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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大 상장사 ‘미저리 지수(Misery Index·고통지수)’ 

불명예 ‘1·2·3위 - 삼성엔지니어링·셀트리온·덕산하이메탈 

김태윤·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200대 상장사 중 80곳 부진, 시총 톱10 중 포스코·SKT·LG화학·현대重 ‘우울’



상장기업은 실적으로 말하고, 주가로 평가 받는다. 실적은 과거를 보여주고, 주가는 현재와 미래를 반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Misery Index)를 조사했다. 미저리 지수는 시가총액과 매출 증감률, 영업이익률 변동치를 합산해 상장사의 실적과 가치 변화를 보여준다. 음수(-)가 클수록, 순위가 높을수록 우울한 성적을 냈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국내 대표 우량기업으로 불리는 200대 상장사 내에서 희비가 뚜렷했다. 일부 기업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특정 기업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200대 상장사 미저리 지수(Misery Index·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불명예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 선보인 ‘미저리 지수’는 시가총액·매출 증감률과 영업이익률 변동치를 합산한 점수다.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시가총액 증감률과 영업 실적을 보여주는 매출증감률, 영업이익률 변동치를 더해 순위를 가린다. 지수가 음수일수록 기업 가치가 떨어지고 실적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증감률이 -10%, 매출 증감률이 10%, 영업이익률 변동치가 -5%포인트면 미저리 지수는 -5점이 된다. 특정 기간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하는 ‘경제고통지수’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번 조사에서 시가총액은 지난해 3월 31일 종가와 올해 같은 날 종가를 비교했다. 매출·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013년 누적 실적을 반영했다.

지난해 불명예 1위 GS건설 다소 회복

삼성엔지니어링은 3월 31일 기준 시가총액이 전년 같은 날 대비 거의 반 토막(-45.1%)이 났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영업이익률은 16.9%포인트 감소해, 미저리 지수 마이너스 76.3점을 기록했다. 2위인 셀트리온(-53.2점), 3위 덕산하이메탈(-51.1점)과도 큰 차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반영한 미저리 지수 조사(2013년 10월)에서도 -78.9점으로 전체 2위를 기록했었다. 시가총액은 다소 올랐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적자 전환했다<42~43쪽 참조>.

미저리 지수 2위인 셀트리온은 전년 대비 매출이 35.4% 줄고, 영업이익이 4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11.7%포인트 줄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업체인 덕산하이메탈은 1년 전보다 시가총액이 34% 줄고 실적도 부진해 불명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삼성SDI와 합병을 발표한 제일모직은 4위(-45.9점), 적자를 겨우 면한 에쓰오일은 마이너스 45.2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미저리 지수 조사에서 점수가 가장 나빴던 GS건설은 매출 하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두산엔진과 함께 마이너스 45.1점으로 공동 6위였다.

200대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1년 전보다 준 곳은 87곳이다. 시가총액이 40% 이상 감소한 기업은 삼성엔지니어링(-45.1%)·락앤락(-42.4%) 두 곳이다. 한진해운(-37.6%)·덕산하이메탈(-34.7%)·LG생명과학(-34.2%)·에쓰오일(-33.0%)·LG상사(-32.6%)·파트론(-31.7%)·지역난방공사(-30.9%)·빙그레(-30%) 등도 시가총액 하락폭이 컸다.

전년 대비 매출이 준 곳은 64곳이다. 이 중 15곳이 전년 대비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두산엔진이 -46.1%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셀트리온(-35.4%)과 신도리코(-29.9%)가 뒤를 이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200대 상장사 중 매출 감소률(26.6%)이 4위였다.

200대 상장사 중 영업 손실을 본 기업은 15곳이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10곳 중 3곳은 적자를 봤다. 200대 상장사가 상대적으로 하위 기업보다 실적이 좋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00대 상장사 중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감소한 곳은 59%인 117곳이나 됐다. 영업이익률 변동치가 마이너스 10% 이상인 곳은 한미사이언스·삼성엔지니어링·한국전력기술·셀트리온·GS건설·에스엠 6곳이다.

두산건설 기업 가치 큰 폭 호전

결과적으로 200대 상장사 중 80곳은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였다. 지난해 하반기 미저리 지수 조사 때와 같은 수치다. 지수가 마이너스인 곳 중 시가총액이 증가한 곳은 두산엔진·동국제강·동원산업·OCI·삼성SDI 세아제강 두산 등 7곳이다. 매출이 증가한 곳은 33곳,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곳은 19곳이었다. 시가 총액 상위 ‘톱10’ 중 미저리 지수가 마이너스인 곳은 포스코(-13점)·SK텔레콤(-9점)·LG화학(-6점)·현대중공업(-4점) 네 곳이다. 시가총액 11~30위 기업 중에는 절반이 넘는 11곳이 마이너스였다.

이와 달리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오르고 실적도 좋아져 미저리 지수가 ‘플러스 100점’ 이상을 기록한 곳은 한미사이언스·AK홀딩스·한샘·두산건설·아이에스동서 등 15곳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신규·분할 상장한 현대로템·한진칼·동아쏘시오홀딩스 등과 지난해 10월 거래 중지됐다가 최근 상장 폐지가 확정된 STX조선해양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1232호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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