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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꾸준한 오름세 신흥국 버블 붕괴 우려 

해외 부동산 시장 동향은 

미·영·독 주택 가격 상승세 이어질 듯, 급등한 중국·브라질·터키에선 주춤



“호황이긴 한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일부 언론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해외 부동산 시장과 국내 부동산 시장은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인 경우가 많다. 최근의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지난해 미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오랜 부침을 겪던 국내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봄기운이 스며든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에 비하면 한국은 그 폭이 크지 않다. 각국 언론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를 보면 최근 2~3년 사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인도네시아·터키·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부동산 가격도 급등하는 분위기다. 홍콩의 PIR(평균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인당 연간 소득의 10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까지 올랐다. 과열 열기에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 정도다.

미국 20개 도시 주택가격 상승률 13.6%

가장 주목할 지역은 역시 미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해 일부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됐다. 효과는 2012년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추락하던 주택 가격이 반등을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꾸준히 상승 모드다.

미국 부동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S&P 케이스 쉴러 주택지수(20개 주요 도시 기준)는 지난 1년 동안 13.6% 상승했다. 최근에는 부동산·와인·미술품 등 현물 투자에 열을 올리는 중국 자본까지 합류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실시했지만 주택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관심은 이런 미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까다. 이견이 많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은 미세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케이스 쉴러 지수를 창안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당분간 미국의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 폭은 연간 4% 수준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의 주택 경기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다소 주춤하는 조짐을 보여서다. 케이스 쉴러 지표의 가장 최근 데이터인 지난해 11월 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또 주택 건설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미국 1월 신규주택착공이 전월 대비 16% 줄어들었다. 201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를 두고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 하락의 전조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시적 하락을 주장하는 쪽은 날씨를 원인으로 꼽는다. 폭설과 한파로 주택거래와 신규 착공에 애를 먹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장기 하락의 전조로 보는 전문가들은 하락의 폭을 문제 삼는다. 패트릭 뉴포트 HIS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날씨만을 탓하기에는 신규주택착공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급등한 신흥국 부동산 시장은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신흥국의 주택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는 13.5%, 터키와 브라질은 각각 12.5%, 11.9% 올랐다. 중국(21.6%)과 싱가포르(4.6%)의 주택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올해도 오를 것인지는 미지수다. 해당 국가 국민의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이 워낙 높은데다, 미국 테이퍼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버블을 우려한 홍콩·중국·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 경우 외국 자본이 급속하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거품 붕괴 조짐이 뚜렷한 곳은 홍콩이다. 홍콩은 2008년 이후 5년 동안 집값이 134% 가량 올랐다. 연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홍콩 지역 국내총생산(GDP) 상승폭의 5~6배, 물가 상승폭의 3~4배에 달했다. 최근의 움직임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7%대에 그쳐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50㎡ 이상 대형주택 가격은 오히려 2% 하락했다.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홍콩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거래세를 부과하고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모기지 대출을 제한하는 등의 가격 억제책을 내놓아서다. 중국 부자들과 외국 투자자들의 홍콩 탈출이 시작됐다.

테이퍼링 영향으로 외화의 유입까지 줄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최근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거치고 있으며 우려하는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홍콩을 빠져나가는 자본의 이동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10~20% 뛴 신흥국서 안전한 유럽으로 자본 이동

신흥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둔화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가 주목을 받는다. 대표적인 곳이 유럽이다. 최근 영국과 독일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 중이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집값이 오르는 추세에 있었다. 여기에 신흥국에서 빠져 나온 외국 자본까지 유입되면서 상승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특히 런던의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 라이트 무브에 따르면 올 2월 런던의 평균 주택가격은 54만1313파운드(약 9억6200만원)로 전월 대비 5.2% 올랐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런던 인근의 주택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독일 역시 조사기관에 따라 전년 대비 4~7% 오른 것으로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영국과 독일의 중앙은행은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금융 안전성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하지만 두 국가는 유럽연합(EU)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칫 이들 국가의 부동산 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가격이 오름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결과가 과거처럼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면 한국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부동산 거품 붕괴 현상이 일어난다면 세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또 과거와 달리 한국의 자본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빠져나가는 빈도나 규모도 커졌다. 국가별로 주택 가격의 변동폭이 커 한국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가늠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1226호 (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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