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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의 5가지 오해와 진실 - 디젤차 4~6년 타야 연료비 절감(가솔린차 대비) 효과 

 

내구성은 가솔린 엔진과 별 차이 없어 … 소음·진동도 여전히 문제



‘가솔린이야 디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차량 구입을 앞둔 많은 운전자가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게 마련이다. 자동차 가격이나 승차감을 생각하면 가솔린차에 마음이 쏠린다. 기름값을 생각하면 연비가 좋은 디젤차를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막상 가솔린으로 결정하고 매장에 갔어도 “요즘 엔진기술이 좋아져 디젤차도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는 딜러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가솔린차와 디젤차 중 어떤 차가 더 좋다는 정답은 없다. 개인의 운전 패턴과 취향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물론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따져야 할 것이 많다. 디젤 엔진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을 살폈다.

1. 더 경제적이다?

많은 사람이 연비가 좋은 디젤차가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저렴하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디젤차의 유지비가 가솔린차보다 적게 드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그 차이다. 차 값은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비싸다. 이 차이를 보전하려면 4~6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디젤 모델을 출시한 현대 아반떼의 경우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200만원 비싸다. 대신 연비는 디젤 모델이 L당 2.2km가 더 좋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2년 자동차 주행거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당 연 평균 주행거리는 1만5914km다. 이를 최근 휘발유 가격(L당 1882원)과 경유 가격(L당 1697원)에 대입해 계산하면 가솔린 아반떼의 연 평균 연료비는 213만9300원, 아반떼 디젤은 166만7000원이 나온다.

디젤차를 4.2년 동안 타야 가솔린차보다 저렴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 수입차 모델인 BMW 5시리즈에 같은 공식을 적용해보면 5.8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신이 1년 동안 타는 주행거리가 1만6000km가 넘는다면 이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주행거리가 더 작다면 자동차 가격 차이를 보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늘어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경제성을 좀 더 정확하게 따지려면 감가상각도 따져봐야 한다. 동일 기간·거리를 탄 자동차의 경우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실제로 그럴까. 중고차 딜러들에게 질문한 결과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중고 디젤차가 가솔린보다 가격 하락폭이 더 큰 것은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중고차 딜러는 “디젤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관리가 더 까다롭다”며 “5년 정도 탄 중고차를 놓고 보면 관리의 차이로 디젤차의 감가상각률이 가솔린차보다 5% 정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2. 소음·진동 정말 없나?

‘디젤차 시끄럽다는 말은 다 옛날 얘기다.’ 디젤차를 주종으로 내세우는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연구개발에 힘써서 얻은 결과다. 실제로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의 디젤차는 놀랄 정도로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를 느끼는 개인 민감도의 차이가 크다는 게 함정이다.

국산 가솔린 중형 세단을 타다 1년 전 독일 디젤 세단으로 교체한 김경여(여·55)씨는 “디젤차를 산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소음·진동이 거의 없다는 매장 딜러의 말만 믿고 차를 구입했지만 예상보다 시끄러운 소리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특히 100km가 넘는 장거리 운전을 했을 때 몸에 쌓이는 피로도가 컸다.

처음에는 차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해당 브랜드에 항의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진동을 줄여주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타이어까지 교체해봤지만 효과가 없고 연비만 더 나빠졌다. 김씨는 “1년 밖에 안 된 새 차지만 팔고 가솔린 세단을 구매할 계획”이라며 “다시는 디젤차를 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가솔린 중형 세단을 타다가 지난해 말 김씨와 동일한 모델의 독일 디젤 세단을 구입한 신용찬(33)씨의 말은 달랐다. “소음과 진동이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는 게 신씨의 말이다. 연비가 좋아 장거리 이동 때 부담이 적고 디젤차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10배 이상 높은 기압으로 실린더에 유입되며 소음과 진동을 낸다. 연료의 특성 때문에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선의 여지는 있다. 임옥택 울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같은 양의 경유를 엔진에 분사하더라도 아주 미세한 시간의 간격을 두고 분사하면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며 “과거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줄어든 것도 이 기술이 발달해서다”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진보한 디젤 엔진은 한번 실린더에 연료를 분사할 때 최대 12회까지 나눠서 분사한다.

건물을 철거할 때 폭약을 한번에 터뜨리지 않고 0.2~0.3초 간격으로 터뜨려 소음 진동을 줄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겉으로 보면 한 번에 꽝하고 터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세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간격을 더욱 세분화 시켜 소음 진동을 더욱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3. 내구성이 떨어진다?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내구성은 자동차 브랜드가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기술적 내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디젤 엔진이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첫 째는 부품의 개수다. 보통 디젤 엔진의 부품 수는 가솔린 엔진의 3배 수준이다. 확률적으로 고장이 나거나 망가질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또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 많은 부품이 모여있어 수리가 어렵다. 디젤차가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관리의 어려움이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작동원리가 약간 다르다. 가솔린 엔진은 점화 플러그를 사용해 연료를 점화시켜 엔진을 작동시킨다. 디젤 엔진은 압력을 이용해 실린더로 고압 분사를 하고 경유 스스로 발화하도록 만든다. 이때 디젤 엔진 연소실의 공기가 충분히 뜨겁지 않으면 폭발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진다. 엔진 예열이 필수다.

특히 겨울철 날씨가 영하일 때 차가운 상태에서 피스톤이 빠르게 움직이면 엔진에 무리를 준다. 부품이 마모돼 연비가 떨어지고 소음과 진동이 더욱 심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가솔린과 디젤차를 동일하게 다뤘을 경우 디젤차가 먼저 고장이 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4. 힘이 세다?

자동차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 중 대표적인 게 출력과 마력이다. 동일한 배기량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비교했을 때 보통은 출력은 가솔린이 높고, 토크는 디젤이 높다. 두 개의 수치 중 자동차의 힘을 나타내는 수치는 무엇일까? 임옥택 교수는 “자동차의 힘이 좋다고 할 때는 토크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최대출력에는 시간의 개념이 들어간다.

75kg의 무게를 1초 동안 1m 옮길 수 있는 힘을 1마력이라고 한다.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마력이 높은 차는 속도가 빠르다는 개념이 더욱 적합하다. 이와 달리 토크에는 시간의 개념이 없다. 차가 한번에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최대토크라고 한다. 최대토크가 높은 차는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순간에 장점을 발휘한다. 갑작스럽게 다른 차를 추월하거나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오를 때 좋다.

5. 환경오염의 주범?

디젤차를 떠올릴 때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는 다르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배출하는 배출물의 양이 더 적다. 이산화탄소는 오히려 가솔린 엔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디젤차는 입상자물질(Particulate Matter)과 질소산화물이 다량 배출되는 단점이 있다. 과거의 차들이 내뿜는 시커먼 연기의 주범이 입상자물질이다. 199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엔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연료의 고압분사 방식을 적용해 엔진 효율을 높였다. 배출물을 줄이는 후처리 기술 또한 적용했다. 최근에는 ‘클린디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었다.

클린디젤차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일본의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고, 하이브리드나 천연가스 자동차와 유사한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태양열·전기·수소·하이브리드 자동차 등과 함께 미래 환경을 책임질 수 있는 핵심 자동차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자동차 중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를 선정해 ‘저공해 자동차’로 인증한다. 국내에 출시해 판매 중인 수입차 중 40종이 저공해 인증을 받았다. 이 중 10종이 디젤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태양열·수소 등 다른 친환경 자동차 보급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며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 발전 가능성이 크고 환경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차가 디젤차”라고 말했다.




1229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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