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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삼성·구글·애플·MS 운명 건 4강 대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맹주는? 

유환구 한국일보 기자
스마트 안경에서 구글이 한 발 앞서 … 삼성은 스마트 시계 개발 공식 발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100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결과다. 전년도에 비해 15분 늘었다. 먹고 자고 씻고 일하는 시간을 빼면 남은 시간의 대부분은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는 얘기다.

이게 다 아이폰의 등장 때문이다. 2007년 애플이 첫 선을 보인 스마트폰의 효시 아이폰은 ‘지저스폰(Jesus Phone)’으로 불리며 새로운 시장과 문화를 창조했다. 동시에 개인용 컴퓨터(PC)와 피쳐폰(일반폰), 디지털 카메라, MP3,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기기, 차량용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보기술(IT) 기기들은 구형으로 전락했다. 대신 스마트폰의 혈통을 이어 받은 태블릿PC, 전자책, 스마트 TV 등 후속 제품이 줄지어 등장했다. 스마트폰은 혁신적인 IT 기기가 산업 생태계, 나아가 삶의 패턴을 뒤바꿔놓은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 물 간 얘기가 됐다. 아이폰이 등장한 지 어언 6년, 스마트폰을 아직도 혁신의 상징으로 부르기는 머쓱해졌다. 포화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회사가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디자인이나 기능이 다소 개선된 정도다. 스마트폰이란 기기에선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3월 4일자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조작하는 일이 머지않아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포스트 스마트폰’을 고대한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다음 세대인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업체들의 경쟁도 불이 붙었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에 뒤쳐진 경쟁 업체들은 차세대 시장에서 명예 회복을 벼른다. 인터넷 검색에 기반해 ‘IT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과 PC시대 제왕으로 군림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적이다.

애플 역시 현재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혁신을 모색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급성장한 삼성도 최근 차세대 기기 개발을 공식화하며 4강 체제의 한 축을 형성했다. 여기에 부활을 꿈꾸는 IT강국 일본 업체를 비롯해 새로운 시대를 선점하려는 업체가 앞다퉈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과연 누가, 어떻게 ‘포스트 스마트폰’의 갈증을 해소해 줄까.

구글 글래스 연내 시판 예정

근소하게나마 앞서가는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태생의 기업답게 미래 스마트 기기와 관련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수년 전부터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주도 하에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준비한 구글은 최근 그 결과물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구글의 선택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s)’였다. 이 가운데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른바 ‘스마트 안경’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구글이 선보인 안경처럼 쓰고 사용하는 컴퓨터 단말기인 ‘구글 글래스’는 안경 알과 같은 디스플레이에 문자 메시지와 e메일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보여주고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인터넷 접속 기능은 없지만 무선통신이나 스마트폰을 경유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구글은 2월 20일 미국에서 체험단 8000명을 선정해 개당 1500달러에 해당 제품을 시범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내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3월 말에는 구글 글라스가 미국 내 폭스콘 공장에서 수주 내 생산에 돌입할 것이란 것이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구글은 최근 급부상한 스마트 시계 개발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21일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는 소문에 따르면 구글이 (애플·삼성과 같은) 스마트 시계 기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구글 스마트 시계는 자사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기반이며 안드로이드팀에서 제품을 개발한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글래스 손목시계(Glass wristwatch)’라는 시계형 컴퓨터를 내놓고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의 혁신은 스마트폰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애플에게는 비밀병기가 있다. 바로 아이(i)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스마트 시계 ‘아이워치(iWatch)’다. 3월 초 외신들은 일제히 애플이 손목시계형 신제품 아이워치를 올해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워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특허를 79건이나 제출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지적하며 “연내 공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애플은 현재 아이워치 프로젝트를 위해 100여명의 연구진을 투입했다. 미국 특허상표청도 손목시계 형태의 아이워치 신청서를 공개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이 제품은 손목을 감싸도록 설계된 휘는 성질의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터치스크린에 다양한 정보를 표시할 수 있고 손목뿐 아니라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착용할 수 있다.

이 소식은 그간 시장에 만연한 애플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충분했다. 애플의 새로운 사업에 대해서는 수년 간 소문만 무성했다. 애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다음 도전 대상으로 지목한 ‘아이티브(iTV)’가 후보로 거론됐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에서 잡스는 “PC, MP3 플레이어, 휴대폰 등 모든 기기와 연동되고 아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통합된 형태의 TV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많은 콘텐트와 하드웨어, 전국지역 네트워크가 결합된 복잡한 TV 산업의 속성상 그야말로 혁명적인 것이 아니면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혁신 이미지 퇴색한 애플의 새 도전

애플은 2011년 손목시계형 아이팟나노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화면이 자유자재로 접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특허출원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때문에 접었다가 폈다가 때론 둘둘 말기도 하는 화면의 스마트폰 개발설이 돌았다. 그러다 이번 아이워치의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애플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윤곽이 확실히 잡힌 분위기다. 아이워치는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애플의 다른 기기들과 운영체제(iOS)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다.

벌써부터 아이워치가 기존 패션 업체들과의 경계를 허물며 IT산업의 지형도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애플은 나이키사와 손을 잡고 나이키 신발과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조깅한 시간이나 소비한 칼로리 등의 간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워치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한층 유용하고 다양한 피트니스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애플은 이 밖에 지난해 스마트 안경 특허를 취득하는 등 스마트 안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사실 스마트 시계의 시초는 MS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S는 2000년대 중반 ‘엠에스엔(MSN) 다이렉트’라는 스마트 시계 제품을 선보였다. FM 라디오 대역의 미사용 주파수를 이용한 무선 서비스였다. 이를 도입한 시계 제조업체도 많았다. 이 서비스에는 현지 날씨 서비스, 뉴스·교통 정보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2011년 MS는 결국 MSN 다이렉트 서비스를 종료했다. 얼리 어답터의 전유물에 그친 때문이다.

MS의 차기 전략은 시계보다는 안경에 맞춰져 있다. MS는 지난해 10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증강 현실은 현실 세계에 부가적인 가상 정보를 결합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MS의 스마트 안경은 구글 글래스와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기능에선 차이가 크다. 구글 안경은 모바일 기능을 대부분 갖고 있고 어디서든 제약 없이 쓸 수 있지만, MS의 스마트 안경은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일상용으로 제작된 것은 아닌 셈이다.

삼성도 미래 제품 착실히 준비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이 전선은 포스트 스마트폰 대결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도 이미 손목시계 형태의 모바일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워치와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3월 1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계형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개발해왔다”며 “우리는 미래를 위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시계도 그 중 하나”라고 스마트 시계 개발을 첫 공식화했다. 이는 애플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불과 2주 전에 애플의 아이워치 개발 소식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스마트 시계를 10년 넘게 연구했으며, 2003년부터 관련 디자인 특허를 보유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시계 제품의 기능이나 개발 비용, 출시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의 아이워치와 마찬가지로 간판 브랜드를 활용한 ‘갤럭시 워치’가 제품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의 회사들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을 선도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도 이를 바짝 뒤쫓는다. 오랜 기간 누적된 IT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개 약진하는 모양새다. 소니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는 자사 스마트폰 ‘엑스페리아’와 무선통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손목시계형 단말기 ‘스마트 워치 MN2’를 내놨다.

아직은 직영 판매 사이트에서만 취급하지만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구매가 활발하다. 도시바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손목시계형 단말기 시제품을 선보였다.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가능한 1.7인치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판매는

1189호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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