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오랜 기간 여럿에게 쪼개서 물려줘라 

상속세 절세법 

미리 증여하면 상속보다 유리 사망 직전 증여는 효과 적어



59세의 공무원 박모씨는 결혼을 앞둔 장남에게 재산을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택 마련 자금을 보태줄 목적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망 이후 상속세를 무는 것보다 증여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벌써부터 재산을 물려주기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100억대의 자산가인 73세 이모씨는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자녀가 ‘상속세 폭탄’을 맞는 것을 보고 고민이 커졌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증여하는 게 좋을지, 펀드와 상가건물, 주식으로 나눠진 자산 중 어느 것을 먼저 증여해야 할 지 걱정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병수발을 들었던 장남에게 재산을 가장 많이 물려주고 싶은데 사망 후 분쟁의 씨앗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증여 일단 마음 먹으면 서둘러야

금융회사를 찾는 자산가들의 상속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절세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편법 증여·상속에 대한 국세청의 단속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꼼수’를 부리다가 세금 폭탄을 맞느니 미리 준비해 상속세를 줄이는 전략을 세우는 이들이 많아졌다.

애써 모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최대한 많이 물려주고 싶다면 자산 규모가 얼마인지 금융·실물자산 등 어떤 종류의 자산이 많은 지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절세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WM비즈니스팀 서혜민 세무사는 “상속 시점에 자산 규모가 30억원 정도로 예상되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흔히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상속은 사망한 사람의 재산에 따라 세금을 계산한 뒤 상속인들 각자의 상속 지분 비율만큼 나누어 낸다. 이와 달리 증여세는 각자 받은 재산에 대한 세금을 따로 계산하는 식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과세하는 재산 규모가 클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이기 때문에 대개 증여가 더 유리하다.

과세표준 40억원의 재산을 두 명의 자녀가 절반씩 상속·증여받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상속세는 15억4000만원이 나오지만, 증여세는 12억8000만원이 된다. 과세표준 구간이 달라서다. 증여를 통해 물려줄 상속 재산 규모를 줄여두면 낮은 세율의 과세 표준 구간에 해당돼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그렇다고 증여가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상속 전 10년 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를 계산할 때 상속재산에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사망 직전에 증여를 해봐야 세금을 줄이기 어렵다. 일찌감치 증여할수록 유리하다(이미 납부한 증여세는 상속세에서 공제).

서 세무사는 “증여를 통한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번 나누어, 최대한 여러 사람에게 쪼개어 물려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증여세 역시 상속세처럼 증여 시점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그것까지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10년에 한 번씩 증여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아들에게 2억원을 주기보다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각각 1억원을 주는 식으로 여러 사람에게 나눠 줘야 과세표준 구간을 낮춰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인 외의 손자·며느리·사위 등의 친족에게 증여한 재산은 증여일로부터 5년만 지나도 상속 재산에 합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자산부터 먼저 증여해야 할까. 증여한 재산은 나중에 상속 재산에 포함해 세금을 매길 때 상속 시점이 아닌 증여 시점의 액수로 산정한다. 즉 2억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5년 뒤 4억원으로 오른 시점에 상속이 이뤄지더라도 2억원만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김기욱 세무사는 “증여는 향후 가치가 높아질 재산을 미리 물려줘 세율은 낮추고, 가치 상승분에 대한 이익을 자녀가 누리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 가치 오를 재산 물려줘야 유리

앞서 나온 100억대의 자산가 이모씨가 상가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로 살펴보자.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임대수익이 이씨 대신 자녀에게 돌아가면 이씨의 상속재산은 그만큼 줄어들어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거둔다. 또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상가 기준시가가 하락세여서 실제 가치보다도 더 낮게 형성된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율을 적용 받는다. 향후 상가 매매가격이 오를 경우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무전문가들은 “한때는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 중 일부를 증여하려는 자산가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침체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며 증여하려는 이도 많이 줄었다”고 전한다. 1세대 2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위해 주택을 증여할 계획이라면 차라리 주택을 처분한 뒤 현금 증여가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주택은 증여세는 물론 취득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자녀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이 외에도 주가 하락으로 가치가 떨어진 펀드나 주식이 나중에 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면 미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 이후 발생한 추가 수익은 증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살아 있다면 상속공제 때문에 10억원의 재산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즉, 10억원 이하의 재산을 가진 경우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굳이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배우자 공제를 비롯해 상속공제 액수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을 따져본 다음에 증여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재산은 배우자도 함께 모은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경우 민법상 법정 상속 지분 이내에서 30억원까지 공제받는다(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 1.5, 자녀는 각각 1). 그렇다고 배우자에게만 상속 해주면 나중에 이 재산을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때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 사망 직후의 상속세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배우자 사망 이후 시점까지 종합적으로 세금 계산을 해야 한다.

부모가 늙고 병들면 봉양을 하고 싶은 것이 자식의 심정이지만 이런 효심이 절세 전략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김 세무사는 “고령의 부모는 아파서 입원하거나 요양시설에 머물면서 지출을 하는데 자녀가 이것을 대신 지불하다 보면 사실상 부모의 부채인데도 상속재산에서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피상속인, 즉 부모의 자금을 써서 상속받을 재산을 줄이거나 거액의 병원비를 채무로 쌓아뒀다가 사망 때 상속 시점에 공제받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의 자금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처럼 상속·증여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세무사를 찾는 경우도 늘었다.

차명계좌 재산은 증여로 간주

또 하나 상속 과정에서 유의할 부분은 추정상속재산이다. 사망 시점에서 1~2년 내에 2억~5억원 규모의 돈이 피상속인 자산에서 사라진 경우 어디에 사용했는지 입증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고령의 자산가일수록 거액의 예금, 부동산 등의 자산에 관해서는 관련 증빙 자료를 꼼꼼히 챙겨야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세법 개정으로 차명계좌에 입금한 재산을 증여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과세할 수 있게 돼 주의가 필요하다. 김윤정 KB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는 “부부나 부모-자식 간에 차명계좌를 만들어 관리하는 경우가 흔한데 가족의 재산이라고 쉽게 생각한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세를 위한 상속과 증여 계획까지 철저히 세웠지만 생전 처음 내보는 엄청난 액수의 세금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상가·토지 등 당장 현금화하기 힘든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느라 허리가 휘는 ‘풍요 속 빈곤’에 빠지기 쉽다. 서 세무사는 “비금융 자산에 상속 재산이 몰려있는 경우 자녀가 미리 부모 앞으로 종신보험을 들고 보험금 수령인을 본인으로 지정해 상속세에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212호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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