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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시중은행들 가산금리 올렸지만 … - 대출금리는 대부분 더 떨어져 

 

기준금리 하락분이 가산금리 인상분보다 커 … 신용 좋으면 농협, 나쁘면(신용대출 기준) 기업은행 유리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월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은행들이 수입이 줄어들자 대출 가산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자 가산금리를 올리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월 18일 한 언론이 보도한 기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가산금리를 인상했다는 점과 저신용층(7~10등급)에서 더 많이 올렸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발언은 아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은행이 개별적으로 산정한다. 기준금리로는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사용하는데 지난해 2월 코픽스 금리는 2.93%(신규취급액 기준)였다. 올해 1월엔 2.64%였으니 0.29%포인트 하락했다.

가산금리 올렸다고 비난하는 건 무리

보도대로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 사이 15개 시중은행(지난해 자료가 없는 산업은행 제외) 중 9곳이 가산금리를 인상(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곳 모두 기준금리를 더 많이 내렸다.

일부 언론이 가산금리를 가장 많이 인상한 곳으로 지목한 광주은행은 가산금리를 0.63%포인트 올렸지만 기준금리를 0.84%포인트 내려 대출금리는 0.21%포인트 인하됐다. 가산금리를 0.32%포인트 올린 씨티은행은 기준금리를 0.65%포인트 인하해 대출금리는 0.33%포인트 떨어졌다. 코픽스 금리의 하락폭(0.29%포인트)만큼 대략 비슷하게 대출금리를 인하했다는 뜻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기준금리가 높은 잔액코픽스를 바탕으로 아파트론 특판 상품을 판매했는데 대출금리가 낮아 대출 수요가 몰렸다”면서 “한시적인 이 상품의 판매가 끝났고, 최근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적용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15개 은행 모두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0.09%포인트에서 0.68%포인트까지 하락했다. 평균 0.35%포인트다. 광주·국민·기업·외환·전북·SC 등은 대출금리 인하폭이 코픽스 금리 하락폭에 약간 못 미쳤지만 경남·농협·대구·부산·수협·신한·우리·제주·하나·씨티은행은 코픽스 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내렸다. 일시상환식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역시 두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췄다. 코픽스 금리 하락폭보다 대출금리를 덜 낮췄다면 몰라도 가산금리를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대출을 하는 사람 입장에선 가산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대출금리가 싼 곳을 찾으면 된다.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금리(전신용층 평균)가 가장 낮은 곳은 씨티은행(3.60%)이었다. 하나·광주은행(3.61%)이 뒤를 이었고, 수협은 4.47%로 가장 높았다. 일시상환식은 제주(3.79%)·기업(3.85%)·광주(3.93%) 순이었다. 신용대출은 농협(4.74%)·기업(4.98%)·제주(5.03%) 순으로 저렴했다. 씨티은행이 7.18%로 가장 높았다.

신용대출을 받을 때 고신용층은 농협(4.25%)이나 제주은행(4.33%)을, 저신용층은 기업은행(6.47%)을 찾는 게 좋다. 전북은행은 신용층에 관계없이 금리가 가장 높았다. 특히 저신용층 대출금리는 13.49%로 7~9%를 오가는 다른 시중은행과 차이가 컸다.

고신용층(1~3등급)의 가산금리는 덜 올리고, 저신용층(7~10등급)의 가산금리를 더 올린 점에 대해서는 지적할 만 하다. 수협은 1년 새 고신용층의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하고, 저신용층의 가산금리를 0.82%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 역시 고신용층은 0.15%포인트 내리고, 저신용층의 가산금리는 0.81%포인트 인상했다. 편차가 가장 심한 제주은행은 고신용층은 1.89%포인트 낮춰주면서 저신용층의 가산금리는 0.19%포인트 올렸다. 못 사는 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신한은행처럼 고신용층 대출금리를 0.54%포인트 올리고, 저신용층 대출금리는 1.09%포인트 낮춘 은행도 있었다. 경남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가산금리 인상 논란은 언론보도처럼 순이자마진(NIM)의 부족을 벌충하려는 은행들의 공통된 꼼수라기 보다는 은행별로 금리를 조정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일부 언론이 가장 좋지 않은 사례로 꼽은 수협은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저신용층 가산금리를 무려 2.32%포인트 인상하면서 고신용층 가산금리는 0.02% 포인트만 올렸다. 숫자만 보면 혼날 만하지만 중간등급을 살펴보면 또 그런 것만은 아니다. 4등급 가산금리는 1.27% 올랐는데 신용도가 더 낮은 6등급은 오히려 1.95% 떨어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현재 월별로 대출금리를 공개하는데 전 월에 어떤 신용등급 대출자가 많았느냐에 따라 평균 가산금리가 오르고 내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하는 은행별 대출금리는 이미 완료된 대출을 반영한다. 전월에 어떤 상품이 많이 팔렸는지 어떤 신용등급에서 대출을 많이 했는지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가산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2년 감사원은 4대 시중은행이 2008년 10월부터 2011년 말까지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 전후로 가계부문 가산금리는 평균 1.73%에서 2.57%로, 기업부문은 1.78%에서 2.71%로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연 5.25%에서 3.25%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6.03%에서 2.42%로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는데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여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당시 은행 측은 CD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대출금리는 연 3%대로 떨어졌는데 예금금리는 연 5% 수준이어서 역마진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가산금리를 조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 간 과열 경쟁으로 금융권의 가산금리는 상당히 낮은 편이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실적을 만회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가산금리의 고무줄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코픽스는 그 대안 중 하나로 2010년 도입됐다.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한 비용지수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가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가산금리가 들쭉날쭉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 가산금리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금리의 변동에 후행하기 때문에 단기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은행연합회가 은행별 대출금리를 매월 공시하고 있는 것도 보완책 중 하나다. 정확한 금리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은행이 서로 눈치를 보도록 만들어 인상요인을 억제하자는 취지다.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어떤 항목을 고려할 지, 어떤 가중치에 따라 적용할 지 등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은행별로 가산금리 변동폭의 차이가 크고, 패턴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 등이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과도한 인상을 감시할 순 있지만 산정근거를 통일시켜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맞추라고 강요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은행마다 경영 환경이 다른만큼 영업비밀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자칫 민간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금융당국도 조심스러운 눈치다.

1230호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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