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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생일에 한복 입고 아프면 CT(컴퓨터단층촬영) 찍어 

사람 팔자 부럽지 않다 

반려동물 유치원·호텔·납골당도 외형 성장에서 내실 다지는 시기

▎경기도 광주 ‘아롱이천국’은 1999년부터 반려동물 전용 납골당을 운영한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유정아(34)씨의 하루 일과는 반려견 ‘초코’를 유치원에 보내는 일로 시작한다. 매일 오전 8시면 앞좌석에 초코를 앉히고 서울 청담동의 ‘이리온’으로 향한다.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애견인 사이에서 ‘반려동물 복합문화센터’로 불린다.

2300㎡(약 700평) 규모의 이곳에는 반려견 전용 유치원은 물론 동물병원·미용실·용품점·호텔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유씨는 “가족이 집에 없는 시간에 혼자 남겨두기가 미안했는데 이런 시설이 있어 마음이 놓인다”면서 “유치원에 오면 친구들도 사귀고, 선생님들이 공원 산책도 시켜줘 ‘우리 아이(강아지)’가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리온에선 주인의 출근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유치원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15~20마리의 원생들이 매일 유치원에서 배변 훈련, 예절 교육, 지능계발 등의 ‘수업’을 받는다. 유치원비는 견종에 따라 하루 5만~7만원 수준으로 주2일, 주3일반을 한달 단위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 목적은 다양하다.

배연진 이리온 경영지원팀 부장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반려동물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개원했다”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전문점과 동물병원이 함께하는 형태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장

이곳의 동물병원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부터 디지털 엑스레이, 초음파기기, 복강경 수술장비 등 전용 의료기기가 갖춰져있다. 진료과도 내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는 물론 치과·재활통증의학과·비만클리닉 등 10개 과로 나눠져 각 분야별 전공 수의사를 뒀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도 있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곤 전국 3500여 동물병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직영 병원도 최근 2년 사이 서울 양재동과 경기 고양시 등 다섯 곳으로 늘었다. 문재봉 이리온의료원 원장은 “동물의 질병 진행 속도는 사람보다 5~6배 빨라 1개월만 늦어도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동물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밀기기로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 전용 호텔 객실 수도 40여개로 많은 편이다. 이용가격은 작은 케이지부터 6㎡ 남짓한 온돌방까지 방 크기에 따라 1박에 4만~20만원 선이다. 객실 내부는 식기·쿠션·장난감으로 꾸며져 있다. VIP룸엔 주인이 언제든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웹캠도 설치돼 있다.

배연진 부장은 “주인의 출장·여행 등의 이유로 대개 객실의 3분의 1 정도는 차 있다”면서 “휴가철이나 명절에는 만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의 방문객 수는 하루 평균 100여명으로 한 달에 3000~3500명이 이용한다. 이리온 관계자는 “개원 이후 매달 20~25%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반려견 시장의 60% 이상은 의료·미용 분야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련 사업도 커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 장례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으로 동물장묘업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성장했다. 반려견 장묘업이 성행하며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날 정도다.

반려견 납골당인 ‘아롱이천국’을 운영하는 장효현 크린코리아 대표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동물장묘업을 도입했다. 장 대표는 “10여년 간 영국·미국·일본 등 애견 선진국을 두루 돌아다니다 동물 장례가 보편화된 일본을 벤치마킹 해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시설을 찾는 사람이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의 ‘아롱이천국’에선 하루 평균 10~15마리의 개가 장례를 치른다. 장례 과정 역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이 직접 사체를 가지고 오기도 하지만 업체에서 마련한 운구 리무진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염을 하고, 입 후화장한다. 장 대표는 “모든 과정이 1시간 남짓이면 끝나지만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는 가족이 많다”고 했다.

1650㎡(약 500평)규모의 건물은 장례식장과 납골당으로 이뤄져 있다. 2층에 위치한 분향소를 지나면 8000여개의 납골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빽이 들어찬 유골함 곁에는 주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더불어 개가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간식 등도 있다. 장례를 치르는데 20만~40만원이 들고 납골당에 안치하면 1년에 10만~100만원의 유지비를 더 내야 한다.

전국에 반려견을 위한 화장시설은 이곳을 포함해 인천 강화도·부산 등 모두 5곳. 아직까지 규제가 심해 수요에 비해 시설이 많지 않다. 때문에 수도권은 물론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도 이곳을 알고 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납골당에 와서 그리움을 달래는 사람들로 이곳은 휴일이 따로 없다. 볕이 잘 드는 남향 창가의 경우 ‘예약석’을 써 붙인 곳도 적지 않았다. 장효현 대표는 “필요한 사업이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내놓은 한국직업사전에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와 함께 ‘애견 옷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처음 등장했다. ‘보호용’에 불과했던 애견 옷이 이젠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가지 수도 늘었다. 한복·예복·드레스·구명조끼 등 옷 종류만도 8000가지에 이른다.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입을 수 있게 다양한 사이즈도 구비했다. 옷 한 벌 당 가격이 평균 5만~10원대에 이르지만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애견 의류를 주로 판매하는 애완용품 전문쇼핑몰 ‘핑크펫’에서는 유기농 섬유로 만든 고급 제품이 인기다. 박경선 핑크펫 대표는 “침대·소파 등 가구와 유모차를 함께 구입해 한번에 100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 대신 고양이를 겨냥한 사업도 생겨났다. 한국리서치의 타깃 그룹인덱스(TG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애완동물 중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3.5%에서 지난해 8.1%로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고양이를 선호하는 여성 ‘애묘인’의 성장세가 압도적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여성 중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의 비율은 2006년 3.9%에서 지난해 9.1%(남성 6.9%)로 높아졌다. 주로 20~30대 여성들의 고양이 선호도가 높았다.

유기농 섬유로 만든 애견 의류도

김유춘 캣트리 대표는 고양이 동선을 연구해 만든 제품을 팔고 있다. ‘캣 타워’로 불리는 모형 탑은 고양이가 자유롭게 뛰어 내고오를 수 있는 놀이터이다. 평균 가격이 10만~30만원에 이르지만애묘인들은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3년 전부터 고양이 ‘밀크’를 키우는 고소현(33)씨는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로 실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캣 타워는 필수품”이라며 “캣 타워 외에도 고양이 전용 장난감을 여러 개 구비했다”고 말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반려동물에게 사람처럼 옷을 입히, 유기농 음식을 먹이고, 장례를 치르는 등 다양한 사업이 생겨는 것은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려견 시장이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외형적인 성장을 이뤘다면 이젠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1214호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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