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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지금부터 3개월이 분수령 

숫자로 본 개성공단 

9년 만에 잠정 폐쇄된 개성공단 … 피해액 추산 1조~14조까지 고무줄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본 불꺼진 개성공단의 5월 2일 저녁 모습.




2004년 12월 북한 개성공단에서 고대하던 첫 제품이 탄생했다. 리빙아트가 생산한 통일냄비 1000세트다. 1999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공단 건설을 협의한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2004년 시범단지 분양을 시작해 봉제·신발·전자부품 등 4개 업종 15개 기업이 입주하며 개성공단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후 남북관계는 숱한 파고를 넘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2010년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남북 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중단됐다.

숱한 위기에도 유독 개성공단 사업은 건재했다.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상생의 상징으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개성공단이 폐쇄될 위기다. 4월 9일 북한 노동자들이 공단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공장은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다.

그동안 수 차례 남한 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일은 있었지만 공장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낱 같은 희망에 목을 맨 개성공단을 이모저모를 숫자로 따져봤다.

123 + 85 + 3000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공단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123개 입주 기업이다. 당장 제품을 만들지 못해 매출이 줄게 생겼다. 여기에 원부자재·완제품·공장설비도 챙기지 못할 우려가 있어 도산하는 기업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공단 폐쇄 장기화로 원청업체의 손해배상 청구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하면 입주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문제는 피해를 입는 곳이 입주기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에는 이들 입주업체 외에도 남한에 본사를 두고 영업하는 85개 기업이 있다. 현재 피해 보상 논의에는 이들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영업기업연합회는 개성공업지구 영업기업 간담회를 5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고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개성공단에 자재를 공급하는 협력기업은 3000여개가 넘는다. 이들의 간접적 피해 또한 피할 수 없게 됐다.

1조~14조원

개성공단 잠정 폐쇄에 따른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이를 두고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4월 2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입주기업의 피해액을 묻는 질문에 “1조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답했다. 입주기업의 집계와는 차이가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4월 29일 입주업체 103곳으로부터 넘겨받은 피해상황 집계액을 2조8000억원으로 발표했다. “집계에 참여하지 않은 20개 기업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액은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영업기업의 피해액도 만만찮다.

영업기업연합회는 피해액을 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금액은 직접적인 피해액만 계산했다. 개성공단의 공장부지, 원부자재와 완제품 값을 더하면 1조원이 넘는다.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원청업체와의 손해배상을 고려하면 피해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고 입주기업들은 주장한다. 또 “남북한 평화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안보 불안과 국가신용도 하락 등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까지 더하면 총 14조원의 피해가 생긴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3000억원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5월 2일 입주기업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1단계로 총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단 123개 입주기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 630억원을 연리 2% 수준에서 지원한다. 업체당 대출 상한선은 10억원이다. 또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을 연리 2%로 제공하며, 정책금융공사는 간접대출 1000억원을 제공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 369억원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남북협력기금 경협보험 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23개 입주기업 중 96개 기업이 가입한 경협보험은 보상한도가 최대 70억원, 특수상황이 발생할 경우 1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공장 건물과 같은 투자자산이 주요보상 대상이다.

5만3000명

북한의 피해도 상당하다. 당장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 5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이들의 부양가족까지 더하면 25만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134달러(약 14만7000원)다. 지난해까지 북한에 지급된 누적 임금은 3억 달러에 달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8700만 달러, 한화로 1000억원이다. 북한 전체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 8%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2004년 이후 누적 제품 생산액이 19억7599달러에 달하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한 모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1000만 달러

현재 남한과 북한은 미수금 지급 문제로 줄다리기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수금은 1000만 달러(약 11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3월 임금과 소득세·통신료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우리 측도 받을 게 많다. 북한에는 5000억원 규모의 완제품과 원부자재가 묶여있다.

남북한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북한 근로자의 출퇴근을 돕는 버스 276대의 반출 여부도 쟁점 사항이 됐다. 북한의 미수금 문제는 남북한 양측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 곧 마무리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떻게 끝나는가에 따라 개성공단 폐쇄 사태의 흐름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3개월

많은 전문가가 개성공단 폐쇄의 고비를 석달로 본다. 앞으로 두세달 안에 문제가 마무리 되면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을 넘기면 공장 재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랫동안 방치돼 녹슬고 망가진 공장을 되살리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다. 북한 측이 강조하는 단수나 단전이 이뤄지면 공장 회생은 더욱 멀어진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북한 측의 단수와 단전 문제가 쟁점이 되는데 이와 상관없이 3개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의 규모로 볼 때 3개월 이상 자금흐름이 막히고 영업이 불가능하면 도산하는 기업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187호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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