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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급증 후폭풍 - 휘발유차 10%만 바뀌어도 세수 5200억↓ 

 

복지 재원 부족한 정부에 뜻밖의 ‘복병’ … 경유 세금 올리자니 영세사업자 등 반발



휘발유와 경유 중 국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은 뭘까? 의외로 정답은 휘발유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3월 7일 현재 국제 휘발유가는 배럴당 118.07달러. 경유(121.71달러)보다 2.64달러 싸게 거래된다.

같은 기름인데 휘발유가 싼 이유는 뭘까.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보다 경유가 세 배 가량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주유할 때 경유보다 휘발유가 비쌀까? 원인은 세금에서 찾을 수 있다.

차량용 기름에 세금이 정확히 얼마나 붙는지부터 살펴보자. 일단 원유가 수입되면 원유가에 최초부과원유관세(원유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이 붙는다.

원유관세는 원유가의 3%이며, 석유수입부과금은 L당 16원이 정액으로 붙는다. 예를 들어 3월 현재 두바이유(L당 719.25원)엔 원유관세 21.6원과 석유수입부과금 16원 등 37.6원의 세금이 붙는다. 여기에 정유사의 원유 수입·정제 비용과 마진을 더한 수치를 ‘세전 가격’이라고 부른다. 비록 이름은 ‘세전’이지만, 두 가지 세금이 포함돼 있다.


기름 관련 세금만 10종류

세전 가격에는 다시 여섯 가지 세금이 더 붙는다. 첫째,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다. 휘발유는 529원, 경유는 375원이 정액부과된다. 이어 교통세의 15%가 교육세, 교통세의 26%가 주행세라는 명목으로 추가된다. 세전유가+교통세+교육세+주행세를 모두 더한 금액의 10%는 또 다시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2월 셋째 주 기준 정부가 교통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 명목으로 부과한 세금은 L당 고급휘발유 922.89원, 보통휘발유 909.61원, 자동차용경유 675.55원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부가세 산출 이후 두 가지 세금이 다시 붙는다. 기름의 품질 관리 비용인 품질검사수수료 등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기타수수료와 판매부과금 등이 잡힌다. 기타수수료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L당 0.47원이 붙고, 판매부과금은 고급휘발유에 36원이 붙는다. 이상 교육세·교통세·주행세·부가가치세·판매부과금·기타수수료 등 여섯 가지 세금이 통상 알려진 ‘유류세’다.

이 밖에도 특정 차량 소유자는 연료 관련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디젤 차량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이라는 세금이 추가된다. 환경개선부담금은 휘발유보다 디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이유로 디젤 차량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우 연간 5만원 안팎이다. 서울시는 연간 2만km 이상 주행하는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증액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해 세금이 더 오를 수 있다. 한편 LPG 차량에는 kg당 275원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복지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정부는 각종 세제 혜택을 줄이고 있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유차가 인기를 끌면서 뜻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수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10종이나 되는 유류세가 국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2013년 세입·세출 마감’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모두 201조9000억원. 이 중 교통세는 13조2000억원으로 전체 세금의 6.54%를 차지했다. 기름 관련 세금 중 교통세 비중이 절반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기름관련 세금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3월 3일 원유가를 기준으로 차량용 기름 관련 8가지 세금 총액 산출하면, L당 고급휘발유 996.96원, 일반휘발유 947.68원, 경유 713.62원이다. 평균 휘발유가와 경유가의 차이는 약 260원. 연간 휘발유 소비량 200억 리터 중 10%만 경유로 바뀐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무려 5200억원이나 줄어든다.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기록한 정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

그렇다면 경유에 붙는 세금을 높이고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낮출 수는 없을까?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가를 결정하는 데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가가 비싼 경유가가 휘발유가보다 싼 데는 이유가 있다. 화물·특수기기·운송장비 등 물류관련 업체와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차원이다. 이를 무시하고 갑자기 경유가를 올릴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최근 10년 간 경유에 붙는 세금은 이미 꾸준히 올랐다. 더 올릴 여력도 크지 않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60% 미만이었지만, 정부는 2005년 휘발유 대 경유가 비중을 100대 75로 조정하고, 1년 후 이를 다시 100대 80으로 조정했다. 2007년 이후 정부의 휘발유 대 경유가 목표비중은 100대 85지만 지난해 경유가는 휘발유가의 90%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박사는 “기름에 붙는 세금 중 교통세는 탄력세기 때문에 ±30%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탄력세는 경제 흐름이나 외부 상황 변화에 따라 정부가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한 세금이다. 작년 고유가 상황이 계속됐을 때 정부는 교통세를 조정해 소비자 부담을 줄였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확보에 문제가 생길까 교통세를 조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유값 올리면서 서민 대상 연료보조금 지금 고려할 만

에너지경제연구원 비공개 연구패널로 참석중인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부족과 경유 소비자 부담의 딜레마를 풀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을 유지하는 대신, 바우처 등을 통해 별도로 서민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김형건 교수는 “경유 세금을 일괄적으로 낮추면 경유를 더 많이 쓰는 대형 외제차가 생계형 경유차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다. 세수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면 서민 대상 연료보조금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현행 유가보조금 제도의 허점도 지적한다. 김 교수는 “유가보조금은 수령 조건이 복잡해서 버스나 트럭 등 대형사업자만 받을 수 있다. 1t 트럭이나 봉고를 모는 소형 사업자는 받을 수 없는 구조다”라며 서민 대상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직접세를 올리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국세청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크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근로자들의 억울함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유와 같은 소비재 세금을 올리면 서민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소비재는 부자가 사용하나 서민이 사용하나 동일하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조세 공평의 원칙에 비춰보면 경유세 인상보다는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를 올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조언했다.

1229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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