P roduct Manager)은 “비아그라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발기부전은 금기어였지만 이후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됐다”며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을 개인의 고민에서 질환의 영역으로 끌어냈으며 중·노년층이 성에 대해 소통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불법·유사품 포함 국내 시장 3000억원대로 추정

비아그라가 꾸준히 사랑 받은 이유는 발기 강직도에 있다. 유럽비뇨기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 남성과 여성 5명 중 4명(약 80%)은 섹스의 질, 즉 발기 강직도 또는 발기 유지력을 섹스의 양적인 요소인 횟수(남성의 22%, 여성의 23%)보다 중시한다. 이는 비아그라를 복용한 발기부전 환자의 배우자 67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비아그라 복용 후 환자 배우자의 만족도가 92.1%로 나타났다. 또 배우자의 95.4%가 지속적인 비아그라 복용을 원한다고 답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발기 강직도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양지에서 유통되는 상품보다 음지에서 거래되는 ‘물건’의 규모가 더 큰 현실은 여전히 발기부전 치료제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제약업계에서는 서울 남대문시장과 강남 유흥업소 일대 중심의 ‘블랙마켓’을 2000억원대로 추정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발기부전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길 꺼리기 때문에 은밀하게 약을 구입하는 수요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값싼 제네릭을 앞세운 제약사의 판매 경쟁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오·남용을 부추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새로 뛰어든 국내 제약회사의 경쟁이 영업사원의 실적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과소비가 조장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해지다보니 발기부전 치료제를 약이라기보다 ‘비타민’ ‘영양제’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며 “예전 같으면 약을 찾지 않을 20대까지 신규 수요층으로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여전한 고민거리다.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우리가 바라는 발기부전 치료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부작용을 경험한 비율이 56.5%에 달했다. 부작용 증상은 안면 홍조 52.1%, 가슴 두근거림 14%, 두통 11.6%, 소화불량 5%, 현기증 5% 순으로 나타났다. 비아그라는 물론이고 이를 복제한 제네릭에도 같은 부작용이 존

재했다.

특히 밀수품은 성분이 불명확하고 함량이 불규칙해 더욱 위험하다. 4월 18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수원·안양·성남·용인 25개 성인용품 판매업소에서 구입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51건을 검사한 결과 80% 이상의 제품에서 권장 복용량의 3배가 넘는 약효 성분이 검출됐다.

임일성 대한비뇨기과개원의사회장은 “정상 횟수보다 자주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하거나 양을 늘려 복용하는 게 대표적인 오·남용 행태”라고 말했다. 이어 “심혈관계에 치명적 이상을 유발하거나 지속적인 발기 현상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심하면 성기능을 잃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86호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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