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주택시장에 봄바람 살랑살랑 

기지개 켜는 부동산 시장 

아파트 거래 늘고 가격도 회복 … 과열기 ‘부동산 대못’도 속속 사라져




새해 들어 아파트값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거래량도 늘었다. 급등한 전셋값,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면서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가격 급등기 때 나온 각종 규제를 없애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특히 2월 19일 재건축 이익환수제 폐지 등을 담은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든 건 아니다. 집값 상승으로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호가가 높은 매물을 사려는 후속 매수세가 취약한 상황이다. 과연 부동산 시장에도 봄이 오는가.

2월 14일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에 문을 연 위례신도시 엠코타운 센트로엘 견본주택 앞에 사람들이 100m 넘게 줄을 섰다.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집 마련 희망에 들뜬 사람들은 쌀쌀한 겨울 바람에도 밝은 표정이었다.

가락동 전세 아파트에서 지내는 박시형씨는 “전용 98㎡의 분양가가 6억5000만원 수준인데 지금 살고 있는 전셋값과 큰 차이가 없다”며 “모처럼 좋은 조건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 청약하러 왔다”고 말했다.

목동에서 온 김혜정씨는 “이번이 세 번째 청약 도전”이라며 “역세권인데다 주거 환경도 괜찮아 이번엔 꼭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몰리자 주변에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떳다방’도 등장했다. 견본주택 인근에는 50여개의 파라솔이 널려 있었다. 센트로엘 분양소장인 서대우 현대엠코 이사는 “오전에만 한 3000명 다녀간 것 같다”며 “위례신도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최근 주택경기가 회복 기조를 보이며 수요자가 대거 몰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새해 들어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었다. 2013년 1월 1143건 불과했던 아파트 거래량이 올 1월에는 4497건으로 증가했다. 2월 18일 기준 거래량도 3294건으로 지난해 2월 한 달 거래량(2967건)을 이미 앞질렀다. 가격도 상승세다. 2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요인으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높은 전셋값에 대한 저항심리, 부동산 바닥론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친 것 같다는 기대감이 커지며 매매 수요가 늘고 있다”며 “역세권·주거환경·학군 좋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의 강세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먼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늘어난 물량을 꼽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이 공급할 예정인 신규아파트는 20만5372가구다. 이 중 절반 가량인 10만3461가구가 수도권 물량이다. 서울에서 최근 3년 간 공급한 아파트의 평균 물량은 2만 가구 수준이었다.

올해 서울의 신규 물량 3만8556 가구 가운데 88%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 114 연구원은 “재건축 아파트는 투자재의 성격이 강한데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정부 규제 완화정책이 이어지며 구매력이 높은 여유 계층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2월 14일 기준 서울지역 재건축 단지 매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동과 서초 재건축 단지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재건축 단지 가운데에서는 교통·학군·편의시설의 장점을 앞세운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주목 받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탓에 청약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지난해 공급된 ‘래미안 잠원’과 ‘래미안 대치 청실’ ‘아크로리버 파크’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000만원이 넘었지만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아크로리버 파크 2차 분양이 2분기에 잡혀 있고 올해 최대 물량을 자랑하는 고덕 시영 재건축도 2분기에 잡혀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서울의 구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보면 강남(0.29%)과 강동(0.20%)이 앞서 있고 뒤를 이어 서초(0.10%)·노원(0.05%)·성동(0.05%)·영등포(0.04%) 순이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 이끌어

수도권은 광명(0.04%)·용인(0.04%)·과천(0.03%)·안산(0.03%)·오산(0.03%)·인천(0.02%) 순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광명은 철산동 주공13단지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250만원 가량 올랐다. 용인은 마북동 연원마을삼성쉐르빌, 연원마을삼호벽산이 250만원~500만원 올랐다. 죽전동 반도보라빌도 500만원 올랐으며 새터마을죽전힐스테이트가 1000만원 올랐다. 과천은 원문동 주공2단지가 500만원 올랐다. 신도시는 분당(0.05%)과 평촌(0.03%)은 올랐고 산본(-0.02%)은 하락했다.

분당은 금곡동 청솔공무원, 분당동 샛별라이프가 500만~1000만원 올랐으며, 서현동 시범우성아파트가 1000만원 올랐다. 평촌은 2월 들어 거래가 늘어나며 평촌동 초원부영의 가격이 250만원 올랐다. 김남우 광희개발 부장은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급매물 거래가 늘었다”며 “재건축과 여전히 높은 전세 가격이 아파트 거래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거래량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등한 전셋값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14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의 60%를 넘어섰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매가격의 70%를 넘는 곳도 있고, 판교 일대에서는 90%에 육박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전세 매물 자체가 부족한데다 봄철 이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수요가 늘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전셋값에 지친 실수요자들은 매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구입대출 상품을 상담한 이들 중 30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젊은 실수요자들이 전세가 아니라 매매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지난해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는 등 부양책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세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는 각종 규제를 대폭 푸는 조치가 담겼다.

국토부는 우선 12월까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됐지만 2008년 이후 주택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투기 우려가 적다는 이유다. 7월부터는 수도권 민간택지 내 주택의 전매 제한도 누그러진다. 지금은 1년간 전매행위가 금지되지만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이를 6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에도 대응책을 마련한다.

올해 중 공공임대주택 9만 가구를 준공해 입주시키고 2017년까지 50만 가구가 입주하도록 한다. 공공임대주택(10년 임대)의 공급 방식도 다양화해 한 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건설 방식 외에 주택기금이 리츠(부동산 투자회사)에 출자 또는 융자해 짓는 간접 건설 방식도 도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최대 8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정부 “부동산 규제 계속 푼다”

정부가 싼 이자(1% 대)로 주택 매입자금을 빌려주는 공유형 모기지의 대상도 확대한다. 공유형 모기지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의 수익이나 손실을 대출해준 국민주택기금과 나누는 금융상품이다. 지금은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만 지원하고 있는데 3월부터 5년 이상 무주택자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5년 무주택자를 포함하면 대출 대상이 400만 가구에서 450만 가구로 늘어나는데 이를 위해 2조원의 자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시장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과 교수는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를 움직이려면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의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꾸준히 규제를 풀며 시장을 살려야 합니다. 양도세나 중과세 등 부동산 세금을 낮추고, 재건축·재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해야 합니다. 전셋값은 하늘을 찌르고, 신규 물량이 쏟아집니다.

수요자들은 전세와 매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때 규제를 대폭 풀면 시장이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곤란하겠지만 5년 만에 드디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1226호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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