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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탄소섬유·바이오 부탄올로 승부 

정유업계 빅2의 변신-GS칼텍스 

중국에 이어 유럽에도 복합수지 공장 가동 … 수출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

▎GS칼텍스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바이오 부탄올 발효 실험을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한 해 시련을 겪었다. 본업인 정유에서 50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본업에서 난 적자를 석유화학 부문에서 만회했다. 이 부문 영업이익이 7616억원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근까지 꾸준히 석유화학 부문에 투자한 결과다.

올 1월부터는 허동수 이사회 의장-허진수 CEO 체제로 재편해 신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허동수 의장이 GS그룹의 에너지 부문 지주사인 GS에너지의 이사회 운영에 집중하며 중·장기 해외 사업 전략을 세우고, 허진수 부회장이 GS칼텍스의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 하는 구도다.

올해도 탈(脫)정유와 사업 다각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특히 올 상반기엔 복합수지(Compounded Resin)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석유화학 부문에서 전체 회사 영업이익의 80%를 올렸다. 복합수지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부품의 원료로 쓰이는 기능성 플라스틱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 가운데는 GS칼텍스만 복합수지를 생산한다. 10월에는 체코 카르비나산업공단에 연산 3만t 규모 복합수지 공장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전남 여수·충북 진천·경남 진주 등 국내 3곳과 중국 랑팡·쑤저우에 이어 유럽에 처음 복합수지 설비를 갖고 진출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GS칼텍스가 글로벌 메이커로 향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체코 공장의 생산능력을 2016년까지 연 5만t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수지 연 19만t 생산

이번 체코 공장 준공으로 GS칼텍스의 복합수지 생산능력은 연 19만t으로 늘었다. 국내·중국 시설 확충으로 2016년까지 총 24만t 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체코에서 생산하는 복합수지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등 우리 기업의 유럽 현지 공장에 납품한다.

벤츠·BMW·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거래도 추진한다. 조남옥 GS칼텍스 차장은 “체코 공장은 국내·외에서의 설계·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설비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최적화한 공정 라인”이라며 “해외 진출의 속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정유와 석유화학에서 쌓은 역량은 탄소섬유와 친환경 바이오케미칼 연구·개발로 잇고 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종전에는 화력발전 등의 연료로만 사용되던 저가의 잔사유를 원료로 고부가가치의 탄소섬유를 개발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가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신소재다.

정유·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인 피치(Pitch)를 원료로 실 형태로 만든 뒤 이것을 탄화시켜 만든다. 탄소섬유는 최근 항공우주나 자동차 등 산업분야에서 소재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고유가 추세로 섬유강화플라스틱산업에서도 유리섬유를 대체하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11년 9월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내후년 완료를 목표로 ‘석유 잔사물을 활용한 탄소섬유 및 자동차부품 응용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금속으로 된 자동차 차체와 부품을 탄소섬유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올 8월에는 전북 전주시와 탄소산업 관련 첨단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시는 연구소와 회사들을 유치해 탄소섬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상업 생산시설을 전주시에 구축할 경우 지역의 다른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바이오케미칼 사업은 GS칼텍스가 1998년 대전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국내·외 기관이나 대학 등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개척한 분야다. 특히 차세대 연료이자 친환경 바이오케미칼로 주목 받는 ‘바이오 부탄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부탄올은 바이오 디젤, 바이오 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 에너지로 불리는 차세대 연료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엔진의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연료의 수송·저장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자체 연구를 통해 바이오 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발효-흡착-분리정제’의 통합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운대·한국화학연구원(KRICT)과 공동으로 바이오 부탄올 생산균주 개발과 목질계 바이오매스전처리기술 개발을 추진해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섬유와 바이오케미칼은 멀리 미래를 내다보고 진행 중인 신사업”이라며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기술을 갖추며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표는 해외 사업 강화다. GS칼텍스는 2011년 정유업계 최초로 한국무역협회가 수여하는 ‘2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250억불 수출의 탑’을 받으며 해외 진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총 31조8770억원으로 전체매출액의 66.6%를 차지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향후 수출 규모를 한층 키운다는 목표다.

고도화 설비 비율 35%로 높여

이를 위해 ‘지상 유전’ 고도화 설비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고부가가치 경질유 제품 생산을 위해 2004년부터 고도화 설비에 5조원을 투자했다. 고도화 설비는 기본 정제시설에서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 같은 중질유를 고온에서 촉매·수소 등을 사용해 휘발유나 경유 등의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분해하는 설비다.

GS칼텍스는 올 3월 4번째 고도화 설비인 하루 5만3000배럴 처리 규모 감압가스오일 유동상 촉매 분해시설을 완공해 100% 상업가동에 나섰다. 2011년 3월 착공한 지 2년 만이다. 이로써 고도화 설비의 처리 용량을 하루 26만8000배럴로 늘려 고도화 비율 34.6%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1위다. 고부가가치의 경질유 제품을 수출하는 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 GS칼텍스 기술연구소는 2010년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둘째로 소프트카본계 음극재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는 기존 흑연이나 하드카본 계열보다 출력이 높고 충전시간이 짧으면서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휴대용 전지 외에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음극재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급률이 0%에 가까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GS에너지는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양극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GS에너지는 향후 대량 생산시설 마련 등으로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음극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계획이다.

피치(Pitch) 석유계 잔사유나 콜타르를 증류할 때 남는 흑색의 고형 물질.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상온에서 고체 또는 반 고체상의 흑색 물질로 주성분은 방향족계 화합물이다. 알루미늄 제조 공정이나 흑연봉 제조 공정에서 엉기게 하는 물질(Binder)로 주로 사용한다. 탄소섬유 전구체로서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211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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