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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저작권자 권익 강화에 소비자는 뒷전 

스트리밍 가격 종량제 논란 

음원 서비스 업계는 가격 인상으로 고객 이탈 우려 … 불법 시장만 커질 수도



“직장이 있는 서울 성수동까지 출퇴근하며 음악을 즐겨 듣는다.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이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창작자의 권익을 찾아준다는 측면에선 이해가 가지만 결국 나 같이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은 이용 요금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


서울 홍은동에 사는 김종현(29)씨는 최근 음악 감상(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제 변화가 불만이다. 월 4000원 정액제에 가입해 하루 평균 30여곡을 듣는 그는 “아직 음원 서비스 회사들이 요금을 올리지 않았지만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최근엔 공짜 다운로드 사이트를 기웃거린다”고 말했다.

5월 1일부터 온라인 음악 감상 서비스가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전면 전환됐다. 음악 창작자 권익 강화의 일환이지만 가격 체계 변동에 따른 온라인 음악시장의 혼란이 일었다.

음원 사용료 논란은 지난해 권리자 단체가 “쓰레기도 종량제다. 음악 무제한 정액제 반대한다”며 권리자 몫 확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멜론·벅스·소리바다 등 온라인 음악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유통사는 이용 횟수와 관계없이 이용자의 금액 중 1800원에서 2400원의 저작권 사용료를 3곳의 권리단체(음악저작권협회·음악실연자연합회·음원제작자협회)에 지급했다. 정액제 가입자가 아무리 많은 음원을 들어도 저작권 사용료는 동일했다.

이후 정액제 폐지와 권리자의 몫을 늘려야 한다는 권리자 측과 가격 인상으로 회원 이탈을 우려한 음원 서비스 업체 간 갈등이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재에 나섰고, 그 결과 1월 1일 권리자 측의 몫을 늘리고 정액제와 종량제가 병행하는 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40~50%였던 권리자의 몫이 60%로 늘었고, 음원 가격도 2배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두 달 만에 수정안을 내놓았다. 음원 서비스 업체가 권리자에게 지불하는 저작권 사용료를 완전 종량제로 바꾼 것이다. 새로운 규정은 5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저작권자 권익 강화가 박근혜정부의 국정 과제에 포함되면서 문화부가 속도를 낸 것”이라고 말한다. 2월 15일 당시 박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무제한 정액제 등 현재의 음원 정책은 음악인들에게 큰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된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르면 월별로 실제 스트리밍 이용 횟수에 따라 저작권 사용료를 권리 3단체에 납부해야 한다. 스트리밍 1회 이용당 저작권 사용료 단가는 3.6원이다. 월정액 스트리밍 이용권 가격(1월에 인상한 6000원)과 가입자당 월평균 이용 횟수(1000회)를 고려해 책정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개정 전 스트리밍 저작권 사용료는 평균 1.5원 수준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배 이상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사업과 정내훈 주무관은 “최근 스마트폰 이용이 많아지면서 음원 이용률은 증가했지만 기존 사용료 방식은 창작자들의 권익보호에 미흡했다”며 “창작자는 시장의 상품 유형에 관계없이 이용 횟수에 따라 저작권 사용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불통’ 화살

문제는 시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규정에 따르면 이용자가 1000곡을 초과해 들으면 1곡당 저작권자에게 3.6원이 지급되고, 1000곡 이하를 듣더라도 60%인 3600원을 보전해줘야 한다. 이에 대해 음원 업계는 기준 가격부터가 시장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관계자는 “올 초 기존 3000원대의 정액제 가격이 6000원대로 뛰면서 고객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6월까지 3000원대의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가격을 더 이상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작권자에게 3600원을 보전해준다면 ‘저작권료 폭탄’을 맞는다”며 “프로모션이 끝나면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멜론의 신규 고객 유입률은 30% 감소했으며, 기존 고객의 이탈률도 10% 증가했다.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량제가 옳은 방향이라는 건 다들 받아들인다. 문제는 요금 책정에 대한 문화부의 ‘간섭’이다. 요금 책정을 주도한 문화부가 서비스 사업자, 음악 관련 단체 등을 모두 모아 진행한 회의는 단 한차례뿐이다. 이 때문에 문화부의 ‘불통’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중음악 전문가는 “제3자인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소설책에도, 어느 공연에도 창작자와 기업 간의 획일화된 저작권료 규정은 없다”며 “왜 음원의 가격과 서비스는 정부의 주도 하에 요금을 책정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주에 반발하며 권리자 신탁 3단체에서 뛰어나온 ‘음악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공공요금도 아닌데 왜 음원 가격에 정부가 개입해 정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주는 역할만 하고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음원 가격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 속에 정작 소비자의 목소리는 실종됐다. 개정된 법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정해짐에 따라 앞으로 사업자들이 음원 스트리밍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릴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은 각종 불법 P2P 사이트에서 음악을 내려 받게 될 것이란 우려다. 또한 그동안 정액제 덕분에 다양한 음악을 감상했던 소비자들이 종량제 탓에 인기 가수의 음악만 편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주무관은 “거의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가 스트리밍 1000회를 밑도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번 제도가 도입되면 대부분의 음원 사업자들이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음원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음원사용료 징수 개선 협의회에서 6월까지 권리자 측과 서비스 업체가 의견을 조율해 최종 요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성급한 유료화로 시장에서 사라진 프리챌의 전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리챌은 1999년 시작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의 원조였지만 15년 만인 올 2월에 문을 닫았다. 소비자 설득 없이 2002년 ‘유료화’를 전격 단행한 때문이다. 이용자는 싸이월드와 다른 포털사이트로 이동했다. 서비스를 유료로 바꿀 때 소비자 설득에 실패해 타격을 입은 대표적 사례다. 이용료를 올릴 때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1190호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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