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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임영록(현 KB금융그룹 회장)의 ‘어윤대(전 회장) 지우기’ 마찰음? 

부실·비리로 얼룩진 KB국민은행 

7월 이후 부실·비리 사건 5건 … 금융당국 특별 검사 착수

▎서울 여의도의 KB국민은행 본점. 최근 은행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90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B국민은행 직원들이 서로 짜고 9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점 직원의 내부 고발에 따라 국민은행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다. 그 결과 2009년부터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이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한 뒤 친분 관계가 있는 영업점 직원을 이용해 지급제시를 하는 등의 수법으로 횡령했다. 총 10여 명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일본 도쿄지점에서는 지점장이 불법대출을 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포착됐다. 지점장은 2008년부터 직원들과 짜고 1700억원의 부당대출을 했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았다. 이 중 도쿄지점에서 조성된 비자금 20억원이 국내로 송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20억원 중 5000만원은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로비용으로 활용됐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의 베이징법인장 교체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11월 12일 중국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교체했다. 문제는 임기가 내년 1월 8일까지인 법인장을 교체하면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부법인장도 같이 인사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 임원의 임기를 보장토록 한 감독당국의 지도방침에 반한다. 금융감독원은 행장 명의의 경위서를 요구했지만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실무진으로부터 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 교체기에 ‘줄대기’ ‘보신’ 행태

최근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7월 이후 부실과 비리 등과 관련된 사건만 5건이다. 잇단 사고로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민은행 사건의 원인은 그동안 내부 규율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던 탓”이라며 “이번에야 말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국민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얼마나 허술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90억원 횡령사고의 경우 해당 직원은 2008년부터 관련 업무를 해오며 수년에 걸쳐 횡령했지만 국민은행은 눈치 채지 못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본부의 주무 담당자가 치밀한 계획 하에 영업점 창구 직원의 협력으로 처리해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이 2대 주주인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1개월간 외환영업 업무정지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행장이나 이사회에조차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1위 은행의 실상이 이 정도다.

금융업계에서는 CEO 교체기마다 단행되는 대폭 인사와 이에 따른 업무 공백으로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민간 은행임에도 외풍에 시달리다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자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줄대기’와 ‘보신’에 더 집중하는 문화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많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통합한 국민은행은 여전히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 간의 내부 알력이 남아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은행 출신 한 임원은 “비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같은 출신 간에는 서로 눈감아 주고, 인사 시즌이 되면 다른 은행 출신의 비리를 들춰내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국민은행 사태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 올 7월 취임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어윤대 전 회장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해외 지점을 봐도 그렇다. 실제로 일본 도쿄지점과 중국 베이징 지점은 어 전 회장이 해외 지점 중 가장 애착을 보인 곳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문을 연 국민은행 베이징 지점을 맡았던 김대식 전 중국법인장은 어 전 회장이 중국 진출을 위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김 전 법인장은 2007년 국내 최초로 우리은행 중국법인을 설립했다. 김 전 법인장과 백강호 부법인장은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동문인 어 전 회장 사람으로 분류됐다. 비자금이 조성된 도쿄지점도 실적이 좋다며 어 회장이 포상을 직접 지시했을 정도다. 신한은행의 한 부행장은 “이들 해외 부실 건들이 강정원 행장과 어윤대 회장 등 전임자 시절에 진행된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전임자와 선을 긋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 회장과 어 전 회장은 잦은 갈등을 빚었다. 임 회장은 2010년 KB금융 사장으로 취임한 후 교보생명과의 지분 교환, 자사주 매각, 우리금융 민영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등을 놓고 어 전 회장과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어 전 회장이 가장 공들인 ING생명 인수 건에 대해 임 회장이 KB금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면서 관계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렸던 만큼 이른바 ‘MB 금융인’을 겨냥했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어 전 회장은 이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대 인맥으로 꼽혔다. 제1대 황영기 KB금융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연이어 물러나는 ‘KB 사태’ 속에서 2010년 7월 KB금융그룹의 제2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4대 은행 중 1인당 생산성 최하위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어 전 회장 시절 발생한 데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어 전 회장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11월 18일 사과문 발표 자리에서 “전임 회장 라인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은행 내 특정 라인이 있고, 그 라인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것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여러 사안이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겹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산·생산성 기준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4대 은행 가운데 1인당 생산성은 최하위다. 국민은행 직원 수는 2만5000여명으로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의 두 배, 하나은행의 세 배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은행이 1인당 1억1540억원의 순익을 낼 때 국민은행은 6700만원에 그쳤다. 정부 소유인 우리은행의 9630만원에도 못 미쳤다. 반면 직원의 평균 연봉은 4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로 높다. 임원을 제외한 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5660만원이다. 신한은행(5834만원) 다음으로 많다.

국민주택채권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채권이다.

1215호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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