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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립한 상조업체 옥석 가리기 한창 

상조업체 지각변동 

영세업체 잇단 폐업에 피해 급증 … 자산·선수금·보전비율 따져야



# A씨는 2010년 초 B상조에 가입해 지난해 12월까지 선수금을 납입했다. 그런데 갑자기 C상조가 B상조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A씨는 C상조에 연락해 해약을 요청했다. C상조는 “당장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몇 달간 계약을 유지하면 해약해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믿고 A씨는 C상조에 3개월간 돈을 납입한 후 다시 연락했다. 그런데 C상조의 말이 달라졌다. “그런 약속을 한적이 없기 때문에 인수 후 받은 3개월치 선수금 6만원은 돌려줄 수 있지만 인수 전 B상조에 납입한 117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국내 상조시장에도 재편 바람이 불면서 일부 상조회사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반면 영세 업체의 잇단 폐업으로 고객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국내 상조시장 분석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전국의 상조 업체 고객은 349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부은 선수금(매달 불입하는 일정 금액) 규모만 2조8863억원이다. 지난해보다 4187억원 늘었다.

상조 업체의 총 자산 규모는 2조4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81억원(52.5%) 증가했다. 그동안 30개를 밑돌던 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형 업체 수는 지난해 41개로 늘었다. 이들이 상조시장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 전체 상조 업체의 16.1%인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업체는 전체 상조회사 자산의 85.5%를 차지한다. 자산 규모 10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 수는 전체의 47.1%지만 이들의 자산 규모는 전체 자산의 2.2%에 불과하다. 전체 상조 가입자 중 81%가 대형 업체와 계약했다.

실제로 난립한 영세 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상조 업체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이 법정 보전비율을 맞추지 못한 업체들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상조소비자의 피해보상을 위해 업체들이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면 일부를 의무적으로 보전토록 하고 있다.

신규 업자는 선수금의 50%, 기존 사업자는 올해 3월 18일부터 4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맡겨야 한다. 내년부터는 기존 사업자의 보전비율도 50%로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영세 상조 업체가 도산하고 다른 업체에 인수되면서 발생하는 피해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까다로운 규제에 업체 수 줄어

시장이 재편되면서 경영 상태가 나쁜 영세 업체가 다른 상조회사에 인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피인수 업체가 갖고 있던 고객을 인수회사에 넘긴다. 그러나 고객이 피인수 업체에 불입한 선수금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면서 피해가 발생한다. A씨와 같은 사례다. 현행 할부거래법에서는 영업권을 넘겨받는 회사가 선수금을 돌려줄 의무도 이어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변칙적으로 고객정보를 이어받고 있어 법적 제재가 어려운 형편이다.

그동안 상조업계는 꾸준히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정부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상조피해 업무를 담당하는 할부거래과를 신설하는 등 피해 대책 마련에 팔을 걷었다. 이 덕분에 상조업체의 선수금 보전비율은 해마다 늘어 2011년 20.6%에서 올해 39.9%로 증가했다. 지급여력 비율도 전년 대비 4% 개선된 83.6%로 집계됐다. 지급여력 비율은 고객 납부 금액을 포함한 상조회사 총 자산을 선수금으로 나눈 값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부도나 폐업 때 고객의 돈을 보전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조 관련 피해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피해 구제 건수는 2008년 234건에서 지난해 719건으로 급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하는 조사에서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관련 제재를 피해가려는 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검찰 고발된 업체인 미래상조119의 경우 회원을 대규모로 인수해놓고 선수금 예치기관에는 거짓자료를 제출해 법정 예치비율을 맞춘 것으로 속인 사실이 이후 실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불식 할부계약을 다른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게 이전할 경우 이에 대한 동의를 소비자로부터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객이 피해를 예방하려면 우선 해당 업체의 재무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조 서비스는 미래에 제공받을 서비스를 위해 업체에 미리 돈을 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해당 회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건실한 회사인지부터 확인해야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72개 업체가 법정 보전비율에 미달했다. 이들 업체의 평균 보전비율은 23.3%다. 이 경우 만약의 일이 발생했을 때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회사의 자산·선수금·보전비율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원 가입 때와 달리 실제 서비스를 요청할 때면 계약에 없는 서비스라며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계약 해지 때 환급금액, 서비스 제공 대상지역, 서비스 이용 때 추가 요금 여부 등을 확인하고 영업사원의 구두 약속도 계약서에 명기토록 해야 한다.

특히 자체 약관을 사용하는 업체의 경우 해약환급금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많으므로 가급적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업체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계약서 등의 서류를 잘 챙겨 둬야 한다. 간혹 해약을 조건으로 계약서를 비롯한 서류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상조회사도 있다. 이런 경우 반드시 본인이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법정 보전비율 미달 업체 72개

상조업체의 상품은 직접 살펴보는 게 좋다. 자산 규모 상위 상조 업체가 파는 상품을 비교해보면 같은 가격대일 경우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390만원대 상조 상품은 보통 3만원씩 130회 내외로 선수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3일간 장례지도사를 지원한다. 이와 함께 4명의 장례도우미가 파견되는데 하루 8~10시간 동안 장례를 돕는다.

장례 기간 중 일손이 부족할 시간에 적절히 분배해 쓰는 것이 좋다. 장례도우미를 추가할 경우 1인당 8만~1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붙는다. 운구용 리무진과 장례 버스를 제공하지만 운행 거리는 왕복 200km로 제한된다. 추가 10km당 1만8000~2만원을 더 내야 한다. 상주 용품으로 전통 상복은 다량 제공하지만 남성용 검은색 양복은 5벌만 대여해주는 게 보통이다.

관·수의 등 다른 장례용품과 서비스는 직접 보지 않는 이상 품질 확인이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제품 가격을 알기 어렵고, 결혼식처럼 사회적 시선 때문에 무턱대고 싸게만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웃돈을 얹어 파는 상조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황이 없을 때는 대처하기 힘들다”며 “상조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임종 전에 미리 장례용품을 직접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1212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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